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지자체 공공조형물 사업 예산낭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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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구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이현공원에 그리팅맨이 설치 될 예정이다. <대구 서구청 제공> |
대구지역 지자체의 공공조형물 사업에 대해 불만을 나타내는 시민들이 적지 않다. '보여주기식 행정', '예산 낭비'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지적은 공공조형물 설치 과정에서 시민들의 공감을 얻으려는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각에선 공공조형물 설치에 대구지역 예술가들이 상대적으로 소외받고 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관광지 아닌 시민공원에 대형조각상 '그리팅맨' 설치 결정
◆ 서구청 '그리팅맨' 설왕설래
대구 서구청은 올해 말까지 서구 이현동에 위치한 이현공원에 '그리팅맨'을 설치할 계획이다. 서구청은 지난 13일 서구청은 공공조형물 심의위원회를 통해 그리팅맨 설치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팅맨'은 유영호 작가가 조각 작품이다. 현재 경기도 연천군, 멕시코 유카탄주 메리다 등 국내외에 설치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 그리팅맨은 국내외에서 유명하다. 특히 중남미에서 많이 회자되고 있다. 멕시코 뿐 아니라 우루과이에도 설치됐다. 서울대 조소과 출신의 유영호 작가는 그리팅맨을 통해 전세계에 '인사'의 중요성을 알리고 있다.
유영호 작가의 작품성과 별개로 서구 주민들 사이에선 '생뚱맞은' 곳에 설치될 예정이라 '세금 낭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주민 김모(41·서구 중리동)씨는 "여름이면 어린이 물놀이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곳이 이현공원이다"라면서 "관광지가 아닌 시민 공원에 대형 조각상이 필요한 이유를 모르겠다. 세금 낭비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라고 했다. 홍모(여·36·서구 평리동)씨는 "예술작품은 존중하지만, 지자체들이 막대한 예산을 들여 조각상 을 만드는 것에는 반대한다"라면서 "코로나19로 어려운 서구 주민이나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게 훨씬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라고 말했다.
서구청은 '그링팅맨'의 설치 이유로 서대구역이 개통하게 되면 대구를 맞이하는 역할을 하게 되는 데 해당 조형물의 의미와 맞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그런 의미를 담았다면, 이현공원이 아닌 서대구역사에 조형물을 세우는 게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이모(41)씨는 "서구를 상징하기 위해서라면 사람들이 많은 곳에 설치하는 게 맞지 않겠냐"면서 "유동인구도 많고 서구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서대구역이 적절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서구청은 "지난해 이현공원에 실시한 공공미술프로젝트 사업이 긍정적인 반응을 얻으면서 조각상 설치 계획을 검토하게 됐다. 대형 조형물을 설치하고 그린웨이 쪽에 어울리는 작품을 추가 전시하면 좋겠다는 구상이었다"라며 "서대구역의 경우 정비가 끝나지 않아 설치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해당 작품 설치는 아직 준비 단계이다"라고 했다.
일각에선 대구지역 작가를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 수도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대구에서 활동 중인 작가 A씨는 "지역 작가들도 충분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다. 지역 작가가 만든다면 상징성이 더 있지 않겠느냐"면서 "코로나19 상황으로 어려운 지역 작가들을 위한 방안도 생각해야 한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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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18년도에 설치 된 '2만년의 역사가 잠든 곳' 조형물은 꾸준한 논란을 가지고 있다. <영남일보 DB> |
◆ '공공조형물' 꾸준한 논란
공공조형물의 논란은 꾸준히 있었다. 대구 달서구 진천동에 설치된 '2만 년의 역사가 잠든 곳'이 대표적이다. 해당 조형물의 경우 지난 2018년 약 2억 원을 투입해 제작됐다. 당시 '광고 천재'로 알려진 이제석씨가 작업해 주민들의 기대감이 높았다. 그러나 해당 작품의 경우 설치 이후 논란에 시달렸다.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조형물이 설치될 당시 철거해달라며 주민 3천여 명이 청원을 내기도 했다. 해당 조형물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분분하다. 한 주민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크기가 조금 작아도 되지 않아도 될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특별한 의미를 전혀 모르겠다. 주변 환경과도 여전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라면서 "철거 비용이 들지 않는다면, 철거해도 무방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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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부터 시작 된 공공미술프로젝트로 대구 남구 앞산 큰골에 설치된 조형물. 대구시 제공 |
외국에서도 공공조형물에 대한 논란은 제기되고 있다. 최근 중국 남부 구이저우(貴州)성 젠허(劍河)현에는 높이 88m 대형 조각상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중국 네티즌들은 해당 조각상이 세금 낭비라며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중국 정부는 '대형 조형물 건설 관리에 대한 통지'를 발표했다. 해당 통지에 따르면 높이가 10m 이상이거나 너비가 30m 이상인 조각물은 '중요 건설 프로젝트'로 보고 지방정부가 관리하도록 했으며, 높이가 30m 이상이거나 너비가 45m 이상인 조형물은 엄격하게 관리하겠다고 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세우지 못하게 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 긍정적 효과...예술계 일자리도 창출
◆ 시민 '공감' 얻어야
공공조형물의 긍정적인 효과도 분명 있다. 공공조형물을 관광콘텐츠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게 대구 지자체의 설명이다. 실제 일부 작품은 화제를 일으키면서 사람들을 모르는 관광자원이 되고 있다. 해당 지역에 방문객이 늘어나면 인근 상권 활성화 등 경제적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일으킨다.
또 공공조형물 사업에 지역 예술계가 참여하게 되면 일자리 창출 효과도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8월부터 올해 4월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문화뉴딜 사업의 목적으로 '공공미술 프로젝트'가 실시됐다. 해당 프로젝트는 코로나19로 침체된 지역 예술계에 지속적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평범한 일상 공간을 시민들의 쉼과 휴식의 문화공간으로 재생하고자 추진한 국가시책 사업이다. 이 사업으로 대구 지역 예술계에는 약 300여 명의 일자리가 창출됐다. 김광석길, 수성못, 앞산 등에 미술작품이 설치됨에 따라 지역 주민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한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장모(여·60·수성구 지산동)씨는 "수성못에 운동을 하러 자주 가는 데 최근 수성못에 설치된 작품들을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라면서 "주변환경과 잘 어울리는 작품이면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지역 예술인들에게 힘이 됐으면 한다"라면서 "시민들의 일상 가까이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문화 명소가 되기를 기대한다"라고 했다.
이런 공공조형물의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하기 위해선 시민들의 '공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혜수 경북대 교수(행정학과)는 "지역특성과 맞지 않거나 대표성 부족, 갈등 조장 등의 공공조형물은 사전에 정리하는 절차가 필요하다"라면서 "숙의형 여론조사를 통해 시민들의 감성과 지성을 활용한다면 계획에서 수정·보완될 수 있다. 또 시민들이 수용할 수 있는 결과도 이끌어 수 있을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정지윤기자 yooni@yeongnam.com
정지윤
영남일보 정지윤 기자입니다.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