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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대구의 봄, 대구를 다시 봄

2023-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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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지난주 점심시간 직장 동료들과 경상감영공원에 봄꽃 구경을 갔다. 봄이 주는 설렘과 반가움에 나이도 잊은 채 우리는 막 피기 시작한 벚꽃나무 앞에서 어린 소녀처럼 환한 미소로 사진을 찍었다. 필자가 근무하고 있는 사무실 인근에는 경상감영공원 외에도 3·1운동만세길, 근대역사박물관이 있으며, 도로 하나만 건너면 경북 최초 기독교 교회인 제일교회와 120년 역사를 자랑하는 계산성당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 2·28기념중앙공원, 국채보상운동기념공원 또한 중구에 모여 있다. 경상감영공원은 조선시대 8도 체제가 도입되면서 지방 통치를 위해 파견된 관찰사가 거주하며 업무를 보던 감영(監營)이 있던 터다. 관찰사의 집무 공간과 관찰사의 처소를 2017년 시민들에게 개방했는데 이는 조선시대 관청 건물로서 희소한 역사적 가치를 지닌다. 이처럼 역사와 문화 자산이 풍부하고, 도시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으며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각각의 장소들을 재조명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외지인보다 인근에 근무하는 직장인들이 더 많이 방문하는 듯하여 조금 아쉽다.

반면 SK텔레콤, 신한은행, 우리은행 등 대기업 본사들이 모여있는 서울 을지로에는 버스킹을 하는 무명의 아티스트들과 그들의 노래를 듣기 위해 돌바닥에 앉아 손을 맞잡은 다정한 연인들이 청계천 변 저녁을 수놓는다. 이곳은 과거 6·25 전쟁 후 가난한 시절 어린 소녀들이 남동생 학비를 벌기 위해 견습공으로 일했던 옷 만드는 공장이 있던 장소다. 연남동은 용산과 신의주를 연결하던 경의선 운행을 중단하면서 도시재생사업에 힘입어 연트럴파크라는 젊음과 예술의 장소를 탄생시켰다. 폐철길에 잔디를 심고 이국적인 분위기의 노천카페들을 유치하면서 핫플레이스가 되었고 오늘날 반려견과 함께 산책 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다. 연남동, 합정동, 경리단길의 경우 예술가들의 손길이 지역 일대를 명소로 만드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본래 젊은 무명 미술 작가들의 작업실이 모여 있던 동네였는데 허름한 카페나 펍들이 낡은 건물 외형을 그대로 보존하면서 작가들의 도움을 받아 감각적인 디자인의 카페와 펍으로 변신하여 입소문이 나기도 했다.

도시재생사업비 규모와 홍보 예산, 정주 인구 및 유동인구 수에서 비교가 되지는 않지만 대구의 골목들이 지니고 있는 역사와 문화 콘텐츠는 서울 핫플레이스들에 뒤지지 않는다. 중세 고딕 건축 양식의 아름다운 계산성당 앞뜰을 산책하고 있노라면 엄숙한 교리 수업을 받는 신학생들과 사랑을 속삭이며 밀회를 즐기는 앳된 남녀가 보이는 것만 같다. 이상화 시인의 생가터에 앉아 백년 묵은 라일락 나무를 바라보며 무말랭이 차를 마시고 있노라면 고뇌에 찬 이상화 시인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독백이 들리는 듯하다.

도시든 브랜드든 역사가 오래되고 전통이 깊을수록 과거 역사에 대한 성실한 연구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오랜 세월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자산을 훼손하지 않고 오롯이 담아내면서도 젊은 감성과 연결고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벚꽃이 대구 지역 곳곳에서 꽃망울을 터뜨리고 있다. 이번 주 흐드러지게 만개한 벚꽃나무 아래서 경상감영공원 산책도 하고 근대역사박물관 앞에서 인스타그램 인증샷도 찍어보려 한다. 내가 사랑하는 나의 고향 대구가 낳은 천재 시인 고월(古月) 이장희가 '봄은 고양이로다'에서 노래한 것처럼 '푸른 봄의 생기'가 대구에 다시 뛰놀기를 기대한다.
곽현지 곽병원 홍보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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