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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각각(時時刻刻)] 좋은 선택은 존재하는가?

2024-11-19

[시시각각(時時刻刻)] 좋은 선택은 존재하는가?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며칠 전 수능이 끝났다. 끝났다는 홀가분함에 기쁜 학생들도, 망쳤다는 후회로 잠 못 이루고 깊은 좌절에 빠진 학생들도 많을 것이다. 수능이 아니고 학력고사라고 불렀던 내가 시험을 쳤던 그날이 생각난다. 시험을 치고 나오니 날은 이미 어두웠는데, 어머님이 교문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 길로 저녁을 먹고 들어가, 수능 문제 풀이 방송을 보고, 성적으로 갈 수 있는 대학과 학과를 찾아보며, 여러 가지 생각으로 밤을 새웠던 나의 그날이 생각난다.

그때의 나는 왜 그 시험에 그렇게 목을 맸을까? 아마도 시험 성적이 우리의 선택에, 더 나아가 우리 앞날에 영향을 미치리라는 생각 때문이 아니었을까? 좋은 성적은 좋은 선택을 만들고, 좋은 선택은 좋은 삶으로 우리를 인도할 거라는 생각 말이다. 햄릿의 "사느냐 죽느냐(To be or Not to be) 그것이 문제로다"를 입에 달고 산 우리 시대는 특히 좋은 선택에 대한 압박이 심했었다. 그것이 아마 그 밤 나를 잠 못 이루게 했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삶과 죽음의 차이를 만들 만큼의 좋은 선택은 존재하는가? 시간이 흘러 보니 '무엇'보다 '어떻게'가 훨씬 중요함을 깨닫고, 좋을 확률이 높은 선택은 존재하지만 그 자체로 좋은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다. 선택 자체에 그렇게 일희일비할 필요가 없고,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나의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지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것을 배웠다. 어떻게 하면 나의 선택을 좋은 선택으로 만들 것인가?

첫째는 '지금'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일이다. 미래는 오지 않았고, 과거는 지나갔다. 존재하는 지금에 충실한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해 지금을 산다면 나의 모든 선택은 좋은 선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난 7월에 개봉되어 화제가 된 영화 '퍼펙트 데이즈'의 주인공 히라야마처럼 말이다. 도쿄 도심의 화장실 청소부인 그는 경건한 의식을 치르듯 매 순간 최선을 다한다. "어차피 더러워질 텐데"라는 동료의 푸념에도 정성스러운 손길은 멈추지 않는다. 그는 지금을 살고, 지금들이 그의 완벽한 하루를 만들고, 완벽한 하루가 모여 그의 완벽한 삶을 만든다고 영화는 얘기한다. 그래서 제목이 Perfect Days이다.

둘째는 '성장'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모든 선택은 결과가 아닌 과정이다. 중요한 것은 각각의 선택이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는가이다. 히라야마는 매일 같은 일을 하면서도 더 나은 청소 도구를 개발하고, 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낸다. 이처럼 우리의 선택도 단순히 결과가 아닌, 우리를 성장시키는 과정으로 봐야 한다.

셋째는 '관계'의 가치를 이해하는 것이다. 히라야마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을 위해 청소하며, 그들과 직접적인 교류는 없어도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알고 있다. 청소라는 단순한 선택도 이용객들의 감사한 마음과 만나 더 나은 선택이 되고, 동료들과의 신뢰는 그의 일상적인 선택들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처럼 우리의 선택은 관계를 통해 빛나고, 그 관계는 우리의 다정한 태도에서 시작된다. 결국 좋은 선택을 만드는 것은 좋은 관계이고, 좋은 관계는 나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수능을 치른 학생들에게 말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을 충실히 살며, 매 순간을 성장의 기회로 삼고, 주변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찾는다면, 어떤 선택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좋은 선택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기억하자.

전창록 (대구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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