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을 나르는 스타 버스기사
726번 서억진 운전기사가 환한 표정으로 웃고 있다. |
"행복을 나누는 기사, 행복맨 서억진 기사입니다."
버스에 오르는 승객을 맞이하는 대구 북구 칠곡에서 출발하는 726번 운전기사 서억진씨(44)의 인사말이다.
버스 운전을 한 지 14년째인 그는 14년 무사고 경력과 함께 얼마 전 밸런타인데이 때 승객들로부터 받은 초콜릿을 자랑했다. 그가 승객들로부터 받은 것은 밸런타인데이 초콜릿 외에도 다양했다. 다섯살 꼬마가 입안에 직접 넣어준 도넛, 여고생으로부터 두 손 가득 받은 막대사탕, 직접 기른 상추에 옷, 부적까지.
그 중에서도 가장 귀한 선물은 직접 쓴 편지와 문자메시지라고 했다. "26년 만에 이런 버스는 처음 타 보네요. 기회가 되면 또 타고 싶어요" "친절한 726번 아저씨 때문에 우울했던 기분까지 싹 날아가요"라고 쓰인 편지들은 그가 안주머니에 항상 넣어 다니는 보물이다. 승객들로부터 받은 편지와 문자메시지는 집안일과 직장일로 힘들고 지칠 때 그를 위로하고 힘을 주는 청량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했다.
5년전 준공영제 실시 이후에도 북구·서구·달서구를 아우르는 726번은 승객이 많은 버스답게 사고도 많고 시민들의 고발도 많은, 그래서 기사들의 고생도 많은 버스였다. 그때부터 그의 고민도 시작되었다. 무언가 변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은 "나부터 변해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승객들과 소통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택한 것이 인사였다. 인사를 통해 말을 섞으면서 서로를 이해하면 사고도 줄고 승객들의 오해도 줄 것이라 생각했다. 운전하면서 자신의 가족사까지 시시콜콜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승객들이 부인의 별명부터 형님 이름까지 알 정도가 됐다.
서씨는 또 승객 입장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버스를 자주 타고 다녔다. 친절한 기사로 소문난 기사는 직접 찾아가 좋은 점을 배우기도 하고, 그렇지 못한 기사에게는 조언도 마다하지 않았다. 토큰폐지, 방학이나 휴일의 경우 배차 간격이 길어지는 것 등 승객들이 잘 모르는 사항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해 나갔다.
2년 정도 지나며 그의 인사와 친절에 반응을 보이는 승객들이 나타나면서 그는 힘이 났다. 그를 알아봐주는 승객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던 것처럼 그도 승객들을 기억하려고 더 노력했다.
그의 차에는 지금도 사탕, 초코파이, 배즙 등이 함께 한다. 인사를 잘 하는 아이에게는 사탕을, 어른들에게는 배즙을 손에 쥐어 준다고.
그는 "옛날 촌 버스 같이 정답고 서로를 챙기는 사람 냄새 나는 버스로 만들고 싶다"며 "시민들도 버스를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줬으면 한다"고 했다.
서씨는 항상 가슴에 자신의 이름표를 달고 있다. 승객들이 자신의 이름을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마음, 이름에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때문이다. 자신의 가치, 자기 직업에 대한 가치는 자기 스스로가 세우는 거라는 걸 서씨는 몸소 행하고 있다.
글·사진=서영희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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