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닫기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
    밴드
  • 네이버
    블로그

https://m.yeongnam.com/view.php?key=20230908010000970

영남일보TV

[여의도 메일] 자립 준비, 홀로서기에서 함께하기로

2023-09-11

[여의도 메일] 자립 준비, 홀로서기에서 함께하기로
조은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한 사람만, 옆에 단 한 사람만 있었어도…." 지난달 12일 방영된 SBS '뉴스토리'를 보면서 나도 모르게 나온 탄식이다. '어느 청년의 쓸쓸한 죽음'이라는 제목의 방송에서는 자립 준비 청년들의 막막한 실태를 다뤘다. 자립 준비 청년이란 만 18세가 되면 보육원 같은 아동양육시설에서 나와 홀로서기를 해야 하는 젊은이들을 말한다. 말이 좋아 '자립 준비'지, 부모도 보호자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퇴소해야 한다는 것은 사실상 '자립 강요'나 다름없다고 방송에서는 지적한다. "잘살아 보려고 수없이 노력했지만, 인생을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았어…." 홀로서기가 버거웠던 한 청년이 남긴 마지막 말이 아프게 가슴을 때린다. 도움이 절실했지만 그의 옆에는 들어줄 사람이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이날 SBS 뉴스토리에는 내게서 취재해 간 멘트도 짧게 나온다. 지난 7월10일 '자립 지원 대상 청소년 지원 및 고용 촉진을 위한 특별법'을 대표 발의한 것이 계기가 됐다. 공공기관과 지방 공기업 정원의 0.3% 내에서 자립 준비 청년에게 고용기회를 주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방송시간을 빌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출발점이라도 비슷하게 해줘야지요. 정부 지원이 끊겨도 사회의 일원으로서 당당하게 설 수 있도록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게 필요한데, 저는 그것이 바로 일자리라고 봅니다." 평소에 해오던 생각을 밝혔다. 보건복지부 조사에 따르면 자립 준비 청년들의 실업률은 일반 청년의 2배에 달하고, 평균소득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한다. 방송에서 설명했듯이, 물고기를 주는 것도 좋지만 물고기를 잡게 해주는 것이 청년들에게는 더욱 중요하고 시급하다. 방송을 녹화하면서 입법 준비 과정에서 만난 사회적기업 브라더스키퍼의 김성민 대표의 말이 떠올랐다. 보육원 출신인 김 대표는 "취직하려면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자립 준비 청년들은 거기서부터 벽에 부딪친다"고 이야기한다. 아픈 과거를 밝히는 것부터 심리적 부담감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서류전형에서 탈락하기 일쑤고, 어렵게 입사해도 주위의 편견 때문에 오래 다니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공공 부문에서 먼저 고용기회를 거들어줘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자립 준비 청년들을 위한 법안은 구청장 시절 약자와의 동행 정책들을 추진할 때부터 꽤 오랫동안 구상해온 것이다. 2020년 6월 조례를 제정하고, 12월부터 '서초형 자립 지원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보호 대상 연령을 만 18세에서 만 24세로 확대하고, 자립지원금도 정부지원금 외에 5년간 최대 5천500만원까지 더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정부보다 1년여 앞선 조치들이다.

또 같은 해 9월 '서리풀 디딤돌 자립지원단'을 구성해, 이듬해부터 전문가 멘토단이 경제 문제와 심리 문제 등을 1대 1로 컨설팅해줬다. 이와 함께 자립 준비 청년들이 취업할 때까지 함께 지원해주는 '서초형 희망사다리 프로젝트'를 시행하기도 했다. 이번 청년고용 촉진 특별법 발의는 이런 노력들의 연장선상에 있다. 당시 한 청년의 말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아무도 없다고 생각하니 너무 두렵고 막막했는데, 멘토를 만나 고민을 나눌 수 있어 좋았어요. 저도 이제 기댈 수 있는 사람이 생겨 든든해요." 그렇다. 한 사람, 옆에 단 한 사람만 있어도 된다. 청년들의 홀로서기는 '혼자'가 아니라 '함께'여야 한다. "한 줄기 빛만 있어도 어둠은 금이 간다"는 말이 있다. 0.3%, 청년고용 촉진 특별법의 이 작은 숫자가 청년들의 막막한 가슴에 한 줄기 희망의 빛으로 다가가기를 소망한다. 단 한 사람씩이라도 일자리를 가진다면, 청년들의 삶과 사회는 변해나가리라 믿는다.

조은희 국회의원 (국민의힘)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 인기기사

영남일보TV

부동산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