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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의 바다인문학] 피뿔고둥(소라)…물 빠진 펄에서 쉽게 '줍줍'…외지인 무분별 해루질에 몸살

2021-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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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라의 도감 명칭은 '피뿔고둥'이다. 그리고 '소라'는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뿔소라'를 말한다. 갯벌에서 서식하는 피뿔고둥과 달리 소라는 깊은 바다 갯바위 주변에 많다.

어떻게 잡을까
조차 큰 서해·남해·제주 서식
깊은 바다에선 통발로 건지고
갯벌에선 호미로 쓱쓱 긁어내
채취하는 여행객·주민 갈등도
제주에선 "비어업인 포획 제한"

어떻게 먹을까
반찬보다는 안주로 잘 어울려
생으로 먹으면 아삭하고 쫄깃
마늘·소금 넣고 볶으면 감칠맛
살짝 삶아 초장에 무쳐먹기도
쓸개·침샘은 제거하고 먹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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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는 반찬도 좋지만 안주로 더 잘 어울린다. 위쪽부터 소라젓갈, 소라무침, 소라숙회.

물고기나 해산물 이름에 접두어로 참돔·참숭어처럼 '참'이 붙으면 일단 맛이 있다. 그렇다고 개조개·개숭어처럼 '개'라는 이름이 붙은 것은 맛이 없다는 말은 아니다. 소라만 해도 그렇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소라의 도감 명칭은 '피뿔고둥'이다. 그리고 '소라'는 제주도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뿔소라'를 말한다. 갯벌에서 서식하는 피뿔고둥과 달리 소라는 깊은 바다 갯바위 주변에 많다. 피뿔고둥이 갯벌에 쌓인 유기물을 먹는다면 소라는 해조류를 좋아한다. 이렇게 '참'과 '개'는 산란 시기가 다르거나 많이 잡히는 시기나 장소가 다르기도 하다. 따라서 맛있는 시기가 다르거나 많이 포획되고 즐겨 섭취해 익숙한 맛일 수도 있다. 미각은 상대적이며 문화이기에 어느 쪽이 좋고 나쁘다고 평가할 수 없다. 제주 사람들에게 피뿔고둥에서 뻘내음이 날 수 있고, 서해 사람들에게 소라는 딱딱하고 깊은 맛이 없다고 평할 수도 있다. 양쪽 다 자기들이 즐겨 먹는 '참소라'다. 맛있는 진짜 소라쯤 될까. 이 둘 말고 동해 사람들에게는 '백골뱅'이라 부르는 물레고둥에 익숙하다. 이렇게 서해 피뿔고둥, 남해 소라, 동해 물레고둥은 아마 고둥 삼총사라 할 만큼 사랑을 받고 있다.

갯벌이 많은 서해에서 피뿔고둥을 참소라라 부르는 것이 이상할 것 없다. 깊은 바다에는 통발에 고등어를 넣어 소라를 잡고 물이 빠진 갯벌에서는 호미로 소라를 캐거나 줍는다. '자산어보'에 고둥류를 '라(螺)'라 하고 '라사'의 무리는 모두 껍데기가 돌처럼 단단하며 밖은 거칠고 속은 매끄럽다고 했다. 고둥류 중 피뿔고둥은 '해라(海螺)'라 했다. 제주에서 해녀들이 채취하는 소라는 '검성라'라 적고 속명은 '구죽(仇竹)'이라 했다. 소라는 뚜껑이 단단하지만 피뿔고둥은 얇은 막으로 이루어져 있어 갯벌 위를 미끄럼을 타듯 느리게 이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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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덕적도 포구에 열린 '바다역시장'. 막 삶은 고둥부터 삶은 고사리, 말린 생선, 골뱅이, 대수리, 굴 등 철따라 다양한 나물과 해산물을 판다.

◆통발보다 무서운 여행객의 해루질

지난 10월 어느 날 밤이다. 안면도 고남마을 앞 바다에 몇 개의 불빛이 배회하는 것이 포착되었다. 처음 보면 영락없이 도깨비불이다. 이들은 소라를 잡기 위해 전등을 들고 '해루질'을 하는 중이다. 횃불을 들고 물이 빠진 조간대에서 밤에 먹이활동을 하는 게, 조개, 낙지, 소라 등을 잡는 것을 말한다. 조차가 큰 서해나 남해 일부 그리고 제주도에서 가능하다. 물이 빠졌더라도 걸어 다닐 수 없는 펄갯벌보다는 모래갯벌이나 혼합갯벌이 더 좋다.

충청도 서해안, 경기만 일대에 해루질을 하려는 사람이 많이 모여든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과 충돌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재미 삼아 해루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전문으로 해산물을 채취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채취할 수 있는 대상이나 양을 정하지 않았기에 지역 어민들의 맨손어업과 갈등이 생기는 것이다. 해루질로 몸살을 앓는 곳은 제주도다. 급기야 제주도 '비업인이 포획·채취 제한 및 조건'을 고시하기도 했다. 수산자원관리법에는 어업인이 아닌 자가 수산자원을 포획했을 때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이에 대해 해루질 모임에서는 레저인의 행복추구권 제약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제주도에서는 소라나 문어 등이 해루질 대상이지만, 서해나 남해에서는 피뿔고둥과 민꽃게와 낙지 등이 대상이다. 특히 갯벌에 서식하는 피뿔고둥은 잡기도 쉽고 맛도 좋다. 낮에도 갯벌체험을 하면서 많이 잡기도 한다. 낮에는 펄 속에 묻혀 있기 때문에 밤보다 찾기 어렵다. 동해에서는 해양레저용 슈트를 입고 바다에 들어가 홍합이나 문어 등을 잡기도 한다.

