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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교권침해와 교실붕괴, 얼마나 심각한가?

2023-07-31

수업 분위기 해치는 학생행동

교사가 바로잡을 수 없다면

다른 학생 학습권 침해받아

학생 인권 보호도 중요하지만

교권침해 면죄부 악용 말아야

[아침을 열며] 교권침해와 교실붕괴, 얼마나 심각한가?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교권침해와 교실붕괴는 도를 넘어 나라의 근본을 흔드는 지경에 이르렀다. 지난 18일에 있었던 서울 서이초등학교 새내기 교사의 극단적 선택을 계기로 교권침해 문제가 연일 사회적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그러나 교권침해와 교실붕괴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학부모의 교사에 대한 폭언, 폭행은 물론 심지어 중고등학교 학생의 교사에 대한 폭언, 성희롱, 폭행 사례들이 수시로 보도되고 있다. 지난달 말에는 서울 양천구, 지난 23일에는 부산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학생이 선생님을 무차별 폭행해 전치 3주의 상처를 입히는 끔찍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것은 예외적 사건이나, 단순한 폭행 사건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전국초등교사 노동조합이 지난 21일 2천390명을 대상으로 한 교권침해 실태 조사에서 99.2%의 교사가 교권침해를 당했다고 답하였다. 교권침해를 사례별로 보면,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49.0%, 정당한 생활지도에 대한 불응·무시·반항이 44.3%, 학부모의 폭언·폭행이 40.6%, 학생의 폭언·폭행이 34.6%, 관리자 갑질이 18.3% 등이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사들이 학생지도 및 교실 통제에 대한 자신감을 상실하면서, 교실 파괴가 일상화되고 있다. 인재는 나라의 근본이고, 학교 교육은 인재를 양성하는 핵심 시스템이라는 점에서, 도를 넘은 교권침해와 교실붕괴는 한국 사회를 붕괴시키고, 나라의 미래를 암울하게 만드는 엄청난 문제이다.

학교 교육이 어쩌다 이 지경에 이르게 되었는가? 학생인권조례의 개정 논란이 뜨겁다. 교권과 학생인권은 모두 중요하고 보호되어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학생인권조례가 우리 사회에 매우 잘못된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의 잘못된 행동을 바로잡는 교사의 주의조치가 학생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잘못 인식되고, 이런 인식 속에서 일부 몰지각한 학부모와 학생들이 정당한 교육권을 행사하는 교사에게 폭언과 폭행을 일삼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학생인권의 미명 하에서 이런 사건들에 대하여 단호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고, 그 결과 이른바 '깨진 유리창 효과'가 나타나면서 심각한 수준의 교권침해가 확산일로에 있다.

특히 초중고 교육은 인성 교육을 기본으로 해야 한다. 초중고 교육의 우선순위는 '지덕체'가 아니라, '체덕지'이어야 한다. 학생과 학부모의 폭언, 폭행, 악성 민원에 불안해하는 교사들이 어떻게 학생들에게 올바른 인성과 건강한 시민의식을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을 할 수 있겠는가?

교권은 단순히 교사의 권리 보호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수업 분위기를 해치는 학생의 행동을 교사가 바로잡을 수 없다면, 교권 붕괴는 물론 다른 학생들의 학습권도 심각하게 침해받게 된다. 수업 시간에 학생이 잠을 자도, 수업 분위기를 해쳐도, 휴대폰으로 다른 행동을 하여도 교사가 어떤 제재도 할 수 없다고 한다. 이런 교실에서는 인성교육도 지식 교육도 불가능하고, 건전한 학생들의 윤리의식마저 마비될 위험성이 있다. 공교육 붕괴는 단층노동시장, 사교육 의존적 성적서열경쟁에 근본적 원인이 있고, 교육행정기관과 학교 및 교사의 책임도 있지만, 교권 및 교실붕괴도 하나의 핵심적 요인임에 틀림없다.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하지만, 노동시장과 교육시장의 동시적 개혁은 물론 교육권과 학습권이 철저하게 보장될 수 있도록 관련 법과 교육행정이 전면적으로 정비되어야 한다. 학생인권 보호는 학습권을 보호하는 것이어야지, 학생과 학부모의 비윤리적 교권침해 행위까지 정당화하거나 면죄부를 주는 데 악용되어서는 안 된다.

이효수 (전 영남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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