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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부 최우수상(대구시교육감상)···김민서<창원 삼계초등 5년>

2013-10-05

“시간은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가치있게 쓰는 게 중요”
“시간은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가치있게 쓰는 게 중요”

일요일에 할아버지 49재를 올린다고 절에 다녀왔다. 우리를 유난히 예뻐하셨던 할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오면서 또 눈물이 났다.

평생을 어부로 살아오신 할아버지!

거센 파도와 싸우면서 고기를 잡고, 굴농사를 지어 모은 돈으로 명절 때나 엄마 생신 때면 며느리 용돈을 챙겨주셨던 할아버지, 내가 일곱 살 때 사주신 두발 자전거를 지금은 쌍둥이 동생이 타고 다닌다. 그리고 휴게소에서 일하시는 바쁜 엄마 아빠를 위해 철따라 해산물을 택배로 보내주셔서 이웃과 나누어 먹었던 일, 볼락 김치를 해마다 우리 김치냉장고에 채워주시던 할아버지가 비설거지를 하러 나가셨다가 계단에서 떨어져 응급실에서 숨을 거두셨다.

생각하면 안타까움과 그리움에 자꾸 눈물이 난다. 그래서 서점에 들렀을 때 이 책이 제일 눈에 띄었다. 만약에 시간가게가 있다면 나도 할아버지와의 시간을 사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고깃배를 타고 낚시를 했던 일, 할아버지의 손수레를 타고 부둣가로 달려갔던 일, 할아버지가 숯불에 굴을 구워주셨던 일, 단 하루만이라도 그때로 되돌아갈 수 있다면 하루 종일 할아버지 곁에서 할아버지 냄새를 맡고 싶다.

윤아는 시간이 부족하고 힘들어서 우연히 전단지를 보고 시간을 산다. 그런데 시간을 사는 대신 행복의 기억은 점점 지워져 간다. 그래서 나중에는 슬픔밖에 남지 않는다. 윤아는 시간을 산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노력해야 진정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난 윤아가 혼자 저녁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마음이 아팠다. 나도 휴게소에서 일하시는 부모님을 대신해서 동생들하고 엄마아빠 없이 밥을 먹는다. 그런데 나는 동생이 있지만 윤아는 혼자라서 정말 외롭고 쓸쓸하겠다.

난 윤아가 시간을 사서 행복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 게 안타깝다. 내가 만약 윤아였다면 행복을 잊어버리는 시간 따위는 절대 사지 않을 것이다. 사실은 단 하루만이라도 할아버지와의 시간을 사고 싶지만 그것이 할아버지와의 행복했던 기억을 잃어버리는 게 조건이라면, 난 절대 시간을 사지 않을 것이다. 할아버지와의 행복한 기억을 영원히 잃어버리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난 윤아가 엄마의 꼭두각시로 사는 것이 너무 안타깝다. 엄마는 국제중학교에 가라고 하지만 자신의 생각과 꿈이 그게 아니라면 용기 있게 말씀드리고 자신의 행복을 찾아나갔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고, 난 한 번 지나간 시간은 절대 되돌릴 수 없기 때문에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해서 살겠다고 다짐해본다. 시간은 많다고 행복한 게 아니라 그 시간을 얼마나 값지고 가치 있게 쓰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상 소감

“이젠 비오는 날이 할아버지와의 좋은 기억으로 남아”

20131005

어제 밤 일기예보에 전국적으로 비 소식이 있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할아버지를 생각하다 잠이 들었습니다.

오늘 아침,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촉촉하게 내렸습니다. 어제 밤, 우울했던 기억 때문인지 늑장을 부리다가 엄마께 야단을 맞고 학교에 갔습니다. 친구들의 수다에도 웃음이 나지 않았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집에 가니 엄마가 입구에서 서성이며 기다리고 계셨습니다. 수상 소식을 듣고서 말입니다. 최우수상을 수상한 것도 더없이 기쁜 일이지만 이렇게 엄마가 쉬는 날이면 학교에서 돌아오는 나를 반겨주는 것도, 엄마 손으로 영양 가득한 간식을 챙겨주는 것도 참 행복한 일입니다.

저녁 땐, 아빠가 함박꽃마냥 큰 웃음을 달고 오셔서 축하해 주셨습니다. 힘들고 지칠 때면, 우리를 생각하면 기운이 난다는 부모님께 이 소식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비설거지를 하다가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비 오는 날이 아픈 기억으로 남았습니다. 영재반에 합격했을 때, 백일장에서 상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기뻐하고 예뻐해 주셨던 할아버지! 할아버지를 생각하며 쓴 독서감상문이 최고의 상을 받게 되어서 이젠 비 오는 날이 할아버지와의 좋은 기억으로 남게 되어 다행입니다. 먼 곳에서 언제나 나를 응원해 주실 할아버지께도 이 반가운 소식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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