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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정인 <문학비평가> |
겨울나기에 힘들었던 몸에 기운을 돋워주던 쌉쌀한 봄나물 내음이 채 사라지기도 전에 낮 최고기온이 30℃를 넘나드는 때 이른 더위다. 벌써부터 여름음식 집이 붐빈다. 음식만 한 보약이 없기에 매일의 섭생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지만 맛 기행, 추천 맛집의 인기에 이어 다양한 ‘먹방’(먹는 방송) 열풍은 먹는 것에 대한 과다한 집착으로까지 보인다. 실제 한 비평가는 “혼자 밥 먹기 싫은 사람들이 먹방에 집착하고 소셜 다이닝을 통해 욕망을 표출하는 것”이라며 결국 가족 해체와 공동체적인 가치에 대한 갈구가 사회적 현상으로 드러난 것이라고 흥미로운 분석을 하고 있기도 하다.
먹방 열풍과 함께 주목되는 것은 ‘집밥’에 대한 향수이다. 전문 음식 채널뿐만 아니라 서점가에 펼쳐진 요리책이나 식당 간판에도 ‘집밥처럼’ ‘간편 집밥 요리’ ‘엄마밥상’ 등 집밥 시리즈가 많은 것을 보면 또다시 현대인의 허기가 느껴진다. 이제 많은 사람이 가끔씩 별미를 즐기기 위해 하는 외식이 아니라 아침 일찍 출근하여 밤늦도록 밖에서 일을 해야 하는 바쁜 생활로 밖에서 주로 끼니를 해결해야 하는 실정이다. 돈만 있으면 입맛대로 선택할 수 있는 맛집이 즐비함에도 불구하고 직장인들이 꼽은 가장 맛있는 음식은 집밥이었다. 직장인들이 그리는 집밥이 단순히 집에서 먹는 건강식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단순히 배를 불려주는 밥이 아니라 지치고 고단한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는 편안함이 그리운 것은 아닐까.
고등학교 졸업 이후 집을 떠나 살게 된 아이들이 모처럼 집에 올 때면 무엇보다 먹거리를 챙기게 된다. 얼마 전 준비한 음식을 맛있게 먹는 아들을 보며 문득 궁금해, “그동안 엄마가 해준 것 중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대뜸 재미있는 답을 한다. “중학생 때 아팠을 때 된장하고 먹었던 흰죽요. 그 맛을 잊을 수가 없어요” 라고 한다. 고달프고 힘들 때 나를 위로해주는 마음이 담겨 있기에 음식은 곧 치유의 약이 되고 오래 기억에 남는 것이다. 사람에게 가장 남는 감각이 청각이라면 가장 오래된 감각의 기억은 맛이라고 한다. 그 맛에 대한 기억의 끝엔 나를 생각하며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이 있다. 상품화된 집밥이 이러한 근원적 향수를 채워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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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집밥](https://www.yeongnam.com/mnt/file/201405/20140526.010230759240001i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