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철저한 약물 복용, 발작예방 첫걸음
음주·과로·빛·소리·냄새 등이 원인
여성의 경우 월경주기도 영향 끼쳐
기억해 뒀다가 조짐 보이면 피해야
모든 뇌전증이 난치성은 아니지만, 상당수의 경우 장기적인 치료를 필요로 한다. 또 일부 뇌전증의 경우에는 증상을 악화, 유발시키는 요인이 있으므로 이러한 악화·유발인자를 찾아 일상생활에서부터 관리가 필요하다. 임신, 출산 등 생애주기별로 특별히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뇌전증의 자기관리 중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이 약물요법을 올바르게 잘 유지하는 것이다. 발작의 양상과 뇌전증 증후군의 종류에 따라 주치의가 항경련제의 종류와 용량을 정하게 되지만, 일단 처방이 난 이후에 정확한 용량과 용법을 지켜 복용하는 것은 환자의 몫이다. 대개의 항경련제는 유효혈중농도가 있는데, 이 농도에 도달하여 발작의 재발이 없고 부작용도 없다면 항경련제를 규칙적으로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증세가 없어졌다고 해서 용량을 줄이거나 약 먹는 빈도를 줄이면 약물의 혈중농도가 떨어지면서 발작이 재발할 수 있어 위험하다. 항경련제의 처방전에 따라 규칙적으로 복용해야만 장기적으로 발작이 잘 억제되는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발작 없는 상태가 3~5년 이상 흐르게 되면 비로소 서서히 약제를 줄여 끊어볼 수 있는 기회가 올 수 있다.
정기적으로 주치의를 만나 발작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를 나누고 지속적으로 항경련제를 조절받는 것도 중요하다. 또 발작이 더 잘 유발되는 시기나 상황이 있는지 감시해 유발요인을 찾아내 회피하는 것도 중요하다.
발작일기 작성이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발작이 일어난 날짜에 발작의 양상, 지속시간, 발작이 일어나기 전의 상황, 예상되는 유발인자 등을 기록하는 것이다. 특히 음주나 과로, 수면부족, 심한 스트레스, 타 약제의 복용, 약물복용시간 준수 여부 등이 중요한 인자가 될 수 있으므로 반드시 기록한다. 일부 환자에서는 특별한 감각적인 자극(번쩍거리는 조명, 음악, 냄새 등)이 유발요인이 되기도 한다.
유발요인이 확인된다면 철저히 회피하는 것이 관리에 도움이 된다. 여성의 경우, 상당수에서 월경주기와 관련해 발작의 빈도가 늘어나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데, 이러한 경향성을 파악하기 위해 발작일기에 월경주기를 함께 기록하는 것도 좋다. 작성한 발작일지를 토대로 주치의와 상의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발작을 조절할 수 있다.
뇌전증 환자도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지키는 데서 예외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규칙적인 활동과 수면패턴의 유지, 적절한 수준의 운동, 음주·흡연을 피하는 것은 뇌전증의 증상을 조절하는 데에도 크게 도움이 된다.
![]() |
특히 수면패턴이 바뀔 때 발작이 잘 유발되는 환자의 경우에는 매일의 수면패턴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학생들은 시험기간이나 수학여행을 가서 갑자기 잠을 적게 자는 경우 발작이 유발될 수 있으니 가급적이면 그러한 기간에도 평소의 수면패턴을 유지하도록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과하지 않은 규칙적인 운동은 뇌전증 환자에게도 신체적, 정신적으로 유용한 활동이 된다. 다만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는 시기에는 물에서 혼자 하는 운동이나 자전거 타기 등 사고의 위험이 있는 활동은 피하고, 가급적이면 보호장비를 갖추고 보호자와 함께 운동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
뇌전증 환자라고 해서 해외여행을 무조건 제한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발작이 잘 조절되고 있는 상태라면 얼마든지 여행을 즐길 수 있다. 다만 비행시간이 길어지는 경우, 비행기 내에 약을 가져가지 않아 낭패를 볼 수가 있으므로 반드시 기내 가방 안에 약을 충분히 가지고 있도록 해야 한다. 또 비행기 안에서나 해외에서 갑자기 발작이 일어날 경우를 대비해 자신의 뇌전증 진단과 현재 복용약의 종류 및 용량을 적어 소지하는 것도 필요하다. 여행 전에 주치의와 상의하여 영문 소견서를 발급받으면 편리하다.
대부분의 뇌전증은 유전성 경향이 없으며, 잘 준비된 임신과 출산이라면 뇌전증 환자도 얼마든지 건강한 아이를 출산하는 행복을 누릴 수 있다.
뇌전증 환자는 확실한 피임을 위해 경구용 피임제만 사용하기보다는 다른 피임법을 반드시 병행하는 것이 중요하고 가급적 주치의 및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의하는 것이 좋다. 또한 결혼과 임신 계획을 세웠다면, 사전에 주치의와 상의해 계획된 임신을 하도록 한다.
뇌전증도 당뇨나 고혈압과 같이 만성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질환 중 하나다. 일반적인 건강 수칙을 지킬 뿐 아니라 뇌전증의 특이적인 증세인 발작을 잘 관찰하고 기록하면 보다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고 준비한다면 뇌전증 환자도 얼마든지 안전하고 행복한 일상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 도움말=계명대 동산병원 신경과 문혜진 교수

임호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