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140312.010210747410001

영남일보TV

  • 유영하 국회의원 대구시장 출마선언 “대구의 내일을 여는 길, 함께 해주시길...”
  • 경주시 문무대왕면 산불, 재발화 진화… 잔불 정리 지속

[문화산책] 몽당연필을 보며

2014-03-12
[문화산책] 몽당연필을 보며

신학기가 시작된 지 꽤 지났지만 아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지 못한 죄책감에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들 방을 어슬렁거리다가 책상 위 연필꽂이에 몽당연필이 가득한 것을 발견했다. 자세히 보니 그중에서 제법 긴 것도 있어서 “아직 길이가 남은 것도 몇 개 있는데 더 쓰는 것이 어떠니”라고 물으니 “몽당연필은 깎기가 어렵고, 쓰는 친구들도 없다”고 한다. 그 순간 갑자기 어릴 적 연필 사달라고 조르면 아버지께서 이미 쓰던 연필을 가져오라 하여 그 길이를 새끼손가락과 비교하여 사주시던 것이 생각났다.

과거 아버지께서 새끼손가락과 비교해서 그 길이보다 짧아야 연필을 사주신 것은 서당에서 글을 배우던 필묵(筆墨)시절, 묵(墨)을 새끼손가락 한 마디 길이까지 닳을 때까지 쓰고, 그 후에는 연필깍지를 끼워 쓰던 절약정신이 아들에게 생겨나길 바라는 부모의 마음이었다. 그때서야 아차 싶었다. 나는 아들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있었는가?

많은 선생님이 요즘 학생들은 학용품에 애정을 갖는 경우가 적고, 노트 끝장까지 차곡차곡 메워가는 학생이 신기할 정도라고 한다. 아마도 나를 비롯한 많은 부모가 자녀들이 사달라는 요구만 듣고 학용품을 사주다 보니 어린 초등학생들이 자기 것의 소중함을 모르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몽당연필을 쓰는 사람이 많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연필이 닳아 손에 쥐기가 힘들 정도가 되면 연필심이 아까워 버린 볼펜대에 끼워 사용하던 절약정신이 지금의 대한민국을 있게 했다는 것은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몽당연필로 대변되는 절약정신이 상대적으로 약해진 지금 우리는 가계부채 1천조, 저축률 3.8%의 시대를 살고 있다.

‘등골브레이커’(부모의 등골을 부순다는 의미)로 대변되는 몇 백만원씩 하는 점퍼, 유모차, 초등학생 가방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우리가 자녀에게 진정 전해줘야 할 것은 물고기가 아닌 물고기를 잡는 법이다. 비록 우리 아이들이 몽당연필의 절약정신을 단지 ‘구두쇠 놀이’로 인식한다 해도 시간을 가지고 ‘돈을 버는 법’보다 중요한 ‘돈을 쓰는 법’을 가르쳐야 할 것이다. 오늘 저녁 자녀의 연필을 깎아주며 몽당연필의 정신을 나눠보면 좋겠다.

최민영<대구 달서구 건강가정지원센터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문화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