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가 27일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이 발표한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개최지로 결정되자 1990년대 높이뛰기 간판 스타였던 이진택(34)과 중거리 1인자 이진일(34)은 환호성을 질렀다.
대구 출신인 둘은 육상 스타로서 꿈을 키운 고향에서 하계올림픽, 월드컵축구와더불어 세계 3대 스포츠로 꼽히는 큰 대회가 열리는 만큼 기쁨이 남다르다.
이진택은 "최근 국제육상경기연맹 실사단이 대구에 왔을 때 유치가 가능할 것으로 믿었다"면서 "쓰러질 정도로 흥분되고 기쁘다. 수영의 박태환처럼 우리도 노력하면 세계선수권에서 메달을 딸 수 있다"고 감격을 표현했다.
그는 또 "세계선수권 유치는 단지 육상 종목을 넘어 한국 체육이 발전할 수 있는 좋은 계기다. 육상은 스포츠에서 기초 종목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때 육상을 거친 선수들이 다른 종목도 잘할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진택은 1992년 이후 6차례나 높이뛰기에서 한국신기록을 수립하고 1998년 방콕대회와 2002년 부산대회 등 아시안게임에서 2연패한 세계적 수준에 근접한 선수였다.
1997년 그리스 아테네 대회에서 6위에 오르는 등 1993년부터 4차례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출전한 경험도 있다.
이진택은 "세계선수권대회는 6만∼7만의 관중 앞에서 뛰는 것이기 때문에 '내가육상을 한 것이 자랑스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대단한 대회다. 올림픽보다도 메달을 따기가 어렵다"고 회상한 뒤 "내가 현역 선수일 때 유치가 됐다면 메달을 딸 수도 있었을 텐데.."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아양초등학교 3학년 때 선수생활을 시작한 뒤 평리중학교-성광고등학교-경북대학교를 거치며 20년 넘는 세월을 대구에서 보냈다.
2003년 은퇴한 그는 지난 해 초 필드에 복귀했다가 그해 7월 아시안게임 3연패의 꿈을 접고 대한체육회 국가대표 주니어 도약 종목(멀리뛰기, 높이뛰기, 장대높이뛰기, 세단뛰기) 감독으로 후배 양성에 힘쓰고 있다.
이진택은 "고향에서 열리는 만큼 그동안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위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해왔다. 전문적 코치의 지도를 받지 못하는 중.고등학교 유망주들을 잘 가르쳐 세계육상선수권에서 좋은 성적을 낼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다졌다.
대구 신흥초등학교 4학년 때 육상을 시작해 1994년 히로시마대회와 1998년 방콕대회 800m에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한 이진일 육상 중거리 국가대표팀 코치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육상 800m 한국 신기록(1분44초14) 보유자인 그는 "정말 기쁘다. 우리 육상이 세계적 수준과 가까워질 계기를 잡았다. 육상 후진국으로서 영광된 일이다"면서 "특히 지금 대구가 경제적으로 침체돼 있는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유치함으로써 많이발전했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 코치는 "하지만 우리도 부담아닌 부담이 생겼다. 현재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에 나갈 선수들이 하나도 없는 상태다. 남의 잔치가 되지 않도록 일선 현장에 있는 지도자들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