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돌아온 ‘우승 청부사’ 최형우
‘질주하는 사자’ 김지찬의 당찬 포부 눈길
베테랑의 관록과 신예의 패기, 삼성 우승 밑거름 될까?
지난 17일 오후,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 참여 중인 최형우 선수가 10년 만에 푸른 유니폼을 다시 입은 소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지난 17일 오후, 삼성 라이온즈의 스프링 캠프가 진행 중인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은 하루종일 빗방울이 날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 올 시즌 우승을 노리는 '사자 군단'의 함성으로 가득했다. 이날 영남일보는 10년 만에 다시 푸른 유니폼을 입고 아카마 구장의 흙을 밟은 최형우와, 삼성 공격의 물꼬를 터 온 김지찬을 각각 만나 새로운 시즌을 향한 각오를 들어봤다. 두 타자는 올해 명실상부한 삼성 타선의 핵심 연결고리로 꼽힌다. 김지찬이 상대를 흔들고 최형우가 해결하는 삼성 타선의 필승 방정식이 오키나와에서 그 해답을 찾고 있었다.
◆ 최형우, "아카마 구장 보니 울컥…복귀 첫 경기서 눈물 날지도…."
최형우에게 아카마 구장은 남다른 장소다. 삼성의 중심타자로 활동하며 왕조의 전성기를 함께했던 약속의 땅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다시 삼성으로 돌아온 소회를 묻자 그는 잠시 구장을 둘러보더니 입을 뗐다.
지난 17일 오전, 우천으로 인해 진행된 실내훈련 중 최형우가 타격을 위한 장소로 이동 중이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솔직히 별 감정이 안 들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10년 만에 여기서 첫 워밍업을 하는데 마음 한구석이 조금 이상하더군요. 울컥했습니다. 아마 이번 시즌 첫 경기를 치를 때는 정말 눈물이 날지도 모르겠어요."
그의 복귀는 전격적이었다. 구단과의 진정성 있는 소통이 노장의 마음을 움직였다. 돌아온 팀은 예전과 사뭇 달랐다. 막내였던 구자욱이 어느덧 팀의 리더로 성장해 있었다. 최형우는 "그때는 내 앞가림 하기 바쁜 위치였지만, 지금은 최고참으로서 전체를 내려다보는 위치가 됐다. 야수진만 놓고 보면 정말 완벽하다. 큰 변수가 없는 한 타자들은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특히 그는 강민호와의 약속을 언급했다. "민호에게 '너 우승 반지 없지? 내가 끼워줄게'라고 꼬셨습니다. 저 역시 우승하러 왔고, 민호가 그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해줄 것이라 믿습니다. 또, 후배들이 어려울 때 나가서 하나씩 쳐주는 것, 그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지난 17일 오후, 삼성 라이온즈의 일본 오키나와 스프링 캠프에 참여 중인 김지찬 선수가 이번 시즌 목표에 대해 말하고 있다. <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김지찬, "가을야구 목표 아니다. 우승만 바라보겠다."
김지찬은 삼성의 승리를 향한 '앞문'을 여는 열쇠다. 지난 시즌 부상이 겹치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캠프에서는 가장 매서운 방망이를 휘두르고 있다.
"지난해는 개인적으로 참 아쉬웠어요. 하지만 부상 복귀 후 팀이 상승세를 타고 가을야구를 경험한 것은 저를 포함한 어린 선수들에게 큰 자산이 됐습니다. 비록 우승은 못 했지만, 그 압박감을 견뎌낸 경험 덕분에 올해는 다를 겁니다."
김지찬의 이번 캠프 화두는 '건강'이다. 리드오프의 숙명인 기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몸 관리에 사활을 걸었다. 그는 "매년 부상 관리에 신경 쓰지만, 올해는 안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할 심정"이라며 "루상에서 더 많이 뛰기 위해선 일단 건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6일 오후, 일본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구장에서 삼성 라이온즈 선수들의 타격 훈련이 진행 중이다.<임훈기자 hoony@yeongnam.com>
최형우의 합류는 김지찬에게도 큰 자극제다. 그는 "형우 형이 오면서 팀 분위기가 더 좋아졌고 선수들 모두 자신감이 넘친다"며 "형들이 이끌어주고 우리 어린 선수들이 여유를 갖기 시작했다. 이제는 실전에서 증명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두 선수와의 만남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바로 '우승'이다. 개인 기록보다 팀승리,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결과물을 내놓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최형우는 "팬들이 왜 야구장에 그토록 많이 오시는지 알고 있다. 오로지 팀이 잘 되는 것만 생각한다"고 말했고, 김지찬은 "우리의 목표는 가을야구가 아니라 우승"이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글·사진=오키나와에서 임훈기자
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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