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환율 1400원 돌파
고환율→고물가 악순환 예상
건설·부동산경기회복에 타격
중소기업 환리스크에 무방비
12일 원달러 환율이 2년 만에 종가 기준 1천400원을 넘어섰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연합뉴스 |
원·달러 환율이 심리적 마지노선인 1천400원선을 돌파하면서 잠시 누그러졌던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 이른바 '신(新)3고(高)' 현상이 다시 고개를 드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 뒤 고환율이 고착화되면 유가, 원자재 및 물류비 상승은 물론 각종 수입 물가도 치솟아 결국엔 소비자 물가 상승, 금리 인상을 압박하게 된다. 수출입기업과 내수시장은 또다시 꽁꽁 얼어붙을 수 있다. 이른바 '고환율 쓰나미'가 사실상 국내 경기를 그로기 상태로 만드는 셈이다.
더욱이 환리스크 관리 여력이 부족한 중소·영세기업이 많고, 자동차 부품, 2차전지, 철강 등 수출의존도가 높고, 자영업자 비중이 큰 대구경북은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사실상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는 상태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의 종가(오후 3시30분 기준)는 전날보다 8.8원 상승한 1천403.5원이다. 종가 기준 1천400원 돌파는 2년 만이다.
트럼프의 대선 승리 이후 원·달러 환율이 1천400원대로 치솟자, 일각에선 앞으로 고환율이 '뉴 노멀(새 기준)'이 되는 게 아니냐는 전망까지 나온다.
고환율은 특히 지역 경제 버팀목인 수출입시장과 실물경제의 '바로미터'인 건설·부동산 경기회복에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지역 수출기업들은 주로 원자재를 수입해 수출하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다. 특히 주력 수출품목인 자동차 부품, 2차전지업계는 고환율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김관 수출입은행 대구경북본부장은 "환율 상승이 원자재 및 해외 물류비 상승요인이 되는 만큼 기업의 영업이익 감소 등 경영 환경에 변화가 클 것"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9월 대구의 미국 수출입 동향을 보면 기타정밀화학원료(2차전지 소재)-차부품 수입이 전체 수입 규모의 30%를 넘는다. 이들 품목은 수출에서도 1, 2위에 랭크돼 있다. 수출과 수입이 촘촘히 연결돼 환율 리스크를 동시에 안고 있는 셈이다.
철강 및 2차전지 시장을 선도하는 포항지역 역시 수출기업 대부분이 중간재 수입 후 최종제품을 만든다. 수입 가격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크게 우려하는 대목이다.
에코프로 관계자는 "2차전지 산업은 원재료 가격 변동 폭이 심한 업종이라 환율보다는 원재료 가격에 영향을 훨씬 많이 받는다"고 했다.
지역 부동산경기 역시 고환율에 직격탄을 맞을 공산이 크다. 원자재 가격 상승이 건설자재비 부담을 키워 부동산경기를 위축시키는 악순환이 불가피해 보인다. 고환율 쓰나미는 물가 상승 요인으로 이어져 식탁물가도 위협한다.
김영길 중소기업중앙회 대구본부 부장은 "학습효과가 있어 중견기업은 환차손 손실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환리스크에 취약한 게 엄연한 현실"이라고 했다 .
윤정혜기자 hye@yeongnam.com
윤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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