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 수평선 붉게 올라오는 시각
잔씨알 벵에돔으로 산뜻한 스타트
확실한 포인트인 관음도 노인바위
밑밥으로 발 앞에 묶어둔 자리돔떼
7m수심층 제법 굵어진 씨알 입질
30㎝ 후반급까지 마릿 수 타작
![]() |
에메랄드빛이 찬란한 벵에돔을 낚아낸 금성철 프로. |
이쯤 하면 이제 됐다 싶은데 도무지 낚싯대를 접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마릿수로는 이미 라이브웰을 꽉 채웠다. "4짜 한 마리 봐야 하는데….룖금성철 프로가 6시간째 집요하게 한자리를 공략하고 있는 이유는 오직 그것 하나였다.
◆오팔 아이(opal eye)
오팔 아이. '벵에돔'의 영어 이름이다. 청록색 혹은 코발트색, 어쩌면 검푸른색의 보석 오팔. 그 보석 같은 눈을 가진 물고기가 바로 벵에돔이다. 찌낚시 대상어 중에서도 가장 테크니컬한 기법으로 승부하는 물고기.
나는 금 프로와 함께 오팔 아이를 찾아 울릉도에 들어갔다. 지난 6월7일 오전 5시. 우리가 오른 곳은 울릉도 북동쪽 관음도에서도 동쪽 끝에 뚝 떨어져 있는 '노인바위'. 태하마을 도보 포인트에서 백기투항을 했다. 수면에 착수한 0C 어신찌가 가물가물 잠기다가 원줄이 쭉 펴진다.
핑~ 낚싯대가 휘고 잠시 후 벵에돔이 수면 위로 얼굴을 내민다. 수평선 너머 막 해가 올라오고 있는 시각. 25㎝급 정도의 비교적 잔 씨알이지만 산뜻한 스타트다. 스타트가 산뜻하다고 한 건 어제(6월6일) 울릉도에 들어와서 처음 찾아간 태하마을 도보 포인트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금 프로는 황경래 프로와 함께 울진 후포에서 오전 7시 배로 울릉도 사동항으로 들어왔고 나는 오전 8시 강릉항에서 출항한 씨스타를 타고 저동항으로 들어갔다. 오전 11시10분쯤 저동항에서 만난 우리는 인근 식당에서 꽁치물회로 점심식사를 하고 바로 태하마을로 이동했다.
울릉도 서북쪽 태하항에서 북쪽으로 이어진 둘레길 나무 데크를 따라 관광 모노레일이 놓인 연안을 끼고 한참을 걸어 들어간 곳. 우리는 오후 3시쯤 황토굴 북쪽 갯바위에 올랐다. 강한 남서풍이 제법 높은 너울을 불러오고 있는 자리에서 오후 6시 30분까지 버텨봤으나 별 무소득. 이곳은 과거 울릉도 컵 벵에돔낚시 토너먼트가 열리기도 했던 '명 포인트'지만 이날처럼 강한 바람과 높은 너울이 치는 날에는 속수무책이었다. 그러나 내일 낚시를 위한 몸풀기 출조였으니 큰 의미는 없었다. 우리는 근처 민박집에서 짐을 풀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 |
"왔다~!" 수평선 너머 막 해가 올라오고 있는 시각, 입질을 받은 금성철 프로. |
◆가장 확실한 마릿수 포인트, 노인바위
다음날(6월7일) 오전 3시에 일어난 우리는 컵라면을 마시고(?) 바로 저동항으로 이동했다. 푸르스름 밝아오는 저동항에서 독도낚시 출조 배(선장 석호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저동항을 빠져나간 배는 북쪽으로 방향을 틀어 10여 분 달린다. 이윽고 내 눈앞에 수면 위로 우뚝 솟은 시커먼 바위. 관음도 노인바위다. 울릉도 벵에돔 포인트 중에서도 마릿수가 가장 확실한 자리다.
엔에스 알바트로스VIP 0.8호 낚싯대를 꺼낸 금 프로는 0.5호 원줄에 0.5호 목줄을 직결한다. 목줄 길이는 일단 4m 정도로 시작한다. 쯔리켄 익스퍼트 구레V 0C부력의 어신찌 아래에 찌멈춤고무를 끼우고 4호 바늘을 묶은 후 첫 캐스팅. 노인바위 동쪽 끝자리에서 남동쪽으로 멀리 보이는 죽도를 향해 채비를 던진다.
"여기서는 저기 죽도 쪽으로 물이 흘러갈 때 입질이 잘 들어옵니다. 아직은 조류가 흐르지 않네요.룖
채비를 회수한 금 프로. 발 앞에 밑밥 2주걱을 뿌린 후 채비가 들어갈 전방 10m 지점에 3주걱의 밑밥을 던진다. 다시 발 앞에 1주걱의 밑밥을 뿌린 다음 10초쯤 기다린 후 채비를 던진다.
