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석 수 17석 중 '5분 발언'한 시의원 3명뿐인 의회도
포항·구미 등 거점도시는 상대적 우수
개인당 조례 발의·시정질문 활동 낙제
◆의정 활동 성적 '빵점'
도내 23개 시·군 기초의회 중 5분 발언, 조례안 발의, 시정 질문 등 의정활동을 정량적으로 분석해 상대적으로 '우수하다'고 평할 수 있는 곳은 포항시·구미시·안동시 등 각 권역 거점도시 의회를 꼽을 수 있다. 제8대 임기 중 포항시의회 시의원의 5분 발언, 조례안 발의, 시정 질문 수는 각각 153회, 96회, 49회다. 구미시의회는 각각 71회, 68회, 15회로 나타났고 안동시의회는 각각 87회, 105회, 45회였다.
하지만, 의원 개인당 의정활동을 분석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의원정수 32명인 포항시의회는 시의원 절반인 16명이 임기 중 한차례도 5분 발언을 하지 않았다. 조례안을 공동·대표 형태로 발의한 적이 없는 시의원도 5명이나 있었다. 안동시의회와 구미시의회에서는 각각 3명이 임기 중 5분 발언을 하지 않았다. 이들 시의회 의원정수는 각각 18명, 23명이다. 의석수가 17석으로, 도내 기초의회 중 다섯번째로 많은 김천시의회는 5분 발언을 한 시의원이 고작 3명에 불과했다. 김천시의회에서는 조례 발의, 시정 질문을 하지 않은 시의원도 각각 3명과 5명으로 나타났다.
인구 5만 미만의 군 단위 의회는 상황이 더욱 심각했다. 청송군의원 7명 중 5분 발언을 한 군의원은 현시학·정미진 군의원 2명 뿐이다. 현 의원은 청송군의원 중 유일하게 임기 중 군정질문을 2차례 했다. 고령군의회는 4년 임기 중 단 2차례만 5분 발언이 있었다. 의석수의 절반이 넘는 기초의원이 5분 발언을 하지 않은 의회는 포항(16명)·김천(14명)·청송(5명)을 포함, 고령(6명)·성주(4명)·봉화(4명)·울진(4명)·의성(8명)군의회 등 8곳이었다.
단 한 차례도 조례안 발의에 참여하지 않은 기초의원은 총 37명이다. 경주·영천시의원 각 6명, 포항·구미시의원 각 5명, 김천·영주·상주·경산시의원 각 3명, 군위·울진·울릉군의원 각 1명 등이다. 군정 질문을 한 번도 하지 않은 기초의원은 총 100명에 달했다.
땅 투기 의혹·공천 헌금문제 등 불거져 '징역' '사퇴'
업무추진비 부당사용으로 벌금형 선고
회기중 삿대질 인터넷방송 노출되기도
◆각종 기행 성적 '만점'
반면 각종 기행 성적은 '만점'에 가까웠다. 대표적 사례가 예천군의회의 '해외 연수 추태 사건'이다. 예천군의회는 2018년 12월 20일부터 10일 일정으로 미국 동부와 캐나다 등으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당시 박종철 전 부의장이 군의원을 험담하는 현지 가이드와 시비가 붙어 가이드를 폭행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박 전 부의장은 손사래를 치다가 얼굴에 약간의 부상을 입힌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날 상황이 담긴 CCTV가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들통났다. 또 연수 기간에 노래방 도우미가 있는 곳을 소개해달라고 요구한 권도식 전 군의원도 큰 비판을 받았다. 이에 예천군의회는 사건 당사자인 두 군의원을 제명했다.
군의원 2명이 제명된 예천군의회는 의원 7명 중 5명이 오는 지방선거에서 기초·광역의원으로 출마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8일 예천시민연대는 성명서를 통해 해외 연수 추태 사건 당사자인 군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하는 한편, 국민의 힘 안동·예천 당협위원장인 김형동 국회의원에게 이들의 공천 제외 등을 촉구했다.
