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를 고양이처럼 할퀴고 나면 감정이 눈뜬다"
"영감받아 그리기보다 그리는 순간 영감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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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
블랙페이퍼의 작가 '김동기 초대전-찬란한 슬픔'이 6월1일까지 대구보건대학 대구아트센터 인당박물관에서 열린다.
이번 초대전은 전시규모가 방대하다. 국내 최대 규모의 갤러리 중 하나인 대구보건대학 아트센터 5개의 전시실이 김동기 작가(46)의 작품으로 모두 메워졌다. 1천650㎡가 넘는 전시실 공간을 생각하면 방대한 작업량과 스케일을 지닌 작가가 아니면 불가능한 규모다. 전시되는 작품은 작게는 50호, 크게는 1천호 이상의 대작을 포함해서 200점. 15년 동안 하루 13시간씩 화실에서 지내며 "나에게 이룩해야 할 꿈이 있어서 그림 그리는 일 말고는 다른 곳에 쏟을 열정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할 정도로 작품에 열정을 가진 작가이다.
1~3전시실에는 캔버스작업, 종이작업, 설치작업의 '비밀의 화원 : The secret garden'이 전시된다. 2005년부터 2007년까지 그린 비밀의 화원은 어린 시절 정원사가 꿈이었던 작가의 유년시절을 짐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철, 금, 은, 동, 산화철, 진주가루 등 금속성분을 연한 젤에 섞어 얇게 여러 번 칠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주로 검정이나 회흑색의 화면으로 마무리했다.
4전시실에 전시되는 작품들은 신표현주의 '검은 눈물: Black tears'이다.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제작한 이 작품 시리즈는 작가의 실험정신이 가장 돋보이며 부조리한 현실 속에서 느끼는 작가의 감정을 그려내고 있다.
"희망을 품으며 내일을 기다린다지만 실제는 죽음으로 다가가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은 희망이 있기에 내일을 기다리지 죽음을 기다리며 살 수는 없습니다. 부조리한 세상, 절망이 현실을 뒤덮을지라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됩니다."
5전시실에는 지금껏 한 번도 공개하지 않은 컬러를 입힌 작품들이 선보이며 인당박물관 로비에서는 칼로 드로잉한 '에게해의 진주: Pearl of the Aegean'를 보여준다. 이 시리즈는 2008년부터 작업했으며 캔버스에 종이를 바르고 배경색을 칠한 다음 그 위에 예리한 칼로 형상을 오려내며 만들었다.
◇ 작업노트
종이는 내 감정을 전달하기에 가장 적합한 질료이다. 종이를 고양이처럼 할퀼 수 있어서 좋다. 할퀴고 나면 생채기(감정)가 눈뜬 채 살아있다. 그위에 무엇을 입히느냐에 따라 종이는 달라진다. 스펀지 같기도 하고 때론 강철 같기도 하다.
그림을 그릴 때 불이 켜져 있든, 꺼져 있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나는 영감을 받아 그리는 것이 아니다. 선을 긋는 순간 찰나의 영감이 스쳐 지나간다.
내가 사랑하는 작가는 피카소.
그는 칼날같이 번뜩이는 영감으로 그림을 그렸다. 난 항상 손가락으로 그리는 버릇이 있다. 흐르는 물에 그리듯이 형체 없이 사라져도 내 감정은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053)320-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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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작 '비밀의 화원-이브의 정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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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동기 작 '블랙티어스-Y불인간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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