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경보 발령일 최상위인데
온열질환 발생 비율은 최하위
“강한 무더위에 적응력 높아져”
대구사람들에게 무더위를 극복하는 특별한 유전자가 있는 것일까?
‘대프리카’라는 별명을 가진 폭염의 도시 대구. 오히려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자는 전국에서 가장 적다.
기상청 국내기후자료를 분석한 결과 대구는 7대 광역시 중 온열질환자 발생 가능성이 극히 높아지는 폭염경보가 발령되는 날이 가장 많았다.
작년 대구에서 폭염경보 발령 기준의 무더위(낮 최고기온 35℃ 이상)가 나타난 날은 총 18일이었다. 다음으로 대전 13일, 광주 11일, 서울 9일, 부산 3일, 울산 2일 등의 순이었다. 또 올해(8월9일까지)는 대구가 무려 17일인데, 광주 6일, 부산 3일, 대전과 울산 2일, 서울은 하루에 불과하다. 인천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35℃를 넘는 날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보다는 다른 지역에서 온열환자가 더 많이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올들어 5월29일부터 8월7일까지 전국 7개 광역·특별시(세종시 제외)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347명인데 대구는 25명에 불과했다. 서울시가 96명으로 가장 많고 광주 61명, 부산 55명, 인천 43명, 대전 42명 순이며, 대구와 울산이 각각 25명으로 가장 적다. 대구 인구가 248만명인 반면 울산시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117만명에 불과해 비율로 보면 대구가 전국 최하위인 셈이다.
지난해도 비슷하다. 2016년 5월23일~9월21일 전국 7대 광역·특별시에서 발생한 온열질환자는 모두 629명. 대구는 38명에 불과한데 서울시 170명, 부산 112명, 인천 101명, 광주 91, 대전 64명, 울산 53명이었다.
계명대 동산병원 김대현 교수(가정의학과)는 크게 3가지 가능성으로 분석했다. 첫째 대구시민들이 무더위에 대한 적응능력이 다른 도시민들에 비해 뛰어나다는 점을 꼽았다.
김 교수는 “수도권에서 대구를 방문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몹시 덥다고 하지만 정작 대구시민들은 무더위를 크게 느끼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대구시민들이 폭염 주의보 또는 경보가 발령되면 외출이나 야외 작업을 최소화하는 등 경험적으로 무더위로 인한 인명사고를 줄이려는 노력을 생활화하는 것, 그리고 물을 미세 입자로 분사하는 쿨링포그와 도로바닥을 식히는 클린로드시스템 등 행정기관의 노력과 시민들의 노하우가 맞물려 온열질환자를 줄이는 데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임호기자 tiger35@yeongnam.com
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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