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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부부가 함께 하루 17시간 넘도록 일해도 먹고살기 빠듯”

2015-04-01
“부부가 함께 하루 17시간 넘도록 일해도 먹고살기 빠듯”
“부부가 함께 하루 17시간 넘도록 일해도 먹고살기 빠듯”
“부부가 함께 하루 17시간 넘도록 일해도 먹고살기 빠듯”
봄은 왔지만, 대한민국 600만 자영업자에게는 여전히 한 겨울이다. 매출부진 등으로 폐업을 하려고 해도 새로운 일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들의 고민은 더 깊어지고 있다. 사진은 ‘폐업정리 200원’이란 안내문을 내건 상가에서 손님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는 모습. <영남일보 DB>



적자의 늪
월세·인건비 등 비용 빼고나면
대박은커녕 손해 보는 경우 허다
부채규모도 임금근로자의 두배
다른일 못찾아 장사 접기도 갈등


창업의 덫
한 곳 문닫으면 한 곳 또 생겨나
과다 경쟁…70%는 5년만에 폐업
단순서비스업 몰려 심각성 더해
“오늘도 버티자” 절박한 현실…


대구 서구에서 과일·야채 가게를 운영하는 장태희씨(56) 부부는 오전 5시30분에 집을 나선다. 대구시 북구 매천동 농산물도매시장에서 물건을 경매로 떼오기 때문이다. 물건을 싣고 가게로 돌아오는 시간은 오전 8시쯤. 33㎡(10평) 남짓되는 가게에서 밤 10시까지 부부는 일을 한다. 아내가 물건을 팔면, 장씨는오토바이를 몰고 배달에 나선다. 대부분 고객들은 물건을 산 뒤 집까지 배달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둘이서 하루 17시간을 웃도는 시간을 일하지만, 장씨는 “목구멍에 풀칠을 겨우 할 정도”라고 말한다.

“대파가 한 단에 1천500원 정도 한다. 가격이 떨어지면 900원까지도 내려가는데 이는 10년 전 가격도 비슷했다”는 장씨는 “우리 부부가 이렇게 일하는 것은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쩔 수 없이 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미용실을 운영하는 최은경씨(39)는 가게를 정리할 참이다. 미용실이 너무 많아 갈수록 매출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미용실은 망하지 않는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었지만 다 옛날 말”이라는 최씨는 “인건비도 오르고 재료비도 오르는데 매출만 떨어진다”고 말했다. 치솟는 월세도 한몫한다. “처음 190만원대이던 점포세가 재계약 할 때마다 꼬박꼬박 올라 240만원까지 치솟았다”는 최씨는 “어김없이 오르는 월세때문에 낮은 월세를 찾아 ‘점프 뛰는’ 가게도 많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2015년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600만 자영업자의 삶이다. 이처럼 간신히 생계를 이어가는 자영업자들은 가게를 접자니 마땅히 할 일이 없고 계속하자니 실속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봄이 왔지만 이들은 여전히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 서 있다.

◆일할수록 적자

대학가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황윤복씨(41). 편의점을 운영하던 황씨는 최근 카페로 업종을 전환했다. 황씨는 33㎡(10평) 남짓의 공간에서 테이크아웃 위주의 고객에게 아메리카노 한 잔을 1천원에 판매하는 박리다매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황씨는 “프랜차이즈라 번듯해 보일지는 몰라도 월세나 인테리어, 인건비 등을 빼고 나면 업주에게 매달 떨어지는 돈은 생각보다 많지 않아 늘 적자에 허덕였다”고 말했다. “아무리 일해도 대박은커녕 먹고 살기도 힘들다”는 황씨는 “프랜차이즈 꼭대기에 있는 알짜배기 사람들만 돈을 버는 구조”라고 말했다.

자영업자 가구 소득수준은 임금근로자 가구 소득수준보다 떨어지고, 자영업자 가구 부채규모와 이자비용은 임금근로자 가구 대비 2배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임금근로자의 소득은 2012년 4천517만원에서 2013년 4천707만원으로 늘어났다. 반면 자영업자는 같은 기간 4천425만원에서 4천397만원으로 감소했다. 자영업 소득감소의 원인은 동종업종간의 경쟁(41.8%), 대형 및 온라인 업체와의 경쟁(22.9%), 경기악화에 따른 고객감소(14.6%), 임차료 등 운영비 부담(11.5%) 순 인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3년 총 가계부채 중 자영업자 가구 비중은 43.6%에 달했다. 대출을 받는 이유도 자영업자 가구는 주로 사업자금(23.6%)과 생활비 마련(31.1%)인 반면 임금근로자 가구는 상대적으로 교육비(26.4%)와 부동산 구입(20.9%) 때문에 대출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자영업자는 생활이나 사업을 위해 대출을 받고, 임금근로자는 교육이나 부동산 같은 투자를 위해 대출을 하는 셈이다.

