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무릎관절이 아직은 쓸 만한, 예순을 앞둔 여고동창 다섯 명이 주말에 등산을 갔다.
경남 양산시의 천성산은 높이 922m로, 원효대사가 1천명의 성인을 길러낸 곳이라는 데서 이름이 유래됐다. 깊은 계곡과 폭포가 많고 경치가 빼어나 소금강(小金剛)이라 불렸다고 한다. 이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지 않은 영산대 뒤쪽 코스는 지세가 가파르고 건조한데다, 조금은 황량해 보일 만큼 나뭇가지들이 잎눈을 뜨지 못한 채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겨우내 쌓인 마른 낙엽과 솔잎이 폭신한 카펫을 밟는 것 같은 부드러운 감촉을 줘 발걸음을 가볍게 했다. 까마귀 소리를 벗삼아 서두르지 않고 쉬엄쉬엄 걸어서인지 목표지점에 당도했을 때도 가쁜 숨을 몰아쉬지 않았음에 대견함을 느꼈다. 한 다발의 연필심을 똑바로 세워놓은 듯 가늘고 날카로운 바위들로 뭉쳐진 ‘천성산 2봉’ 표지석 앞에서 간신히 발을 딛고 기념촬영도 잊지 않았다.
정상을 돌아내려오는 길에 김밥, 과일 등을 먹으면서 우리는 마음껏 웃었다. 산들바람과 함께 미리 준비한 핸드드립 커피의 매력에 더없는 감흥을 느끼며, 이태 전 몽골 태를지국립공원에서의 즐거웠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는 등 다시 한 번 끈끈한 우의를 다졌다.
유유상종이라는 말이 있다. 비슷한 성향의 친구들이 서로 오가며 사귀거나, 모인다는 뜻이다. 그렇다. 친구가 좋은 것은 공감할 수 있다는 것, 서로 간의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고 가족에게도 하지 못할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며, 사회현상이나 특정한 대상을 바라보는 눈높이가 가까이 있다는 데 큰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산을 오르내리는 동안 우리는 주로 친구와 건강의 소중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돈과 시간이 있어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산을 오를 수도 여행을 즐길 수도 없다. 마음 맞는 친구가 없다면, 그 역시 쓸쓸하다. ‘재산을 잃으면 조금 잃는 것이고, 친구를 잃으면 많이 잃는 것이며, 건강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 것’이라는 인생의 격언처럼 자신과 가정을 위해 또는 취미활동을 위해 자기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진리 앞에 약속의 하이파이브도 외쳤다.
생명이 움트는 봄, 육체는 물론 정신 건강 또한 관리가 필요하다. 꽃피는 봄이 외롭지 않은 것처럼 함께 걸을 친구가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허봉조 <대구지방환경청 홍보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