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
대박이다. 누가 상상이나 했겠나. 김천이 MZ세대 사이에 김밥천국의 준말로 불리긴 해도, 지난달 김천시에서 연 김밥축제가 공전의 히트를 치리라곤 누구도 예상치 못했다. 2만명쯤 오리라고 생각했는데, 김천시 인구의 80% 가까이 되는 10만명의 방문객이 몰렸다. 대한민국에선 오래전부터 '충무김밥'이 유명하긴 해도 통영에서 김밥축제를 한 적이 없으니, 이제 오뎅과 오이, 단무지만 넣은 김천의 '오단이김밥'도 충무김밥만큼 많이 알려질 듯하다.
오래전 서울의 한 지인이 대구에 와서 "대구가 대구탕으로 유명하다던데, 어느 대구탕집이 맛있나"라고 해 실없는 농담으로 들었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게 통하는 웃픈 시대가 됐다. 달구벌이 '닭+벌판'이라서 대구가 전국의 유명 치킨 본산지라고 한 적이 있는데, 대구의 대표 먹거리 축제인 '치맥축제'가 우연히 탄생한 게 아니다. SNS에선 재기발랄한 인플루언서들이 진주는 주얼리, 청주는 청주(술), 안산은 양궁, 곡성은 오컬트, 화성은 외계인처럼 도시명을 활용한 페스티벌을 권한다. 몇몇 서울 언론에선 이를 두고 축제가 "콘텐츠가 없느니, 준비가 덜 됐느니" 하면서 비판하지만, 오죽하면 쪼그라드는 지방이 이런 축제라도 해서 사람을 오게 하려고 애쓴 데 대한 측은지심은 보이지 않는다.
최근 한국의 라면 수출액이 역대 최고인 10억달러를 돌파했다. 지난 주말에 열린 '구미라면축제' 역시 전국에서 온 17만명의 인파로 북새통을 이뤘다. 갓 튀긴 라면을 먹기 위해 1시간이나 줄을 섰단다. 한국의 대표적인 라면 공장이 구미에 있어 재작년 처음 시작한 이 축제는 이제 구미의 대표축제가 됐다. 1990년대 초 한 제과업체가 '마이구미(my gummy)'라는 젤리를 출시해 인기를 끌자 '구미(龜尾)'하면 떠오르는 게 젤리였다. 구미라고 하면 '산업도시'나 '박정희의 고향'이 먼저 연상되는 게 아니라 '라면'이 될 날도 머지않았다.
경북의 농식품 수출액이 올해 역대 최대인 10억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가운데, 특히 구미에서는 섬유, 전기·전자, 반도체, 방산에 이어 푸드테크 산업이 활황을 보일 조짐이다. 교촌치킨, 올곧김밥, 낭만쭈꾸미 등은 구미에서 시작한 대표적인 식품 산업이다. 올해 1월에는 김장호 구미시장이 구미지역 60여 명의 식품 제조가공업체 대표로 하여금 구미농·식품기업협의체, 일명 G-FOOD라는 공동브랜드를 결성하도록 지원했다. 이 중 이티당충전소(마카롱), 낭만연구소(쭈꾸미), 토끼밀(냉동떡볶이), 밀앤밀(빵류)은 지난해부터 미국의 괌과 사이판에 대행사를 통해 적게나마 자체 생산한 식품을 수출하고 있다. 오는 11월 중순부터는 규모를 키워 본격적으로 직접 수출을 한다. 특히 이티당충전소는 85억원 규모의 마카롱 1천 만개를 군납해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제치고 K-마카롱 열풍을 선도한 바 있다.
이제 겉모습은 마카롱처럼 예쁘고, 다채로운 색감을 가지지만, 속은 쫄깃한 구미(gummy)의 식감을 가진 '마카롱(macaron)의 도시 구미', '마카 구미'가 세계인의 디저트로 통칭 될지도 모르겠다. 지난달 구미시는 구미와 서울에서 각각 푸드페스티벌과 로컬푸드페스타를 열어 구미의 '9가지 맛(九味)'을 대대적으로 홍보해 눈길을 끌었다. 구미시가 전 세계인의 구미(口味)를 당겨 마카 구미를 방문할 날을 기대한다.
박진관 중부지역본부장
박진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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