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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
며칠 전 서울에서 온 지인이 놓치지 말아야 하는 전시라며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의 '대지의 메아리: 살아있는 기록 보관소'전을 이야기했다. 레픽 아나돌은 터키 이스탄불 출신의 미디어 아티스트로 AI 알고리즘과 머신러닝을 사용해 작품을 만들어 내는 작가이다. 뉴욕의 모마(MoMA), 런던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에서 성공적으로 작업을 선보였고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푸트라 서울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다고 한다. 작품의 콘셉트가 무척 흥미로운데 자연과 관련한 10억개 이상의 이미지와 텍스트, 자연에서 채집한 25만개 사운드를 AI에게 머신러닝 방식으로 학습시키고, 자연을 주제로 한 작품을 생성하게 한 것이다. 전시도 새롭지만 해당 전시를 하고 있는 푸트라 서울(FUTURA SEOUL)도 낯선 이름이다. 해당 공간은 2024년 9월 개관한 미술관으로 북촌 일대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고 한다.
올해는 유독 새로운 공간에 대한 소식이 많았다. 지난 2월에는 강릉의 솔올미술관이 문을 열었고 미국의 대표적인 현대 건축가인 리처드 마이어(Richard Meier)의 건축을 비롯해 루치오 폰타나, 아그네스 마틴 같은 해외 주요 작가의 작품을 소개했다. 인천에는 뮤지엄 엘이 오픈했다. 1987년 건립한 아시아 최대 규모의 곡물창고를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미술관으로 탈바꿈했다고 해서 화제가 되었고 규모에 걸맞은 여러 대규모 프로젝트들을 추진 중이다. 문화에 대한 관심이 반영되는 것인지 이외에도 전국적으로 개관을 준비하고 있는 미술관들의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2025년에는 서울 여의도 스퀘어에 퐁피두 센터 한화 서울이 오픈 예정이며, 벌써 예사롭지 않은 라인업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올해 대구에도 13년 만에 새로운 미술관이 문을 열었다. 대구간송미술관은 개관전 '여세동보: 세상함께 보배삼아'를 통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문화보국 정신으로 수집한 소장품을 선보였다. 해외 유명 작가와의 컬래버레이션이나 거대 자본이 투입된 화려함은 없었지만, 오히려 다른 공간과 차별화되는 '간송의 정신'과 스토리, 미술관에서 만나게 되는 우리의 아름다움과 전통의 향기에 많은 분이 공감해 주셨다. 개관 전시는 12월1일로 마무리되지만, 대구에서 간송은 이제 시작이다. 어디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는, 나아가 지역의 새로운 자부심이 되기 위해서는 미술관의 노력과 더불어 많은 분의 공감과 응원이 필요하다. 감사한 마음으로 개관전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기억하며, 1월에 새로 시작하게 되는 전시를 준비해 본다.
권은용 <예술학 박사·성균관대 겸임교수· 대구간송미술관 대외협력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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