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
    스토리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01111010001550

영남일보TV

오대금속, 모발이식 사업 뛰어든 車부품업체 "위기 때는 분산투자가 답"

2020-11-26

'연발형 모발이식기' 상용화 성공
"전기차 시대 생존 전략 절실"
ETRI·경북대 기술 이전받아
'한번에 10개 이식' 기기 개발
서울·부산 등 전국 병원 납품
자동화율 70%로 상품성 향상
로봇형 이식장치도 개발 계획

2020111101000389800015501
오대금속 연구개발센터에서 한 연구원이 연발형 모발이식기를 제조하고 있다. 한 번 장전으로 10개의 머리카락을 심을 수 있는 연발형 모발이식기는 전국 병의원에 납품되고 있다.

주식의 대가 앤드류 토비아스는 '달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을 통해 분산 투자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 곳에만 집중하면 큰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잘못되었을 때는 막대한 손해를 입을 수 있어서다. 분산 투자는 오늘날 단순히 주식에만 한정하지 않는다. 세계 및 국내 경제 흐름에 따라 회사 경영 상황이 수시로 변하는 CEO들에게도 그대로 적용된다. 한 가지 사업만 집중하다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가지 못해 망하는 회사를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대구 달성군에 위치한 오대금속<주>은 국내 자동차부품업체로는 최초로 '연발형 모발이식기' 개발에 성공해 의료사업에 진출한 지역 유망업체다. 오대금속 본사를 찾아 의료사업 진출 배경과 앞으로의 계획 등을 들어봤다.

◆내연車 부품 미래 위기감

오대금속 R&D(연구개발)센터 1층 건물에서는 지난해 상용화에 성공한 연발형 모발이식기 제작이 한창이었다. 연발형 모발이식기는 바늘이 10개 장착돼 있어 한 번 장전으로 10개의 머리카락을 심을 수 있는 장치다. 샤프펜슬을 다루듯 기기 끝부분을 누르면 원통형 바늘 모듈이 회전하면서 자동으로 다음 이식 모낭을 준비하는 연발형 모발이식기는 기존의 단발형과 달리 작업 효율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다. 이 센터에서는 하루 300개의 연발형 모발이식기를 생산해 경북대병원을 중심으로 서울·부산·광주 등 전국 병의원에 납품하고 있다.

자동차부품업체인 오대금속이 의료사업에 뛰어든 이유는 기존 업종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었다. 1978년 설립 이래 내연 자동차부품을 주력으로 생산해 사업역량을 확장하고 있지만 언제까지 시장상황이 '장밋빛'일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연발형 모발이식기를 개발하게 됐다.

김창현 오대금속 대표는 "전기자동차 시대가 도래하면서 내연 자동차부품 사업에 대한 위기감을 느꼈다"며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노력하다 우연한 기회에 연발형 모발이식기를 발견하고 사업에 착수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2020111101000389800015502
오대금속 연구개발센터 전경.

◆연발형 모발이식기 전국 납품

오대금속은 지난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경북대 연구팀의 기술이전을 통해 연발형 모발이식기 개발에 성공했다. 이후 '의약품제조 품질관리기준(GMP)'과 '의료기기 제조인증(KFDA)'을 획득하고,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도 마쳤다.

아직은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오대금속의 연발형 모발이식기의 장래는 밝은 편이다. 최근 탈모 증세를 보이는 사람들이 늘어 모발 이식 시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오대금속이 개발한 연발형 모발이식기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탈모증으로 진료받은 인원은 2015년 20만8천534명에서 2019년 23만3천628명으로 4년 새 12% 증가했다. 오대금속이 개발한 연발형 모발이식기를 시술 과정에 사용해 본 의료기관에서는 이 장치의 장점으로 시간 단축과 효율성을 꼽았다.

김문규 경북대병원 모발이식센터 교수는 "모발이식 수술의 경우 한 번에 3천~4천 모낭을 피부에 이식하기 때문에 수술 시간이 평균 3시간 이상 걸리는데, 이 장치를 사용하면 시간을 기존 대비 반으로 줄일 수 있다"며 "또한 모낭의 체외 노출 시간도 줄어들어 생착률 향상에 일정 부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분산투자가 원동력

자동차부품 업체인 오대금속이 의료기기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던 것은 타 업체와 달리 분산 투자 능력이 뛰어났기에 가능했다. 대개 자동차부품 업체가 1~2가지 제품을 주력상품으로 생산하는 것과 달리 오대금속은 엔진과 미션을 포함한 200여 가지의 자동차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자동화율도 70% 이상 달성해 상품성을 끌어올려 의료기기 사업의 확실한 '캐시 카우' 역할을 했다. 실제 오대금속의 연매출은 2018년 329억원에서 2019년 372억원으로 상승했다. 또한 뛰어난 위기관리 능력으로 올해에만 대구시 스타기업, 글로벌 강소기업, 글로벌 IP 스타기업에 차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대금속은 연발형 모발이식기 기술을 토대로 내년에는 전동식 모발이식기를 출시하고, 향후 인공지능 기술을 접목한 로봇형 모발이식장치를 개발할 계획이다.

김창현 오대금속 대표는 "자동차부품 업체가 의료기기 사업을 한다는 것이 생소할 수도 있지만, 사실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에겐 우수한 설계 능력이 있고, 여러 협력업체를 관리하는 노하우도 있다"며 "40여 년간 쌓아온 기술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의료기기 제품을 만들어보겠다"고 말했다.
글=오주석기자 farbrother@yeongnam.com
사진=손동욱기자 dingdong@yeongnam.com

기자 이미지

오주석 기자

영남일보 오주석 기자입니다. 경북경찰청과 경북도청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기사 전체보기
기자 이미지

손동욱 기자

기사 전체보기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영남일보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