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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일보TV

[더 나은 세상] 의사가 되려는 이유, 대구 IB학교 수업에서 받은 감동

2023-06-08

교사·학생 자발적 수업 참여
공교육의 경쟁력을 제시한
대구 IB학교 수업 참관 통해
의사만들기 혈안 된 韓국민
교육 현장 다시 돌아보게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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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사스카툰에서 내 집은 주로 백인들이 거주하는 도시의 오래된 번화가 동네 아파트였다. 같은 층에 참 참하고 성실하다 싶어 볼 때마다 눈길 가던 지역 출신 의대생이 살았는데, 그 학생이 이사하던 날 이별 점심을 먹었다. 졸업 후 계획을 물으니 토론토대학에 가서 수련받고 돌아와 고향에서 홈리스들을 위한 이동 출장 진료를 하고 싶다고 했다. 홈리스들이 스스로 병원을 찾아 검진이나 진료를 받기 어려우니 그런 의료시스템이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다른 의사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일은 아닐 것 같아 물어보니 기본 월급이 있어 생활할 수 있으니 괜찮다고.

그 얘기를 할 때, 20대 그녀의 반짝이던 맑고 예쁜 눈빛을 지금도 기억한다. '훌륭한' 의사라면 슈바이처 박사부터 오지 의료봉사자를 떠올리긴 해도, 일상에서 그런 이유로 의사가 되고 싶다는 사람을 나는 처음 만나 보았다. 캐나다로 오는 많은 한국인도 자녀의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고, 의사가 되면 '성공한' 이민·유학 케이스라 회자되지만, 평생이 보장되니 걱정을 덜고 보람있겠다거나, 그래서 결혼이며 병원 운영을 어떻게 잘할지에 대한 이야기들이었다. 누군가의 진심은 늘 깊은 감동을 주고, 그를 응원하게 한다.

지난달, 대구시의 IB, 즉 국제 바칼로레아 월드스쿨 수업을 참관할 기회가 있었다. 남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그때와 비슷한 종류의 깊은 감명을 받았다. 소위 말하는 좋은 학군의 학교가 아니라는데 전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수업의 질도 높았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학생을 대하는 방식과 진심으로 수업을 즐기고 자부심을 느끼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IB 수업이, 정책에 의해 일률적 틀에 맞춘 수업을 매끈하게 해내는 것이 아닌, 교사와 학생 관리자 등 구성원들이 함께 빚어낸 그 학교만의 어떤 특유의 문화로 체화된 느낌, '사람' 냄새 나는 교육이다 싶어 왜 그럴까 궁금해졌다. 나중에 들어보니, 거기엔 승진 등의 목표를 위한 경력 쌓기가 아닌, '손잡고 같이 울면서' 이 학교의 IB 교육이란 어떤 걸까를 진심으로 고민한 선생님들이 있었다고 한다. 공교육의 경쟁력이란 바로 이런 것이지, 이런 교사들이 열정과 사명감에 몰려 무리한 헌신을 강요받지 않도록 지속 가능한 행정적 지원이 필수적이란 생각을 했다.

사람들이 선망하는 좋은 직업이란, 그 진입 과정에서도 이후에도 업무의 강도와 스트레스가 크기 마련이다. 실리콘밸리의 거대 IT 기업들이 명상 등의 프로그램들을 통해 직원의 번아웃 등 스트레스 관리에 많은 노력을 쏟아붓는 이유이다. 부나 명성 등의 보상으로 만족감을 얻기도 하겠지만, 삶도 커리어도 긴 레이스이니 결국 가장 큰 경쟁력은 자신의 업에 대한 진심이 아닐까.

온 국민이 자녀의 의대 진학에 필사의 레이스를 벌이는 것 같은 나라 한국에서, 더구나 그 모든 의료인력들의 절대 다수가 모여 일하고 있을 서울시에서, 5세 어린이가 응급실 병상이 없어 숨졌다는 보도를 보았다. 소아과 전공의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고 한다. 궁금해진다. 이 치열한 한국의 의대 진학, 의사만들기 레이스는 진정 누구를 위한 것인가? 마찬가지로, "공부는 학원에서 하는 거지 뭘 학교에서"란 농담이 회자될 정도로, 공교육과 교사의 위상이 흔들리는 지금 한국에는 어떤 학교와 교사들이 필요할까? 오늘도 자신의 업에 진심인 모든 분께 파이팅! 신현정 캐나다 사스카추안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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