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최순실 남자 8인 당 떠나라”
친박 “김무성·유승민과 함께 못해”
4·13총선 공천 과정에서 ‘피범벅’이 되도록 싸웠던 새누리당 주류·비주류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의 직격탄을 맞아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는 분위기다. ‘탄핵 다음은 분당’이라는 시나리오가 점차 현실로 다가오면서 TK정치권도 ‘선명한 선택’을 요구받는 등 세력 분화가 급진전되고 있다.
비주류 모임인 비상시국회의는 12일 회의 직후 대변인 격인 황영철 의원을 통해 “친박지도부의 이정현 대표와 조원진·이장우 최고위원, 친박 주동세력의 서청원,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그리고 국민의 준엄한 촛불민심을 우롱한 자 김진태 이상 8명은 즉각 당에서 떠나 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황 의원은 친박계가 전날 발족을 예고한 ‘혁신과통합 보수모임’에 대해서는 “사실상 보수의 재건을 반대하는 수구세력들이 모여 정치생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편으로 당을 사당화하려는 술책을 부리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즉각 중단하고 새누리당이 국민과 함께 보수의 재건을 이뤄낼 수 있도록 즉각 사퇴하기를 다시 한 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유승민 의원은 당내 친박 모임에 대해 “국민에 대한 저항이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하고 “당에 그대로 남아서 당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씀을 일관되게 드렸으니까 그런 노력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친박계 자체 모임 출범은 결국 당내 의원과 당원들을 향한 ‘공개적 줄 세우기’나 다름없다”며 “자중해도 부족할 친박계가 여전히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막고 자신들의 기득권과 정파 이익을 내세우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전날 대규모 계파 모임을 갖고 반격에 돌입한 주류(친박계)는 화력을 더욱 높였다. 이장우 최고위원은 이날 새누리당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을 겨냥해 “대통령의 탄핵을 사리사욕을 위해 악용하는 막장정치의 장본인”이라며 “먹던 밥상을 뒤집어 놓고 쪽박을 깨는 인간 이하의 처신을 보인다”고 맹비난했다. 이어 “부모형제에게 패륜을 한 사람들이 집안 대들보까지 뽑겠다고 한다”며 “그동안 해당행위를 일삼아온 김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이 당에서 더 이상 함께할 수 없다. 본인들의 길을 가길 바란다”고 공격했다. 이정현 대표도 이날 새누리당사에서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고 비주류측의 탈당 요구에 대해 “뻔뻔스럽고 가소로운 짓”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이 실력행사에 들어감에 따라 당의 진로를 책임질 비상대책위원장 선임 등을 놓고 한층 격한 대치가 예상된다. 이날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이 탄핵정국의 책임을 들어 사퇴했고, 이 대표도 기존 입장대로 21일 사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조원진·이장우·최연혜 등 주류측 지도부는 사퇴할 뜻을 밝히지 않았다. 비박계에 당을 맡기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결국 어느 한쪽이 당을 떠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하지만 확보한 의원수 등 양측의 세가 비슷해 쉽사리 결판이 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영란기자 yrlee@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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