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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사진

2014-03-10
[문화산책] 사진
이재순 <아동문학가>

나는 사진 찍기를 좋아했다. 인생은 한 번 흘러가면 다시 잡을 수 없는 것이고, 남는 것은 사진과 추억뿐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런데 어느 때부터인가 사진 찍는 것이 싫어졌다. 아마도 머리카락이 한 올, 두 올 세어갈 때부터인 것 같다. 어쩌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라도 늘 중심에 서려고 하던 내가 지금은 뒤쪽, 아니면 그저 보일 듯 말 듯한 자리를 찾아 서곤 한다.

얼마 전 터키와 그리스 연수를 다녀왔다. 연수단 일행은 마치 사진 찍으러 온 것처럼 옷을 바꿔 입으며 사진 찍기에 열중했다. 그러다가 일행에서 이탈하는 것쯤은 아랑곳하지도 않았다. 이 역시 세월이 흐르면 본 것은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고 남는 것은 사진뿐이라는 생각 때문이리라. 보다 멋진 모습을 사진에 남기려고 애쓰는 모습들을 보면서 나는 혼자 웃었다.

찍기 싫은 사진도 꼭 찍어야 할 때가 있다. 해마다 학생들의 졸업앨범에 넣어야 할 명함판 사진과 집무 보는 모습의 사진이다. 사진 찍는 날만큼은 긴장을 많이 해서 찍고 나면 목이 뻣뻣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인화된 사진을 보며 나는 깜짝 놀라곤 한다. ‘이렇게 늙었구나!’하는 자각 때문이다. 사진 속의 나는 눈 밑에는 늘어진 피부, 입가로는 패인 주름살, 억지로 감춰놓은 희끗희끗한 머리카락 등 영락없는 늙은이 모습이다. 그래서 마음이 서글프곤 하다.

사진만큼 세월의 흐름과 감정을 정확하게 잡아내는 것이 또 어디 있으랴. 옛 사람이 읊은 “한 손에 막대 잡고 또 한 손에 가시 쥐고, 늙는 길 가시로 막고 오는 백발 막대로 치렸더니 백발이 제 먼저 알고 지름길로 오더라”는 시조가 이렇게 절절하게 와 닿을까?

외출 준비를 하다가 희끗해진 머리카락을 감추려고 애쓰는 나를 보고, 딸아이가 안타까웠던지 한마디 한다. “엄마, 세월을 어떻게 막을 수 있어요. 나이대로 늙어가는 것이 자연 아닌가? 어떻게 늙느냐가 중요하지. 엄마는 나이에 맞게 아름답게 늙고 있단 말이에요.” 딸아이의 말에 나는 아무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내 딸이 언제 저렇게 자라 어른스러운 말을 할까. 딸이 저런 생각을 할 만큼 자랐으니, 이제 나는 늙어야 마땅하지 않겠는가.

사진에 비칠 내 모습이 어떻든 나는 내 나이에 맞게 잘 늙어가고 있다는 말에 자신이 생겼다. 아름답게 늙어가는 내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둬야겠다는 마음도 좀 생겼다.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이 지나 호호백발이 되었을 때, 오래된 사진첩을 뒤적이며 지나온 삶이 참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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