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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예술가와 한량

2014-08-22
[문화산책] 예술가와 한량
권오준 <대구문화재단 문화사업부>

지인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시인’에 대해 잠깐 얘기를 나누었다. 그분이 보기에 시인이 ‘한량’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해서 맞는 말씀이라고, 예술가가 다들 한량이지 않냐고 한 수 더 떠서 말했다. 다음날 사전에서 한량(閑良)을 찾아보니 재미있었다.

한량의 사전적 의미는 ‘일정한 직사(職事)가 없이 놀고먹던 말단 양반 계층’ ‘무과에 놀고먹던 말단 양반 계층’ ‘돈 잘 쓰고 잘 노는 사람 등이다. 오늘날 무위도식하는 사람’을 가리켜 한량이라고 무심히 말하기도 하지만 의미를 따져보면 아무나 한량이 될 수는 없을 듯하다. 한량은 멋을 안다. 풍류도 즐기고 낭만적이고 매력이 있어 사람들을 많이 끈다. 그러고 보니 예술가를 한량이라고 한 말이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아 다행스럽다.

선현들의 글을 보면 한가한 것은 할 일이 없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일없이 빈둥거리는 것도 한가롭다고 하지 않는다. 은퇴 후 일이 없는 것을 두고도 한가롭다 하진 않는다. 한가로움은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될 때만 찾아온다고 한다. 좋은 예술작품이 한가한 가운데서 얻어지는 것을 많이 본다. 오늘날은 의미가 다르게 인식된 듯하지만 문인화는 원래 문인이 여기(餘技)로 그리던 그림이다. 선비나 사대부들이 마음이 평온하고 한가로울 때 예술 흥취를 즐기던 그림이다. 사사로움이 없고 팔기 위한 그림을 그릴 필요도 없었다. 그러니 좋은 작품이 나올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사람들과 예술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 보면 예술가에 대한 인식을 치열함, 고독, 미침, 끼, 열정 등의 키워드로 정리할 수 있다. 예술가의 삶은 왠지 고독할 것 같고, 가난하고 치열할 것 같은 이미지가 깊은 모양이다. 물론 고독하고 불꽃 같았던 고흐란 사나이도 있었지만, 많은 예술가들은 평온한 가운데 진정으로 그 행위를 즐길 때 비로소 명작을 만들어냈다. 그러고 보니 아무나 예술가로 살 수는 없다. 대구만 해도 한 해 수천명의 예술학과 전공자들이 배출된다. 그중 수십년 후 몇 명이 예술가로 세상에 알려질까를 생각해보면 그 길이 결코 호락하지 않다. 사정이 어떻든 간에 한량 같은 예술가는 일없이 빈둥거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니 평생 예술가로 산다는 것이 그저 부럽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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