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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不遷位 기행 .49] 불천위 신주·감실 이야기

2012-05-02

망인의 높고 깊은 魂, 신주에 깃들어 영원하다
“조상을 잊지 않겠다” 반드시 밤나무로 제작
장례때 묘지서 만들어 3년간 빈소에 모셔
신주 모시는 감실은 집·상자 모양으로

[不遷位 기행 .49] 불천위 신주·감실 이야기
불천위 신주는 일정한 규격과 구조로 만들어진다. 재료는 밤나무. 신주의 앞면에는 불천위 인물의 벼슬과 시호 등을 세로 한 줄로 쓰는 것이 원칙이다. 왼쪽부터 도자(덮개)를 씌운 신주, 도자를 벗긴 신주, 신주의 옆모습.
[不遷位 기행 .49] 불천위 신주·감실 이야기
보기 드물게 세로 두 줄로 관직을 쓴 우복 정경세 신주 및 두 부인의 신주.

불천위는 국가 또는 유림이 학덕이나 공적이 뛰어난 인물을 선정해 영원히 기리게 한 문화유산으로, 일반인과 달리 4대 또는 2대 봉사(奉祀)가 끝난 후에도 영원히 제사를 모시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 불천위 제사를 위해서는 망자의 혼이 깃드는 신주(神主)와 신주를 보관해 모시는 함인 감실(龕室), 그리고 신주·감실을 봉안하고 제상을 갖춰 제사를 모실 수 있도록 한 공간인 사당(祀堂)이 필수적이다.

신주를 넣는 궤인 주독(主)도 필요하다. 감실 없이 신주를 넣은 주독 상태로 사당에 모시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감실을 사용한다. 이 감실과 신주, 주독에 대해 알아본다. 아울러 경북지역 종가의 실제 사례는 어떤지도 살펴본다.



◆조상을 표상하는 대표적 신위인 신주

제사는 제사 대상을 상징하는 신위(神位)를 모시고 지내게 된다. 신위는 돌아가신 조상의 표상이자 상징물로, 제사를 지내는 동안 신위에 조상신이 깃드는 것으로 믿는다. 신위로는 나무로 만드는 신주(神主)와 위패(位牌), 종이로 만드는 지방(紙榜)이 있다. 이 중 신주는 가장 대표적인 신위다.

‘오경이의(五經異義)’에 의하면 신주는 ‘신상(神像)’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상주가 장사를 지내고 나서 그 마음을 의탁할 곳이 없어 우제(虞祭:매장한 다음 반혼하여 처음으로 신주를 모시고 지내는 제사) 때에 신주를 세워서 모신다. 오로지 천자와 제후만이 신주를 모시고 경대부(卿大夫)는 모시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로 보아 신주는 중국에서 왕권이 확립된 시기에 만들어졌다가, 후세에 내려오면서 일반에 보편화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신주가 보편화된 후에 간행된 중국의 예서에 따라 신분을 가리지 않고 사용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주자의 ‘가례(家禮)’에 따르면, 신주를 만들어 죽은 사람의 혼을 의탁시키기까지는 몇 단계를 거쳐 각각 다른 물체로 혼을 대신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첫번째 단계는 초혼(招魂)에 의해 죽은 사람의 윗옷에 실려 시신에 의탁한다. 두번째 단계는 습(襲:목욕) 후에 혼백(魂帛)을 접어서 의탁시키며, 동시에 명정(銘旌)을 세운다. 마지막 단계로 시신을 매장한 다음 신주를 만들며, 혼이 여기에 깃든 것으로 생각한다. 신주는 그 4세손이 모두 죽을 때까지 사당에 모시고 지내다가, 산소에 묻는다.

[不遷位 기행 .49] 불천위 신주·감실 이야기
불천위 신주를 주독 안에 봉안해 그대로 사당에 모시는 경우도 있으나, 대부분은 감실에 모시고 있다. 감실의 모양이나 크기는 종택별로 다양하다. 윗줄 왼쪽부터 영덕 난고종택(벽감 형태)·경주 서백당·성주 죽헌종택·성주 야계종택, 안동 병곡종택. 둘째줄 왼쪽부터 안동 퇴계종택·예천 초간종택·고령 죽유종택·안동 정재종택의 불천위신주 감실.


