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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나는 여기에 있다

2014-09-25
[문화산책] 나는 여기에 있다

개인적으로 ‘나’라는 사람은 참으로 다양한 역할의 옷을 입고 있다. 부모님의 딸, 동생의 누나, 연극으로 학생들을 만나는 선생님, 공연을 준비하는 스태프, 공연을 홍보하는 기획자, 치유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조직자, 연극치료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치유사…. 이러한 역할 옷을 잘 입고 생활하는 편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역할 안에서 일들이 그저 진행만 되고 있었다. 내가 없었다. 이제야 눈을 뜨니 내가 없이 역할 안에서 일만이 기계처럼 이루어진다는 사실을 보게 된다.

지난 주말의 워크숍에서였다. 춤을 추며 나의 상태를 보게 되는 일종의 동적 명상 ‘무브먼트’. 머리로는 동작의 순서나 박자를 세고, 감정적으로는 음악소리를 듣고, 몸으로는 동작을 표현하는 것이다. 머리와 감정, 몸이 함께 각각의 역할을 수행하며 추는 춤. 지극히 아름다운 춤이다. 그런데 난 춤을 추기 위해 박자도 세지 않고, 음악소리도 제대로 듣지 않으며 그냥 춤만 추고 있었다. 그런데 무서운 것은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몸만이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의식도 없이, 얼마만큼 진행되고 있는지도 모른 채.

달리는 자동차를 타고 고속도로 위 차창 밖을 내다보며 두 시간이나 창밖 경치를 구경했지만 막상 창밖의 표지판에 뭐가 있었는지도 기억을 못하는 어느 순간 ‘언제 여기까지 왔지’라는 생각이 들 때처럼, 난 거기에 있었는 데도 난 거기에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것이 나의 일상의 상태였다.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나를 인식한다. 숨을 쉬면 코 안의 표면에서 뭔가 시원한 느낌이 감지된다. 숨을 내쉴 때는 코 안의 표면에서 들이쉴 때보다는 조금 더 따뜻한 뭔가가 인식된다. 이렇게 숨을 쉬면 머리로 숨을 쉬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몸이 느끼는 그 순간을 인식하며 나의 이야기를 한다.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나도 이야기하고. 그런데 쉽지 않다. 숫자를 세며 이야기를 듣고 하는 것 말고, 내 몸의 감각을 생각으로가 아닌 인식되는 것을 느끼며 숫자를 세는 것조차. 태어나 지금까지 나와 함께 있어준 유일한 존재, 나의 몸. 나는 나의 몸을 제대로 느끼며 지내는 순간이 찰나에 지나지 않았던 것이다. 내 몸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전에 몸을 인식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다. 나의 몸도 제대로 인식하고 있지 않은데 나의 일, 내 주변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하고 있었을까.
이미은 <극단 온누리 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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