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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가] 이규리 시인 신간 '당신은 첫눈입니까'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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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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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랑 차거나/ 단단했지만/ 어느 쪽도 남지 않았다// 투명한 거짓말/ 남지 않은 것만이 다시 뭉쳐/ 입을 닫았다// 냉철한 매혹이었다// 혼자 버렸어요/ 혼자 지웠어요// 당신은 있었습니까"(이규리 시 '얼음')

이규리 시인의 신간 시집 '당신은 첫눈입니까'가 발간됐다. 출판사 문학동네의 시인선 151번째 시집이다.

'1부 우리 서로 미래를 돌려주었는데' '2부 너무 아름다워서 너무 미안해서 다른 말을 하기도 했다' '3부 두 개의 흔들림과 두 번의 수평' '4부 저는 제가 없어진 줄 모르겠습니다' 등 총 4부로 이뤄진 시집에는 '얼음 조각' '모르는 새' '미안하다 말을 못해서' '유리의 나라로' '벽에서 벽으로' '전야' 등 60여 편의 시가 실려 있다.

시집에서 시인은 특유의 섬세한 시선으로 '순간을 붙들며, 또 순간을 보내주며' 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하다.

"그걸 뭉쳐 고이 방안에 두었던 적이 있다// 우리는 허공이라는 걸 가지고 싶었으니까/ 유일하게 허락된 의미였으니까// 저기 풀풀 날리는 공중은 형식을 갖지 않았으니// 당신은 첫눈입니까"

표제작 '당신은 첫눈입니까'에서 시인은 이렇게 고백한다.

조대한 문학평론가는 해설에서 이 시인의 시들을 인용해 "반가운 첫눈을 맞던 겨울이 끝나고 언젠가 당신의 흔적마저 모두 휘발된 봄의 문턱이 찾아올 것이다. 그 새로운 세계로의 진입이 언제나 '시작에 불과하다는 것', 그리고 '끝을 모른다는 것'이 늘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며 "이 계절의 문턱을 넘어서면 또 어떤 새로운 세계가 나타날지, 이후 우리의 존재는 어떻게 변해갈지 지금 이곳에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시인은 그 '불확실에게 생을 건' 채 보이지 않는 상자를, 두고 온 미래를, 너머에 있는 당신을 한 번 더 연다"고 말했다.

이규리 시인은 1994년 '현대시학'을 통해 등단했다. 시집으로 '앤디 워홀의 생각' '뒷모습' '최선은 그런 것이에요'가 있고, 시적 순간을 담은 산문집으로 '시의 인기척' '돌려주시지 않아도 됩니다'가 있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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