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사회적인 책임이란
말그대로 책임을 다하는 것
페어플레이를 하는 것이지
온갖 수단으로 승리한 후에
자원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전충훈 공공크리에이터 |
지난 3월 일본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기업의 사회적 책임) 연구의 양대산맥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이케다 교수가 내한했다. ‘아시아가 가진 유교의 윤리적 가치는 기업의 CSR 활동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가설에서 시작된 연구라고 한다. 대구도 방문을 했는데, 대구은행을 소개했다. 대구은행 방문 후 이케다 교수의 평가는 냉정했다. ‘대구’라는 지역명칭을 사용하는 은행이지만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은 별로 보이질 않는다고 했다. 특히 대구은행의 고위간부는 봉사활동이나 기부 등에 대한 이야기를 강조했는데, 봉사나 기부는 CSR 활동의 극히 일부분이며 본질적 모습이라기보다는 ‘화장술’에 가까운 것이라고 했다.
‘키코 사건’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우량 수출기업이 줄줄이 도산한 한국 경제계를 뒤흔든 큰 사건이었다. 키코 사건의 본질은 은행권이 보험적인 환헤지 기능이 애초부터 없던 상품을 기업들에 속여서 판매한 것으로, 교환하는 대가에 차이가 나는 것을 은행이 기업에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2013년 대법원은 불공정거래행위가 아니라고 최종판결했지만 해외사례에서는 사기로 보고 있으며, 이달 이낙연 국무총리는 키코사태 재수사를 지시했다. 이렇게 심각한 상품인 키코를 대구은행은 지방은행 중 최다 판매를 했다.
대구시는 올해 예산의 90.85%인 6조4천억원 가량을 대구은행에 맡기고 있다. 하지만 예금금리는 타 금융기관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낮다. 그래서 대구시의 예산 대비 연간 평균 이자율은 전국 평균 0.17%보다 낮은 0.14%로 17개 시·도 중 13위다. 게다가 비자금 파문과 성추행 사건이 터지고도 근본적 해결방식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서 대구시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시 금고를 대구은행에서 빼라고 요구하고 있으며, 시민들은 불편을 무릅쓰고 다른 은행으로 주거래 계좌를 옮기고 있다.
금복주는 또 어떤가. 금복문화재단을 운영하며 매년 상금이 포함된 문화예술상을 수여하고, 문화예술행사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여직원이 결혼을 했다는 이유로 퇴사를 강요하다가 사회적 물의를 빚었다. 실제 참소주의 점유율이 떨어졌는지는 모르겠으나 내 주위의 사람들은 이미 다른 회사의 소주로 갈아탄지 오래다. 두 기업 모두 지역을 대표하는 기업이며 CSR를 매우 잘한다는 자평을 했고, 시민들은 지역기업이라는 믿음 때문에 사랑을 해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말 그대로 책임을 다하는 것이지, 남는 이윤으로 봉사나 시혜를 하는 활동을 말하지는 않는다. 기업은 사회의 일원, 지역기업이라면 지역사회의 일원이라는 생각과 직원이 첫 고객이라는 기본개념을 탑재할 때 CSR는 시작된다.
일본의 경우에는 직원들의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확보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별개의 봉사나 기부행위가 아닌 자신들의 기업 역량을 지역에 투입하여 지역사회를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시즈오카의 가이토는 잠수공사업을 하고 있는데 직원들이 일하기 쉽도록 본사 건물을 로그 하우스로 만들고, 시즈오카의 하천·호수의 잠수청소를 실시하고 있다. 사이타마의 노스 코포레이션은 월급은 그대로 두고 영업시간을 단축했지만 오히려 매출은 더 크게 증가했고 지역의 농가와 연대하여 이탈리아 채소 생산에 성공해 전량 자신의 레스토랑 체인에 공급하고 있다.
CSR는 페어플레이다. 페어플레이란 경기 중에 하는 것이다. 온갖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기에서 승리한 후에 자원봉사하는 것이 아니다. 대구에는 CSR에 대한 개념이 거의 정립되지 않았다. 이는 오히려 기회다. 왜곡된 정의가 확산되기 전에 지방정부와 기업·시민이 함께 CSR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대구에 맞는 CSR활동을 디자인해 나간다면 전국 최고의 글로벌 기업도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지속가능함은 과정의 공정함과 결과의 순수성에서 나온다. 사람을 중심에 두지않는 승자독식, 이윤의 최대창출에만 목적을 둔다면 오히려 기업의 존속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는 것을 일련의 사태들이 보여주고 있다. 전충훈 공공크리에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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