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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현상은 전혀 새로운 게 아니다. 10여년 동안 신문, 방송 등 대중매체에서 쉬지 않고 다루었고 학계에서도 이미 수백 편의 논문이 쏟아져 나와 있다. 국민들은 앞으로 발생할 문제의 심각성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저출산은 진부하고 식상한 주제다. 그러나 한국 사회가 2001년 합계출산율 1.3 이하의 초저출산사회로 진입한 이래 지난해 1.18에 이르기까지 13년간 초저출산을 벗어난 해가 없다. 세계 최고 수준의 ‘저출산의 덫’에 빠져있다. 정부와 학계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무엇을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필자는 정부와 학계가 저출산을 바라보는 좁은 시야가 걸림돌이라고 본다. 저출산의 원인을 국민에게 물어보면, 양육비와 교육비 부족을 첫 번째로 꼽는다. 소득 및 고용 불안은 두 번째다. 10명 중 8~9명이 늘어나는 양육비와 교육비, 빠듯한 가계 살림을 원인으로 본다. 아이를 낳아 키우는 어려움을 나타낸 즉각적이고 상식적인 답변이다.
정부의 원인 분석도 국민의 상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은 소득 및 고용 불안정, 일과 가정의 양립이 어려운 환경, 자녀양육의 경제적 부담 등 세 가지 원인으로 제시하고 있다. 셋 중 둘은 국민의 상식과 같다. 현대 경제학은 자녀의 수와 질을 가계 소득과 자녀 가격(자녀를 양육하는 데 드는 비용)의 함수로 보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부모는 자신의 소득과 자녀를 키우는 데 드는 비용 하에서 자녀의 수를 결정한다. 정부의 시각이나 현대 경제학도 국민들의 원초적인 답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필자는 저출산을 바라볼 때 넓은 시야가 절실하다고 본다. 소득이나 비용 관점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다. 역사적인 큰 맥락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소득이나 비용은 여러 원인 중 하나일 뿐이다. 주변을 둘러보자. 필자는 7남매의 장남인 아버지에게서 4형제 중 둘째로 태어났다. 노총각 동생 1명을 제외하면, 3형제는 총 5명의 자녀를 두었다. 가구당 1.66명이다. 필자 가계는 가구당 7명, 4명, 1.66명으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양육비나 교육비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 피임할 수 있게 된 것도, 여성의 사회진출이 늘어난 것도 주요 원인이다.
저출산의 원인이 가족의 변화란 큰 흐름에 있다고 본다. 양육 부담 증가도 원인이지만, 결혼하지 않아도 자식이 없어도 되는 시대가 되었기 때문이다. 가족에 빨간불이 켜졌다. 비용만이 아니라 가족의 변화라는 관점에서 대책을 세워야 한다.
이제상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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