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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살아남은 자의 슬픔

2014-07-03
[문화산책] 살아남은 자의 슬픔

2003년 건국 이래 최대 화재참사로 기록된 대구지하철방화사건이 있었다. 사고 수습이 어느 정도 된 후 사건현장을 찾아가 보았다. 일반인들에게 공개를 할 만큼 마무리된 후였는데도 현장은 참혹했다. 임시로 전기를 끌어 매단 촉수 낮은 전등으로 간신히 암흑을 면하고 있었고, 시커멓게 그을린 벽과 흐릿해지긴 했지만 그때까지 남아있는 매캐한 냄새가 당시 상황을 짐작게 해주었다. 중간 중간 하얀 국화 다발과 희생자들의 사진이 놓여있었다. 사진 속의 그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 순간 전화로, 메시지로 남겼던 말이 적혀있었다.

‘사랑해’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해’ ‘내가 화낸 건 진심이 아니었어’ ‘내가 없어도 엄마 말 잘 들으렴’ ‘네 신발 샀지만 전해주지 못할 것 같다’….

그런 일이 다시는 없을 줄 알았다. 없어야 했다.

그러나 지난 4월 대구지하철방화사건이 다시 세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에는 바다에서였다. 수학여행의 즐거움으로 들떴던 안산 단원고 학생들과 함께 침몰한 세월호는 아직도 진도바다 아래 잠겨있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를 기다리는 가족들은 하염없이 바다만 바라보고 있다.

병으로 가족을 잃는 것도 괴로운 일이지만 이별을 준비할 시간도 없는, 갑작스러운 재난 사고는 남은 가족을 더욱 힘들게 한다. 그들에게 세월은 약이 되지 못한다.

사고에 따른 희생은 그들만의 아픔이라고 할 수가 없다. 살아남은,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모두가 같이 해야 할 책임일 것이다. 독일 시인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이 아픔을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라는 시로 남겼다.

‘물론 나는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나는 그 많은 친구들보다 오래 살아남았다….’

물론 나 또한 알고 있다. 오직 운이 좋았던 덕택에 그 시간의 대구 지하철을 타지 않았고 그날의 세월호를 타지 않았다. 그래서 이렇게 살아남은 자의 슬픔을 이야기할 수가 있다.

미안하다.

이하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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