◆밤나무로 만드는 신주 제작 방법

신주는 주(周)나라 때의 예를 따라 단단한 밤나무를 사용해 만든다. 밤나무로 만드는 이유는 다른 나무와 달리 밤나무는 씨밤이 싹이 트고 자라서 열매가 맺을 때까지 그 껍질이 나무 뿌리에 붙어 있어 근본, 즉 조상을 잊지 않는 나무로 여겼기 때문이다.

신주는 주신(主身)과 받침대 두 부분으로 되어 있다. 위는 둥글고 아래는 평평한 직육면체 모양인 주신은 앞쪽인 전신(前身)과 뒤쪽인 후신(後身)으로 나뉘는데, 전신과 후신을 합쳐서 받침대 위에 끼우게 되어 있다.

주신은 주척(周尺:1척이 약 21㎝)으로 높이 1.2척(12개월을 상징함)·너비 3촌·두께 1.2촌의 크기다. 그 두께의 3분의 1이 전신, 3분의 2가 후신이 되도록 만든다. 후신의 위는 양옆을 5푼 정도 깎아 둥글게 이마를 만들고, 이마의 1촌(寸) 아래에 두께의 3분의 1 정도를 깎아내어 턱이 지게 한다. 턱이 지게 깎아낸 다음, 그 속에 길이 6촌·너비 1촌·깊이 4푼 크기의 함중(陷中)을 파고 양옆에 구멍을 뚫어 함중과 통하게 한다.

전신은 후신의 턱 아래로 깎아낸 크기와 같도록 만들어 후신과 맞붙여 끼우고, 이것을 받침대에 심어 끼우면 신주가 만들어진다. 후신의 이마와 전신 앞면에는 아교에 갠 분으로 백색 칠을 한다.

전신을 분면식, 후신을 함중식이라고도 부른다. 신주의 후신에는 누구의 신주인가를 쓰고, 전신에는 신위의 벼슬 등과 봉사자가 누구인가를 쓴다.

신주는 장례식 때 묘지에서 제작해 3년간 빈소에 모셨다가 나중에 사당의 감실에 모신다. 사정에 의해 장례식 때 만들지 못했을 경우에는 훗날 만들 수도 있다

◆신주 넣는 나무 궤인 주독, 신주·주독을 봉안하는 감실

주독은 신주를 넣는 나무 궤다. 주독은 밤나무로 만들며, 크기는 신주를 모실만 하면 된다. 외관은 검은 칠과 붉은 칠(漆)로 채색했다. 제사 때는 주독의 뚜껑을 열어 신주가 보이게 한다.

주독의 모양은 좌우와 뒤는 막고 앞과 위를 틔우며, 바닥은 두꺼운 판대기로 받치고 뚜껑은 아래를 틔워 만들고 위에서 끼워 씌운다.

신주는 비단으로 만든 덮개인 도자(韜藉, 또는 魂保)로 씌우게 된다. 고인이 남자인 경우에는 도자의 색깔은 붉은색이며, 여자의 경우에는 파란색이다. 도자를 씌운 신주는 주독에 봉안한다. 이 때의 주독은 두 가지의 형태가 있다. 부부의 신주를 함께 넣는 방식과 각 신주를 따로 넣는 방식의 주독이 있다. 대부분 부부의 신주는 하나의 주독을 사용하고 있다.

실제 종가 사당에 모셔진 불천위 신주를 보면, 도자를 씌우지 않은 경우도 있고, 도자의 색깔도 원칙과 다른 경우가 적지 않다.

신주·주독을 봉안하기 위한 공간인 감실은 대체로 집이나 상자 모양으로 별도의 독립된 공간을 만든 형태, 벽면에 공간을 마련하는 벽감 형태로 나눌 수 있다.

글·사진=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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