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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 선택의 시간

2023-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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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나에게 휴무일인 지난 월요일. 가족과 함께 백화점에서 시간을 보내던 중 죽마고우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몇 주 전 친구의 아버지께서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서 응급실에 가셨고, 검사 결과 급성 폐렴과 폐출혈로 폐에 고인 피를 빼는 시술 후 중환자실에서 연명 치료를 받고 계신데, 의료진의 노력에도 회복 가능성이 낮아 이제는 연명을 위한 조치들을 중단할 것인지, 계속할 것인지를 놓고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의료 장비에 의해서 생명을 유지하고 계시는 지금 그 조치들을 중단한다는 것은 아버지의 삶과 죽음을 가족들이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인생을 살면서 수많은 선택의 순간들이 있지만, 이 얼마나 가혹하고 어려운 일인가 하는 생각에 나는 먹먹해졌다. 어떤 사람이 그런 상황에서 아버지의 목숨을 포기할 수 있을까? 나는 그 무거움에 짓눌려 '가족들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하는 선택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말 외에는 친구에게 할 수 없었다.

돌이켜 보면 우리가 인생을 살아간다는 것은 수많은 선택의 시간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 같기도 하다. 지나온 시간 매 순간의 선택이 만들어낸 삶이 현재 나의 모습이고, 지금의 선택들이 향후 나의 인생을 결정하는 것이니 말이다. 크고 작은 많은 선택들이 있겠지만 얼마 전 있었던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사연을 보면, 평소에는 정말 대수롭지 않았을 작은 선택 하나가 사람들의 생사를 갈라놓았다는 사실을 보면서 선택은 어느 것도 가벼운 것이 없음을 새삼 느낀다.

그런 무거운 생각들의 시간이 흐르고 있을 때, 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문화산책 필진을 제안하는 전화였다. 향후 두 달은 대구국제아트페어 행사 개최를 준비하는 일정으로 너무나도 바쁜 시기라 나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고, 또한 나의 부족한 글이 독자들에게 소개된다는 것이 나에게는 심적으로 부담스러운 제안이었음에도 그 순간만큼은 깃털처럼 가볍게 바로 하겠다는 답을 드렸다. 아마도 앞서 무거웠던 고민과 선택의 결정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도 가벼운 고민거리라는 생각이 그 순간 들어서였던 것 같다.

6일부터 대한민국 최고의 아트페어인 키아프와 세계 3대 아트페어 중 하나인 프리즈가 서울 코엑스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세계 곳곳의 화랑들과 명화들이 한데 모이는 행사를 우리나라에서 관람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누구나 집에서 쉬고 싶은 휴일. 서울 나들이로 육체적으로는 더 피곤해질 수 있겠지만, 지금은 곁에서 얼굴을 어루만질 수 있는 가족들과 함께 고상한 그림들을 감상하며 문화가 깃든 추억을 가족에게 선사하는 행복한 선택을 필자는 추천드린다.
김민석 〈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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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석 〈대구화랑협회 총무이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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