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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경쟁마저 즐기는 사람들

2014-05-13
[문화산책] 경쟁마저 즐기는 사람들

지난 4월초, 한 통의 e메일을 받았다. 편지의 서두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었다. ‘… you have been nominated to receive a coveted Remi award…’(중략)

그로부터 두 달 전, 나는 대구MBC 정규 프로그램인 ‘TV메디컬 약손’ 특별기획으로 제작된 ‘0313 끝나지 않은 이야기’를 제47회 휴스턴 국제 필름 페스티벌의 다큐멘터리 부문에 출품하였다. 휴스턴 국제 필름 페스티벌은 캐나다 반프 TV페스티벌, 뉴욕 TV페스티벌에 이어 북미 지역에서 세 번째로 오래된 권위 있는 국제상이다.

솔직히 지역 방송사에서는 ‘국제상’이라는 명칭조차 생소하기 때문에 출품을 하면서 수상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앞섰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리지역에서 일어났던 슬픈 역사인 대구지하철 참사의 뒷모습을 취재한 프로그램이기에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날 받은 e메일에는 ‘시상식 참석여부를 알려 달라’는 말과 함께 ‘받게 될 트로피의 색깔은 시상식 당일 결정될 것’이라는 설명이 있었다. 즉 금상, 은상, 동상 중 하나는 최소한 받게 될 것이며 이 중 무엇을 받을지는 영화제 마지막날에 발표를 한다는 뜻이었다. 휴스턴 국제 영화제는 페스티벌이 열리는 열흘 동안 마지막 최종 심사를 하여 금·은·동상을 선정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시상식 당일, 휴스턴에 35개국 500여명의 수상자가 한자리에 모였다. 영화제 집행위원장의 약 3시간에 걸친 최종 수상자 발표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나를 제외한 모든 참석자는 자기들이 받게 될 상의 색깔 따위에는 관심이 없는 표정들이었다. 이유인 즉,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 최종 노미네이트 되는 순간 출품작품의 권위를 이미 다 인정 받은 셈이니 굳이 이 자리에서 상의 레벨은 중요하지않다는 것이다. 시상식이 진행되는 무대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거나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는 등, 그들은 진정 이 순간을 즐기고 있는 듯했다. 일할 때의 치열함만큼이나 축제를 즐길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그때까지도 나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트로피의 색깔 발표에만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즐거워야 할 그 순간에 또 다른 경쟁심과 좌불안석이었던 내 모습이 생각나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그날 밤, 대구MBC 특별기획 ‘0313 끝나지 않은 이야기’는 제47회 휴스턴 국제 영화제에서 은상을 수상하였다.

허문호<대구MBC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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