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
이달 초 서울 강남의 성형외과 진료실에서 찍힌 영상이 인터넷에 무단 유출되어 유명 연예인을 비롯한 다수의 여성 환자를 진료하는 장면이 담긴 카메라 영상이 온라인에 올라왔다. 이러한 환자 정보 유출은 2021년 통과된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방안이 담긴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의료계가 우려하던 내용 중 하나이다. 의료법 개정안에는 환자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은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의무적으로 설치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고, 해당 법안은 유예 기간 2년을 거쳐 9월25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각 병의원들이 의료법 개정안 시행 시기에 맞추어 수술실 CCTV 설치를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 이러한 환자 정보 유출 문제가 이슈화되어 한편으로는 정보 보안의 중요성과 이에 대한 투자의 필요성에 대하여 다시금 생각해볼 기회가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사실 환자 정보 유출 문제는 암호화를 통한 영상보안을 통하여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법 개정안 본격 시행을 6개월 앞두고 병의원들은 구색 맞추기식으로 수술실 CCTV 설치를 진행하고 있고, 공급업자들은 병의원들의 이러한 니즈를 반영하여 저가의 제품을 납품하고 있는 실정이 문제인 것이다. 수술실 CCTV 설치 의무화 규정은 대리수술 등으로부터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발의가 된 것인데, 영상보안이 없는 수술실 CCTV는 '브레이크 없는 자동차'처럼 오히려 환자를 더욱 위험에 빠뜨릴 것이 자명하다.
의료계에서는 극히 일부 의료인의 일탈로 인하여 수술실에 의무적인 CCTV 설치 부담에 이어, 금번 환자 정보 유출로 인한 정보 보안에 대한 추가 부담으로 불만이 상당하다고 한다. 이러한 불만은 정부가 주는 CCTV 설치 보조금이 정보 보안 등의 투자가 고려되지 않은 낮은 수준이기 때문에 발생한 측면도 있다. 또한 수술실에서 촬영되는 영상은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이기 때문에 당장 이러한 민감한 정보를 생산하고 관리하여야 하는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혼선이 야기되고 있는데, 이는 영상 정보 생산과 관련된 장비의 최소 스펙이나 정보의 보관 및 관리와 관련된 절차가 미흡하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생각된다.
새로운 정책의 시행을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비용을 감수해야만 한다.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규정은 환자를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므로, 진정으로 환자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영상정보 보안'이 적용된 수술실 CCTV 설치가 의무화되어야 의미가 있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회적 비용에 대한 부담이 불가피한데, 사회적 비용인 보안 비용을 의료기관에 모두 전가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즉 사회적 비용 부담을 통해 공공선을 이루고자 하는 목적이 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수술실 CCTV 설치와 관련된 사회적 비용 중 일부를 공공에서 부담하는 것이 타당하다. 즉 정부 및 지자체에서는 수술실 CCTV 설치 관련 정부 보조금 예산을 늘려 각 의료기관에 지원함으로써 수술실 CCTV에 보안 기능을 필수적으로 적용되도록 유도하여야 하는 것이다. 이에 더하여 새로운 정책의 조기 안착을 위해서는 인증을 받은 제품을 설치하도록 유도하거나 영상정보를 관리하고 반출하는 절차를 구체화하는 등 공공 주도의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것 또한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박윤하 우경정보기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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