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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국의 입시제도, 미국 교육시스템에서 힌트를 찾아라

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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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오(행정학박사/ Director of Academic Affair, Pacific States University)

즐겁고 유쾌한 3월의 캠퍼스 낭만은 교육환경 변화로 지나간 대학문화가 되었다.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로 구성된 미국 대학 역시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많은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한국 교육의 근간은 일본식이다. 모든 교육정책을 국가가 주관하고 성적 위주로 진행한다. 반면 미국 교육은 선택과 책임을 중시하면서 스스로의 세금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국가의 통제를 최소화하면서 학생의 선택권과 역할을 중시한다. 즉 학생들의 자율권을 보장하는 측면에서 수강 신청과 이동수업이 시장의 원리에 따른다. 한국은 학교 역량이 입시에 치중돼 있어 학생들에게 만족할 만한 교육서비스를 제공하지 못 하는 실정이다.

미국은 우선 한국교육시스템에 없는 대학 인증제도(Accreditation)가 있다. 1차적으로 주정부 교육국이 대학인가를 허가해 주고, 2차적으로 연방정부 교육국으로부터 승인받은 비정부 대학 인증 기관에 졸업이 가능한 교육프로그램을 인증해주는 법적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통상 5~10년 주기로 재평가를 한다.

다음은 학사관리제도다. 1년에 총 4학기로 구분하는 쿼터(Quarter)제와 3월과 9월 두 학기로 시작하는 시메스터(Semester)제로 구분해 선택적으로 학사일정을 진행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이 수강과목에 대한 일정을 사전에 계획하기 쉽고 졸업 시점을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으며 학업을 자신의 수준에 맞춰 선택할 수 있는 제도다. 그리고 입시의 기준이 시험이 아닌, 입학 자격평가에 맞춰져 있어 학생들의 재능을 다각도로 평가해 대학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언제든 외부의 교육 혁신제도를 편견 없이 받아들이며 학생 중심의 학사 운영 서비스를 제공한다.

코로나19 이후 미국 대학의 교육환경은 역동적이며 과감한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전공영역을 대폭 줄이는가 하면 면 대 면 강의와 물리적 캠퍼스의 탈피, 비학위 과정의 확대와 맞춤형 학습소프트웨어 개발, 개별수준과 상황에 적합한 교육 방법 도입, 학습 성과를 극대화하는 솔루션 개발, 축적된 빅데이터를 활용한 교육과 전면 온라인 강의를 위한 플랫폼 구축, 그리고 대학 간 폭넓은 학점교류 등 불확실한 미래를 대비하는 변화의 움직임이 더욱 명확하게 목격되고 있다.

대표적인 대학이 미네르바스쿨(Minerva School)과 올린공대(Olin College of Engineering)다. 이 두 대학은 기존의 교육 방법과 완전히 다른 형식의 실용적인 교육철학을 추구하고 있다. 세계가 캠퍼스이며 경험을 강조하는 미네르바스쿨은 학습활동과 직접 관계되지 않는 시설을 제공하지 않고 면 대 면 일방향 강의, 전통적인 교과과정, 종신교수제 등을 과감하게 파괴하는 방식의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신흥명문 올린공대는 사회적 역량을 기를 수 있는 융합과목, 학생들이 직접 강의에 참여하는 학생참여강좌, 문제 해결의 솔루션을 직접 개발하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교과과정이 구성돼 있다. 올린공대 초대 총장인 리차드 밀러는 미래의 혁신경제는 지식과 기술보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협동적·윤리적·공감적·사업가적·국제적 사고방식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혁신적인 변화만이 대학이 우수한 학생 유치를 위한 숲을 가꾸는 일이라고 역설했다.

한국은 지금도 교육부가 전권을 가지며 교육부의 기조에 맞춰 대학의 입학전형을 결정한다. 입시업무는 대학교육의 핵심이며 그 어떤 개혁도 입시제도 개편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이제는 대학의 지배구조와 정형화된 기존의 법적·제도적 틀을 과감히 바꿔야 한다. 매년 교육부가 대학의 기본역량평가를 통한 재정 지원과 입학 정원을 감축하는 방법으로 대학구조를 설계하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이 아니라 고육지책에 불과하다. 정부가 관여하지 않으면서 제도적·운영적 측면의 자율성에 대한 전권을 대학이 가지는 미국의 교육제도와 같은 진정한 민주주의적 교육시스템이야말로 4차 산업혁명 시대 대학의 생존전략이다. '대학이 사라질 것인가 아니면 새롭게 재탄생할 것인가'에 대한 논제는 이제 차기 정부가 풀어야 할 몫이다.

김영오(행정학박사/ Director of Academic Affair, Pacific States Univers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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