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환자 15년 사이 4배 증가…50·60대 비율 늘어
30·40대 발병률은 감소
대부분은 혹 만져져
유두분비물 등 변화도
수시로 자가진단해야
10월은 ‘유방암 예방의 달’이다. 유방암은 유럽과 미국 여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이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서도 발생률이 급증해 여성암 중 발생률 1위의 암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유방암을 예방할 수 있는 정확한 방법은 알려진 바가 없고 조기에 발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최선이다. 최근에는 폐경 후 유방암에 걸리는 50대 이상 환자가 전체 유방암 환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한국인 유방암 발병 형태가 서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장년층 발병 늘어
한국유방암학회가 최근 유방암 예방의 달을 맞아 발간한 ‘2013 한국 여성 유방암 백서’에 따르면 국내 여성 유방암 환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996년 3천801명이던 유방암 환자는 2010년에 1만6천398명으로 늘어나, 15년 사이에 4배 이상 많아졌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2006~2010년에 50대 유방암 환자 발생 비율은 25.7%에서 29.1%로 상승했고, 60대 환자 발생 비율 역시 13%에서 14%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40대 환자의 발생 비율은 40%에서 37%로 감소했으며, 30대 환자 비율 역시 14.3%에서 12.7%로 줄었다. 유방암 환자의 중간 나이도 2000년 46세에서 2011년 50세로 4세나 높아졌다.
30~40대 젊은 유방암 환자의 발병률은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는 반면, 50대 폐경 이후 유방암 환자의 발병률은 계속 증가하며 전체적으로 발병 연령이 높아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 2011년에는 전체 유방암 환자 중 폐경 후 유방암 환자 비율이 51.3%로 나타나 처음으로 폐경 전 여성의 발병률을 앞섰다. 국내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은 49.7세다.
폐경 후 여성의 유방암 발병이 높아진 이유에는 △늦은 출산 △수유 경험 없음 △이른 초경 및 늦은 폐경 △비만 △음주 등이 꼽힌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일수록 지방조직이 많아 에스트로겐 수치를 높이는 비만에 대해 각별히 조심해야 한다.
국내 유방암 환자의 생존율은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유방암 5년 생존율은 1996~2000년에는 83.2%였으나 2001~2005년에는 88.5%로 5%포인트가량 높아졌다. 2006~2010년에는 91.0%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높은 생존율을 기록했다.
이에 따라 유방암 치료 방법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심리적 고통을 동반한 유방전(全)절제술보다 환자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유방보존술 및 유방재건술의 비율이 증가해 유방보존술은 2000년 대비 2011년에 2배, 유방재건수술은 8배나 늘었다. 유방재건술의 경우 자가지방이식이나 보형물 삽입 두 가지가 주로 쓰인다.
◆환자 20% 증상 없어
대부분의 유방암은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발생한다. 현재까지 확실하게 유방암의 원인이라고 밝혀진 것은 없다.
유일하게 유방암과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생각되는 것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다.
에스트로겐은 여성의 여성성을 지켜주는 중요한 호르몬이지만 관련 세포의 증식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오랫동안 에스트로겐에 노출되는 경우 유방암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나 에스트로겐이 직접적으로 암을 유발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알려져 있는 위험인자로는 여성, 유방암의 가족력, 관내상피암을 가졌던 병력, 이형성이 있는 양성 증식성 유방질환, 이른 초경과 늦은 폐경, 비만, 낮은 용량의 방사선을 지속적으로 쬔 경험 등이 있다.
유방암의 증상으로는 혹, 유두분비물, 피부변화 등이 있다.
유방암이 혹으로 만져질 정도가 되려면 최소 1~2㎝ 이상은 돼야 하는데, 만져진다고 해서 모두 유방암은 아니다. 전체 유방암 환자의 70~80% 정도에서 혹이 만져진다.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는 경우에도 모두 유방암은 아니다. 혈성 유두 분비의 5~10%에서만 유방암과 관련이 있다.
피부 변화에는 유두나 피부의 함몰, 피부의 부종, 습진성 변화 및 염증성 변화 등이 있다. 보통의 습진과 달리 가려움증, 통증 등이 없는 경우가 많고, 항생제로 치료가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경우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가 필요하다.
최근 들어 유방검진을 많이 시행하면서 증상 없이 유방촬영이나 초음파에서 나타나는 이상소견으로 유방암을 진단받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최근 유방암 환자의 20% 정도에서 증상 없이 건강검진에서 유방암으로 진단을 받아 치료를 받고 있다.
◆35세 이후 정기 점검
최근엔 건강검진을 받는 여성이 늘어나면서 유방암 초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많다. 여성지 등에 소개되는 자가검진법도 한몫 했다. 유방에 이상이 느껴질 때 병원을 찾아 조기 발견되는 경우도 종종 있다.
미국암학회도 규격화된 유방 자가검진(breast self-exam)보다 유방에 대한 자가인식(self-awarenesss)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신의 가슴건강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고 수시로 체크하는 게 더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리나라 여성의 경우 35세부터는 적어도 2년에 한 번은 의사에게서 진찰을 받아야 한다. 한국 유방암학회에서는 30세 이후에는 매월 자가 검진을 하고 35세 이후에는 2년 간격으로 의사의 진찰을 받고 40세 이후에는 1~2년 간격으로 의사의 진찰 및 유방방사선 촬영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유방암 자가검진법
- 자가검진은 매달 가슴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시기인 생리가 끝난 뒤 3~5일째가 적당하다.
- 폐경이 됐거나 난소절제술을 받은 경우엔 매달 일정한 날을 정해 검사한다. 상의를 탈의한 뒤 거울을 보며 육안으로 다음과 같은 부분을 체크한다.
1. 유방의 비대칭 확인: 한쪽 유방의 크기가 평소보다 커지거나 늘어졌는가.
2. 유방 및 유두 피부 변화 및 함몰: 유방 피부가 귤껍질처럼 변하고 평소와 달리 유두가 들어가 있는가.
3. 만져지는 멍울: 비정상적인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쇄골 아래, 겨드랑이 부위의 림프절이 커져 있는가.
4. 유두 분비물 변화: 유두에서 비정상적인 분비물이 나오 는가.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도움말=강선희<계명대 동산병원 유방내분비외과 교수>
이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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