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 |
전국에 한파가 이어지고 있다. 겨울은 추워야 제맛이라지만 생계가 어려운 사회적 취약계층은 매서운 추위를 고스란히 온몸으로 견뎌내야 한다. 특히 어른 한 명이 겨우 눕는 쪽방 거주자들은 한파에 일자리가 부족해 생계가 곤란하고 월 2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내기도 벅차다. 경제적 부담으로 난방은 주로 전기장판을 사용하는데 화재의 위험이 상존하고 건강도 위협받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현재 쪽방 수는 1천300여 개소에 900여 명이 살고 있으며, 이들 중 기초생활수급자는 300여 명에 불과하다. 나머지는 하루 벌어 하루 사는 건설 일용직 노동자다. 올해 이들을 위한 ‘쪽방 생활인 보호 사업’은 시비 3억7천만원 정도로 운영되다 보니 지원 예산과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겨울철 특별 보호 대책도 연탄 나눔이나 웃풍 방지 정도의 조치를 우선으로 하고 있어 단열 시공 같은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실정이다.
정부에서도 긴급히 난방 지원이 필요한 기초생활 수급자에게 연료비를 지원하는 난방바우처 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난방비 지원 대상 자격이 65세 이상이거나 장애인으로 제한돼 있어 50대 일용 노동자가 대부분인 대구지역 쪽방 생활자 중에는 이러한 지원을 받는 분이 거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어려움 속에서도 시민의 힘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은퇴한 건설 노동자를 포함한 도시·주거 재생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만든 사회적 경제 기업인 ‘다울건설 협동조합’이 그 좋은 예다. 이들은 2015년 오프라인 크라우드펀딩 대회에서 쪽방 주민의 주거 개선을 위한 프로젝트로 최다 득표를 받았으며, 후원금으로 쪽방 에너지 효율화 사업을 해 실제 쪽방 주민들이 따뜻한 겨울을 날 수 있게 했다. 시공에 참여한 분들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우리 동네 주민, 은퇴한 건설 노동자, 그리고 쪽방 주민 스스로라는 데 큰 의의가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고 하지 않는가. 불특정 다수의 시민투자자(Crowd)가 자금을 필요로 하는 수요자에게 자금을 제공하는 크라우드펀딩과 같이 단순히 돈을 모으는 것뿐만 아니라 사람을 모아 더 많은 시민이 변화에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민간 기업, 사회적 경제 기업, 시민단체, 정부, 대구시, 대구시의회 등 민·관이 합심해 쪽방 생활인의 환경 개선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그들 스스로 자립할 방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지원이 이뤄질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한다면 그 빛을 더욱 발할 수 있을 것이다.
쪽방 주민들이 이번 한파를 잘 이겨낼 수 있도록 시민 여러분의 애정 어린 관심을 기대한다. 류규하 (대구시의회 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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