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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아침, 신문에서 읽은 기사 한 꼭지는 아직도 내 인생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다. 내용은 당시 일본에서 소설가 가타야마 교이치의 작품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가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 책은 무려 350만부가 판매돼 초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는데, 영화로도 제작돼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했다. 궁금함을 참지 못한 나는 그날 곧장 대형서점에 가서 책을 구입해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소설의 줄거리는 대략 이렇다. 아키라는 여주인공이 불치의 병으로 죽고, 남자주인공인 마쓰모토 사쿠타로가 그야말로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울부짖으며 연인을 그리워하는 것이었다. 참으로 아름답고 슬픈 사랑의 이야기였다. 나는 그 책을 두 번, 세 번 읽으며 나도 모르게 주책없이 눈물을 흘렸었다. 그날 이후 나는 가타야마 교이치를 존경하게 됐다.
이후 내 글의 화두는 ‘감동적이고 슬픈 사랑이야기’가 되었다. 가능하면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누군가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한편으로 아프지만 뭉클한 사랑을 쓰고 싶었다.
한번은 영화진흥공사에서 영화소재를 공모한다는 공지가 떴다. 나는 즉각 부족한 실력이나마 시나리오를 써서 응모했다.
얼마 후 영화진흥공사로부터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고, 떨리는 마음으로 시상식에 참석했다. 임권택 영화감독을 비롯한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대형스타를 시상식장에서 만나며 얼마나 가슴이 콩닥거렸던지…. 그날의 설렘은 지금도 생생하기만 하다.
되돌아보면 인생의 적지 않은 시간을 글 쓰는 일로 흘려보냈다. 나는 지금도 나만의 소중한 꿈이 있다. 영화진흥공사에서 대상을 받은 그 작품을 꼭 내 손으로 소설을 만드는 것이다. 그 꿈을 위해 늦은 나이에도 소설작법을 공부하고 명작소설을 읽고 있다.
이런 내 모습을 보며 아내는 죽을 때가 다 되었는데 이야기 만드는 공부를 해서 무엇하려느냐고 핀잔을 주곤 한다. 나는 100살이 다 된 할머니가 시를 발표해 일본열도를 들끓게 했다는 신문기사를 아내에게 보이면서, 늙은 것도 서러운데 제발 기죽이지 말라고 너털웃음을 터뜨리고는 옆에 있는 불로막걸리 한 병을 사발에 다 부어서 단숨에 넘겨버렸다.
배철<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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