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의 지역은행 거래 비중이 극히 미미하고 사회 공헌 기여도 역시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대구혁신도시(위쪽)와 경북 김천혁신도시 전경. 이현덕기자 lhd@yeongnam.com |
대구경북 혁신도시에 입주한 공공기관들이 금융 거래에서조차 무늬만 '지방 이전'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 사회에서 돈의 흐름에 따라 사회 구조가 재편되는 것을 감안하면, 혁신도시의 금융 거래 문제는 '수도권 블랙홀' 현상을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지역은행은 나라 경제의 실핏줄
대구銀 사회공헌액 비율 '당기순이익 13%'
금융사각지대 보듬고 영세업자 밀착 지원
금융은 흔히 '산업의 핏줄'로 비유된다. 사람 몸에 혈액을 흐르게 하면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는 핏줄처럼 금융은 사회에 자금이 원활히 돌게 하면서 경제를 숨 쉬게 한다. 시중은행이 국가 경제의 대동맥이라면 지역은행은 지역 중소기업부터 동네 구멍가게까지 생명을 불어넣는 '실핏줄'이다. 지역은행은 시중은행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지역 금융 사각지대를 보듬으면서 핵심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 영세사업자 등에 대한 밀착 지원은 지역은행의 전문 분야다. 지역에서 조성된 자금이 다른 지역으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지역에서 재투자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역 사회에 대한 실질적인 사회공헌 기여도도 시중은행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은행연합회에 보고된 2021년 기준 은행별 사회공헌활동 현황에 따르면 DGB대구은행의 당기순이익 대비 사회공헌활동 금액 비율은 13.01%이다. 부산은행(15.20%)과 경남은행(12.42%), 광주은행(11.68%), 전북은행(10.78%) 등 지역은행들의 사회공헌율은 전반적으로 높았다.
반면 신한은행(7.76%), 국민은행(7.09%), 하나은행(6.57%), 우리은행(7.26%) 등 시중은행의 사회공헌율은 지역은행에 비해 크게 떨어졌다. 주 영업권역이 수도권인 만큼 지역에 대한 사회 공헌 활동이 떨어진다.
대구은행의 경우, 최근 금융감독원의 2023년 상반기 관계형 금융 취급실적 및 우수은행 평가에서 중소형 은행 1위를 차지해 주목을 받았다. 평가 기준에는 자영업자 지원, 비금융서비스, 지분투자 등 항목이 포함돼 있다.
혁신도시 공공기관들 지역은행 외면
대구경북 이전 22개 기관 중 '대구銀 주거래' 단 한 곳도 없어
국가 주도로 형성된 지방 혁신도시의 공공기관들의 경우 지역은행과 거래율이 극히 미미한 실정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구경북 혁신도시 이전 공공기관 22곳 중 대구은행을 주거래은행으로 이용하는 기관은 단 한 곳도 없다. 각 기관과 은행 간 거래가 전혀 없지는 않지만 시중은행 대비 그 비중이 극히 미미한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역은행을 보유한 부산경남, 광주전남 등의 혁신도시도 대구경북과 별반 다르지 않은 상황이다.
공공기관 지방 이전으로 달성하려는 궁극적 목적은 지역 균형발전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이다. 입주 공공기관들이 시중은행에 절대적인 비중을 두고 거래하는 모습은 혁신도시 조성의 목적과 정면 배치되는 셈이다. 지역은행이 지역 경제 상황과 지역 기업의 특징을 잘 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시중은행 중심 거래는 지역 자금을 역외로 내보내는 결과를 초래한다. 지역 금융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은 물론이고, 지역 내에서 자금이 제대로 돌지 않으면서 지역 인재까지 수도권으로 떠나게 하는 '나비효과'를 만든다. 가뜩이나 자금 흐름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는 지역은행으로선 자칫 지역 사회공헌활동을 줄일 수밖에 없는 악순환까지 발생할 수도 있는 셈이다.
정치권의 개선 시도가 있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에서 국민의힘 양금희(대구 북구갑) 의원이 2021년 5월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으나, 2년여가 지난 현재까지 상임위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은 혁신도시로 이전한 공공기관이 지역 발전을 위해 수립하는 계획에 해당 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여유자금의 지역은행 예치 실적에 관한 사항을 포함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국적인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에 비해 경쟁력이 낮은 지역은행을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양금희 의원실은 "혁신도시가 어떻게 보면 '하드웨어'만 지방에 와 있다. 지역 자금의 지역 내 재활용은 지역 내 일자리 창출 등으로 연계할 수 있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행동에 나선 지역은행들
지방은행협의회 "지역 상생 방안 찾아야"
공공기관 자금 '지역銀 예치' 법제화 추진
지방은행협의회는 공동 대응에 나섰다. 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제주은행 등 6개 은행은 "이전 공공기관이 지역 은행과 상생하고, 지역발전 방안을 함께 찾아야 한다"며 법 개정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혁신도시 조성 및 발전에 관한 특별법'에 지역 금융 우대 조항이 없기 때문에 해당 법에 지역금융활성화에 관한 사항이 포함될 수 있도록 법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상위법인 국가균형발전특별법은 지역금융활성화 조항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삼고 있다. 또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는 지역은행에 대한 우대사항을 신설하고, 이전 공공기관장은 운영자금·여유자금 등에 대해 지역은행 우대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고도 주장하고 있다. 법 개정이 어렵다면 관계부처의 지침 하달을 통해 금리가 다소 열세하더라도 지역은행에 예치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 것을 요구한다.
은행들은 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여론을 조성한 뒤 정치권 등에 특별법 일부 개정을 위한 의견서를 공동 제출하는 것을 과제로 설정했다. 세미나, 포럼 개최 등을 비롯해 내년 총선 정치권 공약에 반영시키는 데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일부 지역에는 지역은행이 없지만, 있는 지역에서만이라도 개정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편 대구은행은 시중은행 전환을 선포했다. 단, 대구에 본점을 두고, 대구를 주된 영업 지역으로 삼는 것은 여전한 만큼 '지방은행'이 아닌 '지역은행'이라는 개념을 정립했다. 차후 지방은행연합회와 공감대 형성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서민지 기자
정경부 서민지 기자입니다.이현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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