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미라 의성군청 미래산업과 과장.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의성군이 미래 먹거리로 추진 중인 세포배양산업의 핵심 시설인 세포배양배지생산공장(맨 앞)을 필두로, 경북세포배양산업지원센터(뒤)와 워라벨복합문화센터(기숙사, 맨 뒤편 우측) 등이 입주한 의성바이오밸리인반산업단지 전경.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윤미라 의성군청 미래산업과 과장이 세포배양식품 규제특구에 입주한 업체 씨위드 김연성 연구원에게 세포자동추출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마창훈기자 topgun@yeongnam.com
쌀과 마늘 농사로 북적였던 의성군이 '세포배양산업'이란 생소한 미래 먹거리를 선택했다. 군민은 '뜬금없다'거나 '생뚱맞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인구 5만명 남짓한 농촌 소도시에서 첨단 기술과 연구를 기반으로 한 신산업은 위험부담이 컸다. 하지만 윤미라 의성군 미래산업과장은 "세포배양산업이 10년 후 의성을 송두리째 바꿀 것"이라고 확신했다.
'의성 마늘'은 의성의 정체성이자 자부심이다. 동시에 지역 산업구조의 한계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기준이되기도 한다. 미약한 제조업 기반이 말하듯 청년 일자리와 지역 내 소비, 투자는 부족하다. 결국 인구 유출이 산업 쇠퇴를 가속하는 악순환이 반복된 것이다.
위기를 인식한 의성군의 행보는 과감한 도전이었다. 지난 2016년 '다른 지역에 없는 산업'을 유치해야 한다는 차별성에 중점을 둔 의성군의 선택은 세포배양산업이었다. 대기업 유치나 평범한 산업단지 조성은 인근 대도시와의 경쟁에서 한계가 뚜렷했다. 성장 가능성이 높고, 수도권에서도 확산되지 산업을 대안으로 찾은 것이다.
실제 세포배양산업은 배양육·세포배양식품, 바이오소재, 의약·식품 연구 등으로 확장 가능한 분야다. 무엇보다 농업과 식품이란 지역 자산과의 연결 가능성이 높았다. 의성군은 '농업의 연장선이 아닌, 농업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세포배양산업을 전략산업으로 설정한 것이다.
세포배양식품 산업에 뛰어든 의성군은 첨단 기술을 필두로 이를 연구할 인력 등 인프라 확보에 박차를 가하던 중, '규제'라는 복병을 만났다. 되돌리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투자한 의성군은 '규제자유특구' 지정이란 해법을 찾았다. 이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중앙정부 설득은 물론 안전성과 사회적 수용성 우려라는 장벽도 넘어야 했다. 말 그대로 전례가 없던 도전이었다.
'무분별한 상업화'가 아닌 '단계적 실증과 검증'을 전면에 내세운 의성군은 연구·실험 중심의 특구 모델을 제시하면서 돌파구를 찾았다. 그 결과, '세포배양식품규제자유특구' 지정이란 성과를 도출했다. 단순히 제도적 차원에서 타이틀을 확보한 것이 아닌 농촌 도시가 자력으로 미래 식품산업을 실험할 수 있는 공공 플랫폼을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의성군은 과감하게 자체 투자에 나섰다. 세포배양산업지원센터 구축, 의성바이오밸리 일반산업단지 조성, 관련 인력 양성, 기업 R&D 지원 등 핵심사업 상당수는 군비를 투자했다. 이는 중앙정부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마중물'이자,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한 의성군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 신호였다. 실제 선제적 투자는 규제자유특구 지정이란 험난한 산을 넘고, 푸드테크 연구지원센터 설치 등과 관련 부처 예산 확보로 이어졌다.
의성군의 도전은 분명한 성과로 나타났다. 세포배양산업이란 키워드로 지역의 이미지를 바꾸는 한편, 연구기관과 기업의 관심으로 이어졌다. 특히 농촌에서도 미래산업이 가능하다는 사례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정책적 의미도 컸다.
하지만 기초자치단체 단위에서 감당할 수 있는 재정과 행정 역량을 벗어났다는 점에서는 분명한 한계점도 있었다. 전문 인력 확보, 장기 연구지원, 글로벌 기준에 맞는 규제 정비 등은 지방정부가 단독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성군이 추진한 세포배양식품산업은 단순히 일선 기초 지자체의 성공담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지방 주도의 산업 전환이 어디까지 가능한지, 그리고 국가가 언제 개입해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았다.
규제자유특구 지정 이후의 제도 정착, 연구 성과의 산업화, 전국 단위 확산을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정책 연계 또한 필수적이다. 따라서 세포배양식품과 같은 신산업은 한 지역의 실험으로 끝나서는 안 되며, △안전 기준 △인허가 체계 △소비자 신뢰 구축 등으로 이어지는 국가 차원의 로드맵이 요구된다.
의성군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촌보다 선택한 농촌이 더 많은 가능성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마창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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