조선시대를 다룬 사극을 보다 보면 종종 듣는 소리가 "아니 되옵니다"이다. 조선의 대간들이 왕명(王命)에 반대하며 외쳤던 말이다. "아니 되옵니다"는 국왕이라는 절대권력에 제동을 거는 '감시견' 역할도 했지만, 시스템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관료적 방어기제로도 작동했다. "아니 되옵니다"의 대표적 사례가 한글창제와 대동법이었다. 세종대왕의 한글창제 당시 집현전 부제학 최만리를 비롯한 조선의 관료들은 "아니 되옵니다. 중국과 다르면 오랑캐가 됩니다"라고 부르짖으며 결사 반대했다. 국가 시스템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이면에는 '글자'를 독점하려는 양반의 기득권이 숨어있었다. 조선 역사상 가장 혁신적인 조세 개혁으로 평가받는 대동법은 관료의 방해로 전국적으로 시행되기까지 무려 100년이 걸렸다. 광해군이 즉위했던 1608년 경기도에서 처음 시작해 숙종 때인 1708년 평안도와 함경도를 제외한 전국으로 확대됐다.
지금 TK(대구경북) 통합 특별법을 반대하는 중앙정부의 논리가 조선시대 관료주의와 놀랍도록 닮았다. 중앙정부는 통합 특별법 300여개 조문 가운데 3분의 1 이상에 대해 불수용 입장을 밝혔다. 지방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에 아랑곳없이, 돈과 권한을 놓치지 않으려고 발버둥친다는 인상을 준다. 중앙정부의 불수용 논리는 "권한 있는 지방은 통제하기 어렵다"라는 자기고백이나 다름없다.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중앙정부의 관료주의를 깨뜨릴 논리를 개발하기는커녕 '빈껍데기 통합은 안된다'는 소리만 해대고 있다. 중앙정부의 기득권을 은연중에 인정하는 꼴이다. TK 통합이 현대판 '아니되옵니다'의 늪에 빠질 것 같아 우려스럽다.
조진범 논설위원
조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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