◆서해 어시장의 감초, 소라

덕적도는 주변에 작고 아름다운 섬을 거느린 큰 섬이다. 인천에서 출발하는 쾌속선이 덕적도에 도착하면 작은 배를 타고 원하는 목적지로 향한다. 일종의 바다역인 셈이다. 그래서 포구에 노점을 열어 섬 산에서 뜯어온 나물, 밭에서 기른 채소, 바다에서 건져온 해산물을 놓고 팔았다. 이곳에 '덕적도 바다역시장'을 만들었다. 주말에 열리는 장터를 주민 주도 시장으로 전환하고 장옥을 만들었다. 막 삶은 고둥부터 삶은 고사리, 햇볕에 말린 생선, 골뱅이, 대수리 그리고 피뿔고둥에 굴까지 철 따라 다양하다. 쾌속선에서 막 내린 등산객이 소라를 한 바구니 사 들고 식당으로 들어간다. 식사를 하면서 소라를 삶아 한 잔할 생각이다.

인천수산시장 젓갈집에서는 소라젓갈을 만날 수 있다. 조개젓갈도 있는데 소라라고 젓갈을 담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제주도에서는 해녀들이 잡은 뿔소라를 살짝 데쳐서 진공포장을 해서 택배로 보낸다. 피뿔고둥을 삶아서 팔지는 않지만 염장을 해서 보관한 것이다. 소래시장이나 대천수산시장에는 아예 소라를 전문으로 파는 곳도 있다. 크기별로 나누어 놓고 해감이 잘된 소라를 골라준다. 주문을 받아 택배로 보낼 만큼 인기가 많다. 통발을 놓아 전문으로 잡는 사람들이 공급해주는 소라다. 이렇게 큰 시장만 아니라 무안 망운장, 해남 남창장 등 바닷마을 오일장에도 단골로 등장하는 것이 소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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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최고의 간편식, 소라무침

소라는 반찬도 좋고 간식도 좋지만 역시 안주로 잘 어울린다. 광고처럼 '아줌마 여기 골뱅이 한 접시'라고 금방 튀어나올 것 같다. 마늘만 썰어 넣고 팬에 볶아 간만 맞춰도 맛있다. 생으로 먹는 것보다 살짝 볶은 것이 감칠맛이 있다. 피뿔고둥은 야외로 나갈 때 잘 어울린다. 삶아서 먹기 좋게 손질하고 갖은 채소를 씻어 담고 초장만 준비하면 된다. 목적지에 도착해 가져온 재료를 버무리기만 하면 최고 반찬이 되고 안주가 된다. 현지에서 막걸리 한두 병 준비하면 더 바랄 것이 없다.

피뿔고둥은 뻘에 서식하기 때문에 솔을 이용해 깨끗하게 세척한 후 끓는 물에 10분 정도 삶아서 살을 꺼낸다. 그리고 몸통과 내장을 분리한다. 내장에 초록빛 쓸개를 가위로 제거해야 한다. 그리고 살을 반으로 자르면 노란색을 띠는 침샘을 제거해야 한다. 사람에 따라 어지러움, 구토, 복통, 배탈의 원인이 되는 테트라민이 포함되어 있다. 참소라 회는 식감과 맛이 좋다. 아삭하고 쫄깃하고 감칠맛이 진하다. 뿔소라보다 전복보다 더 좋다. 다만 여름에 조심해야 할 수산물이다.

소라는 여름에 가격이 싸고 가을과 봄과 겨울에 비싸다. 피뿔고둥이 있는 곳에 골뱅이라 부르는 큰구슬 우렁이나 갯고둥도 많다.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원

'내 집 마련'이 꿈인 주꾸미, 몸에 맞는 소라껍데기만 보면 '환장'
주꾸미잡이, 통발 대신 소라껍데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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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라껍데기를 이용해 주꾸미를 잡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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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운동, 쇼핑, 업무 심지어 회식까지 집에서 해결한다. 여행도 캠핑카·차박 등 패턴이 바뀌고 있다.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본인도 안전을 챙기는 일상으로 문화가 바뀌고 있다. 이럴 때면 집을 가지고 다니는 생물들이 부럽다. 이런 딜레마는 인간에게만 국한되지는 않는 모양이다. 늘 집을 찾아야 하는 바다 생물 중 하나가 주꾸미다. 소라처럼 딱딱한 껍데기를 가지고 있다면 좋으련만 빠르지도 않고 살갗도 부드러우니 걱정이다.

알을 낳아 온전히 부화할 때까지 보전할 곳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소라껍데기다. 소라 구멍이 나선형으로 이루어져 안으로 몸을 숨기고 입구에 낙엽이나 그릇 조각을 끌어다 놓으면 웬만한 적들의 접근을 막을 수 있다.

그래서 몸에 맞는 소라 껍데기만 보면 주꾸미는 다투어 차지하려 한다. 이를 잘 아는 어민들은 소라 껍데기를 엮어서 바다에 넣어 두었다가 거두어 잡는다. 원리는 통발과 비슷하지만 미끼를 넣지 않는다. 그냥 소라만 집어 넣어다가 꺼내서 안에 들어온 주꾸미를 잡는다. 이렇게 집을 탐하다 영영 바다와 이별하는 일이 종종 발생한다.

통영 바다에서 고성, 남해, 여수, 고흥, 장흥 그리고 신안, 영광, 부안, 군산, 서천, 안산, 옹진 등 서해에서도 바닷가에 줄에 엮어 쌓여 있는 소라 껍데기를 볼 수 있다. 최근에는 인공으로 만든 주꾸미잡이 도구들이 보급되기도 했다. 그래도 어민들은 자연산 피뿔고둥 껍데기만큼 잘 잡히는 것은 없다며 고집스레 옛날 방식으로 조업을 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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