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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발빠른 트렌드 분석·추진력…2세 경영인들 섬유업계 희망 부상

2018-01-23

대구 섬유·패션 세대교체 바람 <상>

발빠른 트렌드 분석·추진력…2세 경영인들 섬유업계 희망 부상
국내외의 다양한 어려움 앞에 봉착한 대구·경북지역 섬유산업은 명맥을 잇기 위한 새로운 세대들의 도전이 희망으로 여겨지고 있다. 대구 서구 염색산업단지 전경. <영남일보 DB>
발빠른 트렌드 분석·추진력…2세 경영인들 섬유업계 희망 부상
벽진바이오텍이 지역 최초로 생산한 모달니트. 촉감이 좋아 여성의류에 많이 사용된다. <영남일보 DB>

대구에서 ‘섬유’는 이제 대표 산업보다 사양 산업이라는 수식어가 더 많이 쓰일 정도다. 중국 등 저가 해외 생산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밀리고, 수출 감소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부진을 겪은 지 오래다.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도 섬유도시의 명맥을 이어나가려는 지역의 2세대 경영자와 신진·중진 패션디자이너들의 노력은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지역 섬유를 이끌어왔고 또 이끌어갈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대구·경북의 섬유패션산업이 재도약할 방향과 과제, 해결책을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해본다. 그 첫 번째로 ‘섬유도시 대구’의 현주소를 짚어봤다.


안정 추구 기성세대와 차별화
과감한 투자로 성과 거두기도
설비 노후, 매출·종사자 감소 등
지역 업계 대부분 어려움 겪어
경기 등 타지역과 경쟁도 심화
세대교체 산업살리기 대안 부상


◆산업 규모 줄고 설비 노후화

대구·경북은 섬유 원사부터 직물, 염색 가공, 패션까지 전 스트림 체계를 갖춘 데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 다이텍연구원, 패션산업연구원 등 다양한 전문생산기술연구소가 들어선 국내 최대 섬유산업 집적지다.

15일 한국섬유기계융합연구원에 따르면 대구·경북은 전국 섬유업체 수의 16%, 고용의 18.9%, 출하액의 24.8%를 차지하고 있다. 섬유업종은 지역 내 전체 제조업에서도 업체 수 15.7%, 고용 12.3%, 출하액 5.9% 등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 주력산업으로 꼽힌다. 하지만 최근 몇년 새 사업체와 종사자 수가 줄고 있는 데다 보유 설비 노후화와 인력 부족으로 대부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대구의 섬유 관련 사업체(의복, 의복액세서리 및 모피제품, 섬유제품 제조업) 수는 2014년 5천98곳에서 2015년 5천93곳, 2016년 4천992곳 등 매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종사자 수도 2014년 3만2천965명, 2015년 3만2천465명, 2016년 3만2천311명 등 줄어드는 추세다.

또 융합연구원과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최근 대구·경북의 섬유기업 1천398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하반기 기준으로 44.8%는 업체를 설립한 지 17년 이상, 14.4%는 27년 이상이었다. 제직기, 편직기, 염색가공기, 직물염색기 등 직기 수명 또한 절반 이상(55.8%)이 도입된 지 17년이 넘었고, 10.6%는 27년 이상 된 것으로 조사됐다.

서말용 섬개연 기업지원본부장은 “대구는 근대화 과정에서 산업단지들이 만들어진 데다 중소기업 비중이 높아 전국에서도 노후산단 재생사업 1순위로 꼽히는 지역”이라며 “통상적으로 직기 수명이 20년 정도라고 봤을 때, 지역 섬유기업들이 생산성과 품질관리를 위해 노후된 생산설비 교체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국내외 입지 좁아져

섬유 수출 실적도 해마다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대구경북지역본부에 따르면 대구·경북의 지난해 전체 수출액은 2016년(454억3천300만원)보다 크게 늘어난 520억8천500만원을 기록했다. 반면 직물 수출액은 2014년 18억9천500만원, 2015년 16억9천300만원, 2016년 16억원에 이어 지난해 15억6천300만원까지 감소했다. 전체 수출액 중 직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13.4%, 2015년 13.3%, 2016년 13.0%, 2017년 11.8%로 줄어드는 추세다.

이는 값이 저렴한 소재를 주로 사용하는 패스트 패션이 확산되는 데다 중국 저가 원단의 가격 경쟁에 밀려 경쟁력을 잃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내에서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경기도가 섬유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나서면서 국내 섬유패션산업 1위 자리도 위태한 수준이다.

경기도는 2012~2016년 1차 섬유산업 육성 종합계획을 추진하면서 경기섬유종합지원센터 건립, 염색·피혁산업단지 조성, 경기 패션창작스튜디오 설치 등 섬유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을 완료했다. 그 결과 경기도내 섬유산업체는 2011년 7천504개에서 2014년 8천305개로 늘었으며, 수출액도 2011년 21억달러에서 2015년 24억달러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섬유산업 총 수출액이 159억달러에서 143억달러로 감소한 것과 비교하면 주목할 만한 성장세다.

경기도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21년까지 섬유패션산업 육성에 2천411억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스마트·에코 섬유패션산업의 메카 경기도’를 비전으로 신기술 개발을 위한 한독 공동연구소 개소, 섬유패션산업특구 지정 등을 추진한다. 경기도는 이 같은 계획이 완성되는 2021년에는 일자리 1만5천900개 창출과 수출액 32억달러 등을 달성하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때문에 지역에서도 이에 대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섬유업계 관계자는 “경기도가 발표한 계획대로 성장할 경우, 전통적 섬유산지인 대구·경북을 누르고 규모나 실적면에서 월등히 국내 섬유패션산업의 1위 자리를 굳히게 될 것”이라며 “지자체가 위기 의식을 갖고 섬유산업 살리기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가업승계 경영 혁신에 희망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역 섬유산업의 명맥을 이을 2세대 경영인들에게 희망을 거는 이들도 있다. 대구에 정착한 이들 중에는 국내 명문대를 졸업하고 경영을 이어가거나, 대기업에 근무하다 그만두고 공장을 맡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3년 설립된 호신섬유(경산 진량읍)는 이석기 대표의 아들인 이준호 실장이 경영에 참여하면서부터 소재개발 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다. 이 실장은 기업부설연구소를 설립하고 다양한 신소재 제품을 잇따라 내놓은 데 이어 지난해에는 자동차 내장재용 복합소재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그 덕에 매출이 2014년 28억원에서 2016년 86억원 수준으로 3배가량 뛰었다.

대구경북섬유었물조합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다행히 최근에는 가업승계에 뜻을 보이는 기업과 20~40대 후계자들이 차츰 나타나고 있는 추세”라며 “섬유산업은 정년이 없는 평생 직장인 데다,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건비와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지역 중소 섬유업체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2세 경영자들은 발 빠르게 트렌드를 읽고 새로운 먹거리를 찾아나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이들은 안정감을 추구하는 기성세대들이 다소 무리하다고 판단하는 방안들도 과감하게 밀어붙여 의외의 큰 성과를 거두는 등 최근 업계의 희망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주역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연정기자 leeyj@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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