"잡어는 대부분 자리돔이네요. 밑밥 2주걱으로 자리돔을 발 앞에 묶어둡니다.룖
금 프로는 발밑에 있는 자리돔떼를 2주걱의 밑밥으로 묶어둔 후 포인트에는 3주걱의 밑밥을 던진 거다. 그러나 바로 채비를 캐스팅하지 않는다. 1주걱의 밑밥을 다시 발밑에 뿌린다.
"채비가 들어갈 자리에 뿌린 3주걱의 밑밥 착수음이 발밑에 묶어둔 자리돔을 부를 수 있거든요. 그래서 다시 한 주걱의 밑밥을 발밑에 쳐서 자리돔떼를 제대로 묶어두는 겁니다.룖이윽고 캐스팅. 3주걱이 들어간 밑밥의 삼각형 한가운데 찌가 안착한다. 목줄이 펴지면서 찌고무가 자리를 잡고 그 위에서 어신찌가 천천히 잠기기 시작한다.
◆부시리들이 잡어떼를 막아준다
입질은 바로 들어왔다. 25㎝급 벵에돔이 4~5m 수심층에서 원줄을 가져간다. 비슷한 패턴의 입질이 연속으로 들어올 무렵 물속 상황에 변화가 일어난다. 자리돔들이 갯바위 가장자리로 몰려 들어오고 있다.
"부시리가 들어왔네요.룖
금 프로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기자 정말로 물밑에 거대한 어체 몇 마리가 어슬렁거리는 게 보인다. 부시리 몇 마리가 채비 부근으로 들어온 거다. 자리돔들이 갯바위 곁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었다.
"자연스럽게 잡어 분리가 되고 있습니다.룖긍정적인 마인드다. 금 프로는 부시리가 들어오는 바람에 낚시가 어려워지기보다는 채비 포인트까지 잡어(자리돔)들이 몰려들지 않을 거라고 말한다.
금 프로의 말대로 부시리 유영층을 통과한 채비는 벵에돔 입질층까지 무사히 내려가고, 그때마다 입질을 받아낸다. 물론 두어 번 정도는 부시리를 걸어 목줄 채비가 터져나가기도 한다.
시간이 지나자 부시리들이 빠져나간 듯 좀 더 안정적으로 채비가 내려간다. 그런데 입질 수심층이 점점 깊어진다. 처음 4~5m 수심에서 입질을 하던 벵에돔들이 7m 이상 내려간 채비에 입질을 하는 경우가 잦아진다. 그러면서 낚이는 씨알이 점점 굵어지고 있다.
![]() |
이번에는 꽤 굵은 씨알을 걸어 알바트로스 기옥망 뜰채를 내렸다. |
◆깊은 수심층에서 굵어진 씨알
바닥까지의 수심은 8m. 금성철 프로는 목줄을 7m 이상으로 늘이고 찌 위 10cm 지점에 나비매듭을 한다. 나비매듭에 닿은 채비는 좀 더 빠르게 입질 수심층으로 내려간다.
시원스럽게 원줄을 차고 나가는 입질은 거의 없다. 가물가물 잠기던 찌의 침강속도가 빨라지는 정도가 어신이다. 아니면 늘어뜨린 원줄이 살짝 펴지는 정도. 벵에돔의 입질이 상당히 예민하다는 뜻이다.
대신에 깊은 수심층에서 입질을 하는 벵에돔들은 대부분 30㎝ 이상 씨알이었다. 개중에는 30㎝ 후반급의 제법 굵은 놈도 낚여 올라온다. 이렇게 오전 5시부터 11시까지 6시간 동안 노인바위에서 금 프로가 낚아낸 벵에돔은 50여 마리. 25㎝ 이하급은 바로 방생했다.
![]() |
조류는 낚시가 끝날 때까지 흐르지 않았다. 금 프로는 이 부분이 가장 아쉬웠나보다.
"저쪽 죽도 쪽으로 조류가 뻗어나가기만 하면 4짜 이상 씨알도 분명히 낚이는 자린데….룖 게다가 아직은 울릉도 주변 수온이 안정적이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 이날 금 프로가 받은 입질의 대부분이 예민했다.
"이제 막 시즌이 시작됐다고 봐야겠네요. 1주일 후면 상황이 더 좋아질 겁니다.룖
금 프로가 말하는 울릉도 벵에돔낚시의 제 시즌은 6월 중순부터다.
▨ 조황 및 출조 문의=울릉도 독도낚시 010-6262-0338
김동욱 <월간낚시21 기자 penandpower@naver.com>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