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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질서의 미

2014-07-14
20140714

미(美) 중에 으뜸은 질서의 미가 아닐까.

미, 즉 아름답다는 말은 사전적 의미로는 ‘보아서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정의된다.

시댁에 가면 모든 곳이 질서 정연하다. 부엌도, 방도, 창고도 흐트러짐 없이 간결하고 깔끔하다. 서랍을 열면 옷과 양말과 수건들이 가지런히 열을 맞추어 정돈되어 있다. 싱크대는 접시, 컵, 그릇, 냄비들이 크기별, 모양별로 줄을 맞춰 놓여있다. 이불장 문을 열면 하얀 이불깃이 줄을 맞춰 차곡차곡 정리되어 있고, 창고에는 버릴 물건조차도 가지런히 줄을 맞추어 놓여있다. 그 속에서 생활하는 사람은 포근하고 안락하고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와는 반대로 늘 바쁘다는 이유로 이리저리 ‘흐트러진’ 집은 뭔가 어수선하고 산만하고 불편하다. 이것이 나만의 느낌은 아닐 것이다.

신혼집에 오신 어머니가 집안일을 가르쳐 주려고 하면 “매일 반복되는 일상의 일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면, 언제 하고 싶은 일을 하느냐” 하며 “시간을 아껴서 그림을 그리거나 책을 보거나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며 오히려 당돌하게 가르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가만히 생각하면 미술 교육을 받지 못한 어머님도 질서의 미를 알고 계셨던 것이다. 이 생각을 떠올리면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한 나 자신이 부끄럽다.

잘 그려진 그림을 자세히 분석해 보면 어떤 질서가 있다. 같은 계통의 색으로 되어 통일감을 준다든지, 명암의 질서가 있어 화사하다든지 또는 채도의 질서가 있어 안정감을 준다든지, 한 화면 속에서도 어떤 질서를 잡아 나아가면 조화로운 그림이 되어 아름다움을 준다. 가지런히 줄 맞추어진 보도블록, 잘 다듬어진 아파트 정원의 화초들, 누군가의 수고와 땀 어린 정성이 있었기에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그 옛날 장독대의 단지들, 댓돌 위에 신발들이 나란히 나란히, 처마 밑에 빗방울 떨어진 자국, 줄지어 선 하얀 빨래들이 그리워진다. 아름다운 그림보다 아름다운 생활이 먼저인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류시숙<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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