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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은의 병원 에세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2012-11-20
[김동은의 병원 에세이] 편의점 안전상비의약품 판매

지난 주말 집근처의 편의점 앞을 지나는데, 입구에 붙은 ‘안전상비의약품’이라는 스티커가 눈에 들어왔다. 며칠 전 뉴스에서 편의점에서도 약을 판다는 소식을 들었기에 안으로 들어가 보고 싶었다. 편의점 구석에서 찾은 상비약 진열대에는 몇몇 낯익은 이름의 약이 있었다. 그러나 담배와 술을 파는 진열대 가까이에 상비약이 함께 진열된 모습은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지난 15일부터 안전상비의약품으로 불리는 해열 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 등 13개 품목을 전국 약 1만5천개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게 되었다. 공휴일이나 심야에 약을 구하지 못해 고생을 해 본 경험이 있는 국민이라면 반가워할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약 구입의 편의성이 커진 만큼 약 복용에 따른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복지부는 편의점에서 구입할 수 있는 약은 모두 안전하다고 말한다. 그러나 약에는 ‘잘 쓰면 약, 잘못 쓰면 독’이라는 말이 늘 따라다닌다. 약 자체가 안전해도, 복용하는 사람이 용법과 용량을 지키지 않으면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닐까.

일례로 이번에 편의점에서 판매를 시작한 해열진통제 타이레놀의 주성분인 아세트아미노펜도 약 자체는 안전하다. 그러나 권장량보다 많이 복용하거나 음주 후 복용하면 독성이 발생해 간에 심각한 손상을 줄 수 있다. 이처럼 약은 ‘알고 먹으면 약이 되고, 모르고 먹으면 독’이 되는데 편의점에서는 약에 대해 누구도 설명해 주지 않으며, 부작용의 책임도 소비자 개인의 몫이다.

이 제도로 인해 약을 좋아하는 국민의 약물 오남용이 늘어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든다. 우리 국민은 약을 좋아하는 만큼 실제로도 약을 많이 복용하고 있는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를 보면 평균적으로 국민 한사람이 끼니마다 한 알씩의 약을 먹는 정도다. 이렇게 약을 많이 복용하는 원인으로 일부 의사의 과잉 중복 처방도 지적된다. 하지만 한꺼번에 많은 약을 먹으면 약물 간 상호작용이 일어나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지만 약을 많이 먹을수록 몸에 좋다고 생각하는 일부 국민의 잘못된 생각에도 문제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약을 더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어 약물 과다 복용의 우려는 더 커졌다.

이렇게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판다고 해서 야간과 주말에 국민이 겪는 불편이 근본적으로 해소되지는 못한다. 지금도 야간이나 주말에 환자가 생기면 경증 질환이라도 대형 병원 응급실을 찾아야 하고, 의료비 지출도 만만치 않다. 복지부는 이러한 상황을 알고 2년 전 비응급 및 경증 질환에 대한 의료 서비스 개선 방안을 내놓았지만, 그동안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러한 때에 대책이라며 상비의약품의 편의점 판매를 들고 나온 것은 국가가 국민건강의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게 떠넘긴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다.

이미 새로운 제도가 시행되었으므로 관계 당국은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야간과 주말에 환자의 불편을 해결할 수 있는 경증 및 비응급 환자를 위한 공공진료 센터와 같은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아울러 국민도 약에 대한 인식의 전환을 통해 꼭 필요한 경우에만 약을 복용하고, 자신이 먹는 약을 제대로 알고 복용하는 현명한 의료 소비자로 거듭나야 한다.
<계명대 동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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