지역 기초의원의 땅 투기 의혹도 잇따라 불거졌다. 안장환 전 구미시의원은 도량동 꽃동산공원 조성사업 예정지 땅을 차명으로 구매해 3배 정도 시세차익을 얻으려 한 혐의로 구속돼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았다. 또 다른 구미시의원은 자신 소유의 땅과 인접한 곳에 도로 개설 특혜 의혹이 제기돼 장기간 경찰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나인엽 전 고령군의원도 업무상 알게 된 비밀을 이용해 부동산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항소심에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각종 구설도 잇따랐다. 구미시의원 1명은 지방선거 당시 공천 헌금 문제로 검찰 수사를 받아 스스로 의원직을 그만뒀다. 영주시의원은 업무추진비 부당 사용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벌금 80만원이 선고됐다. 또 다른 영주시의원은 현재 같은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구미시의회는 회기 중 의원 상호 간 삿대질과 욕설을 주고받는 소동이 인터넷 방송에 고스란히 노출돼 시민들로부터 큰 비난을 받았다. 안동시의회는 지난 연말 본회의에서 시의원끼리 손짓과 몸짓 등으로 서로를 웃기려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의정활동 수준 30년째 제자리…전문인력·정당지원 필요
'공천이 곧 당선' 구조적 문제 되풀이
지자체-의회간 견제·균형 이뤄져야
◆기초의회가 달라지려면?
지역 기초의회가 30년째 제자리걸음만 반복하는 가장 큰 원인은 의원 개인의 자질을 비롯해 제도적인 문제, 의회 차원의 문제 등을 꼽을 수 있다. 우선, 개인적 자질의 문제를 살펴보면 연임이나 정당 공천을 위한 행보를 들 수 있다. 지역구 단순 민원 해결에 치중하거나 얼굴을 알리기에 수월한 지역 행사 참가 등이 사실상 기초의원의 가장 큰 역할이 되면서 의정활동의 질적 저하를 초래했다. 지킬 수 없는 선심성 공약을 남발하는 것도 결국 의원 개인의 자질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의회나 소속 정당 차원의 제대로 된 교육 등 지원체계가 부실했던 점도 큰 요인이다. 의회 인사권 독립 등은 이뤄졌으나 제대로 된 지원 인력이 없는 점도 기초의회 의정활동 수준을 끌어올리는데 걸림돌로 작용했다. 기초의원이 각종 질의, 5분 발언, 조례안 발의 등을 하기 위해선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만, 전문성을 갖춘 인력이나 정당의 지원은 거의 없다. 경북도의회의 경우 2019년 연말 정책보좌관을 채용한 이후 의정 활동 등에서 이전과 비교했을 때 두드러지는 성과가 있으나 기초의회는 그렇지 못하다.
이로 인해 각 시·군 기초의원들이 발의하는 조례안 대부분이 지자체 입법인 실정이다. 지방 권력에서 행정부·입법부 역할을 하는 지자체와 의회 간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의정활동 질적 저하 등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라는 지적이다.
보수정당 공천이 당선으로 이어져 온 구조 또한 문제다. 의정활동보다 지역구 국회의원 선거 운동 돕기 등에 치중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달라진 정치환경도 기초의회 내 갈등을 되풀이하게 한 요소였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등의 여파로 일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이 기초의회 내 진입에 성공하면서 기존의 보수정당 소속 정치인들과 밥그릇 싸움까지 더해졌다.
지역 시민단체 관계자는 "그동안 기초의회에 대한 견제와 감시의 기능이 일정 부분 부족한 점도 있었다"며 "결국 기초의회가 살아야 지역이 살 수 있다. 오는 지방선거에서는 지역을 위해 일하는 일꾼을 선출하고, 이들에 대한 철저한 감시 역할을 통해 지방분권을 이끌 수 있도록 나서겠다"고 말했다.
양승진기자 promotion7@yeongnam.com <경북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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