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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모이라 리치의 시선

2014-09-02

두 여인이 찍힌 사진 한 장. 젊은 여인의 표정이 예사롭지 않다. 뒤편 어둠 속에서 유령처럼 고개를 내민 그는 한 중년 여인의 뺨을 갈망하듯 바라보고 있다. 날숨이 목덜미에 느껴질 만큼 가까운 거리다. 그런데도 중년 여인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그저 ‘셀카’에만 정신이 팔린 듯하다. 이유는 두 사람을 함께 찍은 사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얼핏 보면 연인처럼 보이기도 하는 두 사람은 사실 모녀지간이다. 1977년 이탈리아 태생의 사진작가인 딸이 어머니의 생전 사진에 자신의 모습을 합성한 것이다. 딸의 이름은 모이라 리치, 작품의 제목은 ‘자화상’이다. 리안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그의 작품전에 출품된 ‘20.12.53-10.08.04’ 시리즈 50점 중 하나다. 시리즈 제목의 숫자는 어머니의 생몰일로 추측된다.

이 사진들 속에서 작가는 남녀쌍둥이 아기 중 여아(아마도 어머니인 듯)를 바라보기도 하고, 구레나룻 사내와 사랑에 빠진 젊은 어머니를 걱정스러운 듯 바라보기도 한다. 작가는 어머니를 갑작스레 잃은 슬픔과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담아내고 싶었을 것이다. 또 시간의 벽을 허물어 어머니와 언제나 함께하고 싶은 간절함을 형상화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미 우리는 “호미도 날이언 마나난…”(사모곡)부터 “체중이 가벼운 그녀는 땅을 거의 누르지도 않았다./그녀가 이처럼 가볍게 되기까지,/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었을까.”(브레히트, ‘나의 어머니’)까지 어머니를 그리는 많은 노래를 알고 있다. 그럼에도 모이라 리치의 사모곡에서 새로움 이상의 특별함을 느끼게 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관람객들은 그의 사진에서 뜻밖의 미량원소들을 발견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즉 우리의 첫 울음에 응답하는 어머니, 처음으로 만족감과 사랑이라는 선물을 주는 어머니를 만날 뿐만 아니라, 좌절을 느끼게 해준 어머니, 두려움을 느끼게 해준 어머니도 만나게 된다. 사진 속 작가의 시선은, 단 한 번도 자신을 바라보지 않는 어머니를 향해 “제발 나를 좀 봐주세요”라고 외치는 것 같다. 또 그의 시선은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인 어머니가 때로는 미움과 애처로움과 질투와 원망의 대상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누설하고 있다. 그것은 공공연하면서도 어떤 상황에서는 매우 완강하게 비밀로 취급되는 사실이다. ‘20.12.53-10.08.04’ 시리즈의 미덕은 상상 속의 어머니가 아니라 실제와 닮은 어머니를 만나게 해준다는 점, 동시에 애도하는 사람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다.
김광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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