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로 주변 곳곳에 통로 누구나 쉽게 드나들어
"기관차 제때 왔다면…"
21일 동대구역에서 발생한 어린이 감전사고는 동대구역의 허술한 철로 관리와 책임자 없는 군용 무기 이송이라는 안전 불감증이 맞물려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날 사고가 동대구역 인근에 사는 박모군 등이 오후 4시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다 무개 화물열차에 실려 있는 미군 소속 장갑차와 자주포 등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나머지 역내로 들어가 선로에 정차해 있던 장갑차 위에서 장난을 치다가 박군이 감전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사고가 난 동대구역은 역사를 통하지 않더라도 일반인이 쉽게 철로를 드나들 수 있는 통로가 곳곳에 있고, 심지어 일부 구간은 아예 출입문까지 개방해 역내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출·퇴근용 통로로 이용되기도 한다.
동대구역 남쪽 지하철 동대구역 광장과 연결되는 출입문은 문을 잠그도록 돼 있으나 실제로 잠그는 일은 거의 없어 일반인의 출입이 가능하다. 사고 발생 1시간 뒤인 이날 오후 5시40분쯤 동대구역 내 창고에서 근무한다는 한 50대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유유히 이곳을 통해 퇴근했다. 이 남자는 "이곳은 직원들이 출퇴근하는 출입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동대구역은 인근 주택가 및 도로와의 경계를 담장과 1m 높이의 울타리로 하고 있어 울타리를 통해서는 성인은 물론, 어린 아이들까지도 쉽게 드나들 수 있다.
이날 숨진 박군과 김모군도 동대구역 남측 주차장에 자전거를 세워두고 울타리를 넘어 역내로 들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동대구역 관계자는 "곳곳에 통로가 있긴 하지만 모두 직원만 이용한다"면서 "그러나 역 구내 면적이 워낙 넓다 보니 몰래 울타리를 넘어 오는 일반인을 모두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날 사고는 또 미군 장갑차와 자주포 등 주요 군사용 무기를 이동하는 중이었지만, 단 한 명의 군 관계자도 동승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돼 군 무기 이동에 대한 관리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이날 사고가 난 무개 화물열차는 20일 오후 6시15분 경기도 동두천시 동안역을 출발해 중앙선과 대구선을 통해 21일 오전 10시52분쯤 동대구역에 도착한 뒤 무려 5시간20분 동안 한 명의 관리자도 없이 방치되다시피 했다.
동대구역 측은 평소에도 장갑차 등을 이송하는 과정에서는 미군 관계자 등이 동승하지 않고, 철도공사에서 운반만 맡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사고는 화물열차를 이끌 기관차가 제 시간에만 도착했어도 사전에 사고를 막을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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