박정희 영남대 교수(경제금융학부)는 “우리나라는 OECD 평균보다 훨씬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 이는 고용 불안에 몰린 서민들이 자영업에 과도하게 진입했기 때문이고, 동종업계 간 경쟁이 심해지는 근본 원인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질 떨어지는 창업

자영업자는 대부분 한 번 자영업을 시작하면 다른 일을 하기 힘들다. 한 자영업자는 이를 수레바퀴에 비유했다. 한 가게가 문을 닫으면 곧 새로운 가게가 문을 여는 사이클이 반복된다는 의미다. 대부분 일확천금의 목표를 가지고 장사를 시작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지 않다. 스튜디오를 운영하는 이수현씨(38)는 “잘하는 곳이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곳이 잘하는 곳”이라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그들의 목적은 큰 돈이 아니라 생존 자체에 있다. ‘오늘도 버티자’는 절박한 외침, 소박한 바람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생계형 창업비중은 2007년 79.2%에서 2010년 80.2%, 2013년 82.6%로 증가하는 추세다. 창업 후 생존율도 창업 1년 후 83.8% 지만 창업 3년 후 40.5%, 창업 5년 후 29.6%로 떨어졌다.

자영업 창업자 10명 중 7명은 5년 안에 폐업하는 셈이다.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지난 10년간 폐업한 자영업체도 793만8천683곳에 달해, 매년 70만건 이상의 자영업자 폐업 신고가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생계형 창업은 준비 기간도 평균 8.6개월로 짧은 데다 창업 분야도 밥집, 찻집, 노래방 등 단순 서비스 업종 위주여서 창업 활성화를 통한 경제체질 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성공을 위해서나 기업을 물려받는 창업과 달리 ‘다른 길이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내몰려 하는 창업이 대부분인 만큼 실패의 위험 또한 높다.

칠곡에서 가구업을 하는 신현옥씨(44)는 20대부터 가구업계에서 열심히 일해 2007년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그러나 요즘처럼 장사가 안 된 적은 없었다. 신씨는 “2~3년 전부터 매출의 절반이 급감했다. 그러더니 지난해 세월호 참사 이후로 매출의 80% 정도가 감소했다”고 했다.

“식료품과 같은 필수품과 달리 가구는 소모품이기 때문에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소비를 줄이는 업종”이라는 신씨는 “최근에 서민 경제가 확실히 나빠진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매출이 절반으로 떨어지면서 두 명 있던 직원을 모두 내보낸 신씨는 대신 가구를 옮겨야하는 등 인력이 꼭 필요한 경우 ‘용차’라고 불리는 일용직을 부른다. 지난해는 처음으로 5천만원 대출까지 받았다. 운영자금 때문이었다. 신씨의 경우 첫 대출이라 제1금융에서 가능했지만, 업계의 다른 가게들은 제2금융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고 귀띔했다. 그러다 파산 선고를 받고 도망가는 사람들도 흔하다고 했다.

“80~90%는 힘들다고 봐야 한다”는 신씨는 “월세니 뭐니 하고 다 빼고 나면 직장 생활의 월급 정도 겨우 남는다. 현재는 겨우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가게 규모는 595여㎡(180여평) 규모에 월세는 200만원 정도다. 신씨는 현재 월세가 두 달간 밀려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그는 “대출 이자가 너무 비싸다. 월세 내기도 급급한데 매달 쌓이는 이자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정부에서 자영업자에 대한 이자만 낮춰주면 숨을 좀 쉴 수 있을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 같은 자영업자의 현실은 통계로도 확인된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소상공인 경기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대비 하반기 경기상황이 나빠졌다는 응답은 전체의 81%에 달했고, 올해 역시 58.8%가 더 나빠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대로 경기가 좋아지지 않는다면 인원을 줄이거나(29.3%), 사업 축소(15.5%) 또는 폐업(12%)이 불가피하다고 응답했다. 아무런 대응책도 없이(19.6%) 속수무책인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은경기자 lek@yeongnam.com
김성현기자 ksh@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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