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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의 길] 단순하게 소박하게

2023-08-11

[책 속의 길] 단순하게 소박하게
전은해 (새마을문고 대구남구봉덕2동분회 부회장)

20대 초반의 일이다. 친구가 이야기 끝에 소박하게 사는 게 평생소원이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나는 "넌 어떻게 그렇게 야망도 없니"라며 핀잔을 줬던 기억이 있다. 그 시절 야망 없는 친구를 이해할 수 없다며, 나는 뭔지도 모를 나의 야망을 위해 밤낮 분주했다. 아침에 일어나 학교로, 직장으로 가는 반복된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시간을 죽여 왔다. 그런 생활을 하면서 책은 학생들이나 보는 것으로 알았고, 독서는 배부른 사람들의 취미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던 중 봉사 단체에서 나눠 준 한 권의 책, '단순하게 소박하게'라는 책이었다.

전기도 전화도 없는 산골에서 생활하는 스님의 이야기였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내 머릿속은 갈증이 최고조일 때 마시는 시원한 물 한 모금처럼 시원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지게 도인인 육잠 스님의 토굴인 '두곡산방'이 자리한 곳은 거창의 가북이었고, 마침 그곳은 이모 두 분이 살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숲속에서 자연과 동화된 스님의 삶이 소박하지만 잊지 못할 영화의 한 장면처럼 몰입하게 만들었다.

특히 현대 문명이 주는 편리함과 편안한 삶을 거부하고 자연의 흐름에 순응하면서 스스로 만족하는 스님의 삶을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잔잔하게 이어가는 숲속 생활의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행간 곳곳에서 읽히는 에피소드 덕분에 도시생활에 대한 생각과 반성의 시간을 가지게 했다. 특히, 지금 우리 삶은 넘쳐나는 일회용품과 플라스틱 제품 등과 같은 무절제한 자원 낭비로 인해 지구가 병들고 있다.

고백하자면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한 권의 책을 온전히 읽은 것은 '단순하게 소박하게' 이 책뿐이다. 이 책을 읽는 동안 20대 시절 친구가 소박하게 살고 싶다고 말한 뜻을 수도 없이 되뇌어 보게 되었다.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친구한테 핀잔을 준 그 시절을 돌이켜 보면서 부끄러웠다.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이 소중하다는 생각보다 부족하다는 생각이 더 컸기에 육잠 스님을 만난 이후부터는 단순하고 소박하게 살기를 꿈꾼다.

전은해<새마을문고 대구남구봉덕2동분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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