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빵 먹는 '정년이' SNS서 공유 인기몰이
협찬사가 영화제목·현대차 카메라로 촬영
작품성과 마케팅의 경계가 무뎌질 우려도
tvN드라마 '정년이'에서 극중 정년이가 먹던 찐빵이 출시된다.(사진 왼쪽) 영화 '아마존 활명수(중앙)'와 현대차가 영화 '밤낚시' 상영을 기념해 개최한 전시회 모습. <바른손이앤에이·현대차 제공>그래픽=장수현기자 jsh10623@yeongnam.com |
콘텐츠와 마케팅의 만남이 날로 진화하고 있다. 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이용해 굿즈상품을 만드는 전통적 마케팅을 넘어 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이 먹던 빵을 상품으로 출시하는가 하면 영화제목에 제품명을 차용하기까지 했다. 인기 콘텐츠를 현실속에서 보다 즐겁고 가깝게 즐길 수 있도록 했다는 반응과 함께 지나친 상업성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1 소리꾼 '정년이' 먹던 찐빵 나온다
tvN 드라마 '정년이'가 신드롬급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한국전쟁 후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소리천재 정년이의 도전을 그린 이 드라마는 3주 연속 '화제성 1위'를 차지하며 파죽지세의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국극'은 여성 배우가 작품 속 남성 배역까지 모두 연기하는 일종의 국악연극이다. 소리 중심인 창극과 달리 노래, 연기, 춤이 어우러져 보다 역동적이다. 한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국극은 국악의 퇴보와 함께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최근 드라마 '정년이'의 인기로 다시 한번 조명을 받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최근 드라마 '정년이'와 협업해 찐빵을 출시하기로 했다. 이에 앞서 정년이가 연습생과 찐빵을 먹는 장면은 SNS 상에서 영상이 공유되며 널리 인기를 모았다. 출시 제품은 드라마에서와 같이 하얀 외피에 단팥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2 제약회사와 협업 '아마존 활명수'
30일 개봉한 영화 '아마존 활명수'는 잘나가는 국가대표 양궁선수에서 구조조정 1순위로 전락한 '진봉'이 다시 한번 양궁으로 인생역전을 꿈꾸는 이야기다. 코믹연기의 1인자 류승룡, 잔혹한 킬러에서 코믹배우로 무한변신 중인 진선규, 그리고 브라질 현지배우 3인방이 엮어간다.
동화약품은 영화 '아마존 활명수'의 협찬사로 참여했다. 제작진은 기획단계에서 협찬사의 상품명을 영화제목으로 빌려왔다. 양궁선수가 시원하게 활을 쏘는 모습과 협찬사의 소화제가 막힌 속을 뻥 뚫어준다는 점에서 닮은 접점을 찾았다.
동화약품은 영화 개봉전 '아마존 활명수'와 협업한 유튜브 광고를 내보내 시선을 끌었다. 광고에서 류승룡은 '과식, 소화불량, 웃음'이라는 내레이션과 함께 소화제 제품의 홍보에 나섰다. 영상은 유튜브에 올라온 지 1개월 만에 조회수가 208만회를 넘어서는 등 입소문이 났다.
#3 현대차 카메라로 촬영한 '밤낚시'
현대차는 올해 독특한 콘셉트의 단편영화 한 편을 선보여 화제가 됐다. 배우 손석구와 현대차가 공동제작한 영화 '밤낚시'는 전기차 충전소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미스터리한 사건과 반전 스토리를 그렸다. 영화는 러닝타임 12분59초에, 단돈 1천원으로 영화관에서 관람할 수 있어 화제가 됐다.
특히 영화는 아이오닉5 내에 있는 카메라 7대로만 촬영했는데, 자동차 카메라의 시선이라는 독특한 콘셉트로 제작돼 눈길을 끌었다. 영화 '밤낚시'는 상영 5주 만에 4만6천명이 다녀갔으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28회 판타지아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선정 국제 단편경쟁부문 최고 편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현대차 지성원 전무는 "실험적이고 새로운 시도였다. 현대차 브랜드 마케팅은 앞으로도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시도를 멈추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다양한 방식의 마케팅이 늘어나면서 이를 바라보는 업계의 시선은 기대반, 우려반이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한국 콘텐츠가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면서, 이를 이용한 마케팅 역시 다양해지고, 적극적으로 바뀌는 추세"라며, "다만 마케팅과 작품성의 경계가 무뎌지는 것 역시 부정할 수 없는 현실로 소비자를 위한 보다 적극적 형태의 보호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은경기자 enigma@yeongnam.com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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